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의 'Keep Thinking' 캠페인 사례
입소문 정도로만 마케팅을 해오던 AI 기업들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한 것. OpenAI는 슈퍼볼에 광고를 내보냈고* 각 기업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 Open AI의 슈퍼볼 광고
이를 보고 있자면, 마케터로서는 참으로 신나고 흥분되는 시기임에 틀림없다. 각 회사가 경쟁적으로 마케팅을 하다 보니 그들만의 철학이 보이고 소통하는 결이 비교되기 때문이다. 또 누가 누가 잘하나 그들만의 아이디어를 엿보며, 과연 누가 이 마케팅 전쟁의 승기를 잡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중 주목할 만한 캠페인이 있어 이번글에서 소개하니 함께 살펴보자. 바로 앤스로픽의 'Keep Thinking' 캠페인이다.
앤스로픽은 우리에게 클로드(Claude)로 잘 알려진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나도 예전 글에서 클로드를 소개한 적**이 있고, 지금도 유용하게 쓰고 있어서 더욱 애정이 가는 곳이다. 이 회사는 2021년 OpenAI 출신 연구원들이 회사를 나와 새로 설립한 곳인데, 인류에게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AI 제품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공지능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비영리 조직으로 시작했던 OpenAI가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으며 본래의 취지가 흐려지자, 기업 내부에서 AI발전의 지향점을 놓고 가치 충돌이 있었다. 그리고 비영리 노선을 지지하던 직원들이 Open AI를 박차고 나와 창업한 곳이 바로 이곳 앤스로픽이다. 그러다 보니 AI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분명한 목표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철학 때문인지, 이번에 소개할 캠페인도 인간을 중심에 놓고 그를 돕는 AI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AI는 기존 질서에 도전하고 무너뜨리려는 잠재적 위험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앤스로픽은 이 지점에서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Keep Thinking' 그러니까 생각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생각하라"라는 것이다. AI는 이러한 당신의 생각을 확장하고 아이디어를 연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맥락이 숨어 있는 의미다.
광고 에이전시 Mother와 함께 제작한 이 캠페인은 코딩을 하고, 자전거를 수리하고, 예술 작품을 만들고, 해양 보존 활동을 하는 문제 해결자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클로드 AI가 비판적 사고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돕는 AI솔루션으로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영상이 시작하는 초반부에는 "There has never been a worse time(이렇게 안 좋은 시기는 없었다)." "Problem!(문제야!)"라는 가사가 반복되는 BGM이 깔린다. 흡사 디스토피아적인 영상을 이어가며 말이다. 이게 뭐지 싶은데, 조금 보다 보면 곧이어 반전이 일어난다. 다음과 같은 카피와 함께 말이다.
"문제를 해결하기에 지금보다 좋은 시기는 없었다."
AI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 좋은 시기라는 말이다. AI 모델은 고민하고, 질문하고, 때로는 반문하도록 만들어졌다. 앤스로픽은 AI가 사람의 생각을 대체하기보다는, 사고를 증폭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실수가 줄어들고 더 창의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거다. 실제로 클로드의 "확장 사고 모드(Extended Thinking)" 같은 기능은 사용자에게 AI의 추론 과정을 엿볼 수 있게 한다. AI가 단순히 지름길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과 사고의 파트너가 되는 것이다. 코딩, 리서치, 전략적 사고, 복잡한 비즈니스 문제와 같은 작업을 처리할 때 클로드는 뛰어난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캠페인은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앤스로픽은 문제로 가득 찬 현재를 인정하지만, AI를 해결을 찾는 무기로 재구성한다. 까다로운 문제와 씨름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모든 사람, 밤늦게까지 일하는 코더든, 각주에 푹 빠진 연구자든, 차세대 빅 아이디어를 쫓는 꼼꼼한 사람이든, 클로드는 그들의 믿음직한 동반자가 되겠다는 약속이다.
"Keep thinking"은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일종의 선언이다. 인류가 항상 마주했던 문제 앞에서 우리가 "계속 생각"한다면.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확장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결하는 것에 클로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다소 희망적이며 기술 긍정론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설명하는 것일 수 있다. 앤스로픽은 옥외광고에서도 동일한 메시지를 던진다.
"내 상품을 사라" 또는 "우리 서비스에 가입하라"와 같은 메시지가 아니라, 생각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캠페인. 이것이 바로 앤스로픽이 공개한 캠페인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이 캠페인을 보다 보면 문득 한 광고가 떠오른다. 바로 애플의 'Think Different' 캠페인이다. 1997년 9월, 스티브 잡스가 애플로 복귀한 직후 9천만 달러를 투입해 시작한 'Think Different' 캠페인은 위기에 빠진 애플을 구한 전설적인 광고였다. "부적응자들, 반항아들, 세상을 다르게 보는 사람들. 미친 사람들에게 경의를."이라는 메시지로 애플은 단순한 컴퓨터 회사가 아니라 혁신과 창의성의 상징이 되었다.
앤스로픽의 'Keep Thinking'도 비슷한 맥락을 갖는 것 아닐까. 우리가 마주한 문제를 보여주는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 "생각"을 키워드로 삼은 전략. 애플이 'Think Different'로 세상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앤스로픽도 'Keep Thinking'으로 AI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상상하게 된다.
애플의 캠페인이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싶다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를 건드렸듯, 앤스로픽은 계속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능을 건드린다.
수년이 지나 우리가 애플의 혁신성에 매료되었듯, 앤스로픽의 혁신성에도 매력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지금 우리가 과거의 애플 광고를 보며, '아 그때 그 캠페인 참 인상적이었지'를 상상하듯 말이다.
2025년은 AI 기업이 본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한 의미 있는 해다. 앤스로픽은 "지금은 문제 해결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는 메시지를 던지며 자사의 존재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강조한다. 결국 'Keep Thinking'의 주체는 바로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에게 앤스로픽은 크나큰 문제 해결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공포와 희망이 공존하는 시대. 앤스로픽은 다소 역설적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AI는 당신의 생각을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고. 그러니까 생각을 멈추지 말라고 말이다. 이것은 단순한 광고 카피가 아니라 브랜드 철학 아닐까. 앤스로픽의 'Keep Thinking'은 우리가 AI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그렇게 하나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캠페인의 전하는 가치이자 분명한 차별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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