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Soo Seo Jan 08. 2023

연대 특강 다녀온 ssul.




얼마 전 연세대 송도국제캠퍼스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사실 제가 학생일 때는 연대에 송도캠퍼스가 없던 터라 처음 가본 곳이기도 합니다. 강의 제목은 바로 <유튜브가 만든 변화와 기회>였어요. 1~2학년 학생들이 대상이었는데요. 가만 생각해 보니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막 태어난 친구들이더군요 ㅎㅎ 사실 회사만 계속 다니다 보면 이런 연령대의 사람과 대화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대화는커녕 만나볼 기회도 없죠. 캐릿이나 폴인의 칼럼을 보면서 더듬더듬 ‘아 애들은 이렇게 노는구나’ 추측할 뿐이죠. 그런데 강의를 하며, 실제로 살아있는 생명체로서의 그들을 만나게 된 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신 분도 많겠지만, 연대의 신입생들은 모두 이곳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모두를 한 곳에 모아놓고 먹고 자게 한다니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날마다 일어날 것 같기도 해요. 분명한 장단점이 있겠지만요. 일단은 인생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뿜뿜하고 있는 20대 초반 학생들을 한 곳에 모아놓다 보니, 좀 독특한 분위기 같은 게 만들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서 공부도 하지만 결국 여기서 먹고 자고 다 해야 돼!라고 했을 때 느껴지는 느슨함이나 편안함 같은 분위기가 분명 있거든요.

 


강의 주제를 뽑은 건 좀 어려운 부분이었는데요. 사실 현업의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주제는 오히려 명확합니다. 그들이 어떤 점을 궁금해하고 괴로워하는지, 그리고 어떤 면에서 어려움을 느끼는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거든요. 물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줄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만. 제가 먼저 겪은 경험이나 책을 쓰고 강의를 하며 쌓인 시간들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과연 어떤 걸 궁금해할까 싶었죠. 그리고 실무자로서의 솔루션 따위야 당연히 관심이 없을 것 같기도 했고요


그래서 요즘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해 주려고 했습니다. 이를테면, 마케터 브이로그를 강의로 풀었다고 하면 될까요. 졸업하고 나서 마주할 수 있는 현실에 대한 얘기가 좀 더 피부에 와닿을 것 같았어요. 그게 바로 마켓과 고객에 대한 얘기보다 훨씬 더 값질 것 같았죠. 거기에 덧붙여, 요즘 현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기술이나 그런 것들이 현업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제가 엄청 흥미롭게 보고 있는 구글의 AI 기술과 최근에 붉어진 Lamda이슈에 대해서도 얘기했습니다. 결국 이러한 기술이 앞으로의 마케팅 환경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영향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했죠. 제 나름대로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봐요.


그리고 강의를 끝내고 Q&A 시간에 좀 재미있었던(?) 질문 하나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Q. 마케터는 돈을 많이 버나요? 



ㅋㅋㅋㅋ 진짜 예상치도 못했던 질문이었어요. 그리고 글로만 만나던 Gen.Z의 당돌함을 딱 정면으로 본 것 같아서 솔직히 당황했습니다. ‘내가 돈 많이 버는 것 같니?’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고요. 그냥 웃음으로 애써 진정하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얘기부터 하려고 했어요. 어느 분야나 탑티어에 있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가져간고 말이죠. 그렇다면 그 탑티어를 향해 갈 수 있는 확률이나 노력, 시간 등의 투입 변수는 어떨지 따져봐야겠죠. 


얼마 전에 DBR에서 읽은 내용인데요. CMO들의 경영임원회의 참석 횟수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나타난 다는 거였어요. 저처럼 마케팅을 업으로 하는 사람에게는 분명 좋지 않은 시그널 같아요. 사실상 글로벌 마켓에서 마케팅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거든요. 이러한 경향성은 글로벌 비즈니스 자체가 기술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서 기인합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최근 엄청난 주목을 받고 많은 부가가치를 만든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결국 기술 차이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워낙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마케팅의 영향이 약해진 감이 있는 거죠. 


그렇다면 과연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계속해서 테크 드리븐 환경으로 변할까요? 저는 지금의 빅테크 회사들이 동력으로 삼는 기술이 어느 정도의 성숙기에 다다를 수 있다고 봐요. 마치 반도체나 컴퓨터의 진보 속도가 느려진 것처럼 말이죠. 그렇게 가속도가 느려지며 차별화가 더디어질 즈음 과연 무엇이 필요할까? 이 부분은 분명 생각해 볼만한 것 같아요. 그때는 또다시 마케팅이라는 포장지가 필요할 수 있죠. 



그리고 무엇이든 의미를 찾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에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기술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도 꼭 필요하거든요. 예컨대, 우리가 매일 입는 옷의 질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을 때 우리는 옷의 기능보다는 옷을 소비하는 의미에 주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마치 파타고니아가 ‘우리 옷을 구매하지 말라’고 하며 브랜드가 가진 의미를 소비하도록 만든 것처럼 말이에요.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의미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특성상 마케팅이라는 업의 본질은 결코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라고 봅니다. 




물론 업의 중요도는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변하는 지를 예측하고 스스로 어떻게 만들어가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의류산업얘기가 나왔으니 계속에서 의류로 예를 들자면, ‘우리 옷은 이렇게 트렌디해요’라고 할 수도 있고, ‘구매 행위 자체가 당신을 돋보이게 합니다’라고 할 수도 있죠. 어떤 게 시장에서 먹힐지를 아는 게 바로 인간을 향한 통찰인 것 같고요. 이 주제는 이쯤으로 정리하고 다시 특강 자리로 가볼게요. 



저는 위의 질문에 답을 하면서, 역시나 지금은 머니러시의 시대구나라는 걸 실감했어요. 사실 직업을 선택하는데 얼마나 잘 벌 수 있느냐는 진짜 중요한 요소입니다. 진짜 진짜 중요한 요소이죠. 직장인들도 이직하는 이유 중 첫째로 꼽는 게 바로 연봉이란 걸 봐도 알 수 있죠. 사실 그런 것들이 좀 더 투명하게 공개되고 더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게 훨씬 건강한 사회라고 생각하고요. 너무 돈을 밝히지 말고 무조건 열심히 하라는 관점이 최악인 거죠.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직업의 세계로 진입하기 전에 있는 분이라면, 이걸 꼭 기억해야 합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는 크게 두 가치 축을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하나의 축이 ‘산업’이고요. 다른 하나의 축이 본인의 ‘업’입니다. 


어떤 산업군에 처음 진입하느냐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면 많은 기회가 분명히 생깁니다. 예컨대, 핀테크 산업이라면? 혹은 이커머스산업이라면? AI나 빅데이터 관련산업이라면? 저는 앞으로 훨씬 더 성장할 여지가 있다고 봐요. 만면 건설이나 중공업이라면요? 뭔가 확실하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산업 이외에 본인의 ‘업’이 어떤 것이냐도 중요하죠. 마케팅일 수도 있고요 사업 PM을 할 수도 있죠. 파이낸스이거나 HR 같은 공통업무 일수도 있고요. 


결국 이런 2가지 축에 따라서 나의 입지와 포지션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 성장하는 산업과 성장할 수 있는 잡을 선택 한다면 일단 출발은 좋습니다. 당연히 높은 급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반면 축소되는 산업, 한계가 보이는 산업군에 올라탈 경우 앞으로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이건 개인의 역량과 포텐셜과는 상관계수가 낮습니다. 내가 아무리 잘났어도. 산업이 축소되고 해당 잡 포지션이 점점 AI로 대체될게 예상된다면 높은 연봉은 쉽지 않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고용유연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 자유롭게 이직을 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지는 않아요. 물론 점점 이직시장이 활발해지고 관련 플랫폼도 고도화되면서 이직 시장 환경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건 분명해요. 



그런데 연차가 쌓일수록 이직에는 ‘전환비용’이 듭니다. 


일터를 바꾸면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게 사내 네트워크 일수 있고요. 기업 문화일 수도 있고요. 자연스럽게 알게 된 프로세스나 문제해결 방법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초기화해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데는 그만한 기회비용이 높아지는 거죠. 이건 연차가 쌓일수록 더 심화됩니다. 


처음 시작해서, 그 업이 징검다리가 돼서 이동을 해야 하는데 이동을 할 때마다 개인에게는 ‘심리적’, ‘실질적’ 전환비용이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가장 좋은 건 좀 긴 안목으로 미래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지금 잘 나가는 산업이라 할지라도 마켓 사이즈가 정해져 있는 곳은 어렵다는 걸 기억해야 하죠. 


물론, 한 번의 선택으로 인생의 방향이 딱 하고 결정되는 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저는 커리어라는 게 징검다리 같은 거라고 봐요. 각 돌들이 발판이 돼서 다음 돌로 건너가야 하는데, 어떤 돌들이 눈앞에 있느냐가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죠. 어떤 면에서 스티브잡스가 말한 ‘connecting the dots’와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잡스는 각각의 점들의 의미를 연결하라고 했지만, 각 점들로 의미를 만들려면 나름의 쓸모 있는 점이어야 하거든요. 좀 더 반짝이는 점이면 좋죠. 



결국 나에게 맞는 점을 찾아가는 게 바로 커리어의 선택이라고 봐요. 


그리고 그러한 선택들이 모여서 위에 언급한 나의 몸값, 그러니까 연봉이 정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처음 질문을 했던 학생에서 이런 질문을 역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 잠재성이 높아 보이나요? 그리고 그 안에서 나의 업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나요? 


그에 대한 고민이 깊을수록 선택에 따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 결과가 본인이 느끼는 보람이 됐든 돈이 됐든 말이죠. 



* 더 많은 마케팅 이야기(글쓴이의 저서 소개)


매거진의 이전글 [기고]'2023트렌드' 도서에서 뽑아낸 5가지 키워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