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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기 Mar 21. 2021

고통이 잠시 쉴 때 나도 쉬자.

2021. 3. 19 항우울제 복용이 끝났다

우울증은 낫는다. 


2주 전 병원에서 난 의사에게 이제 약을 그만 먹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날씨가 좀 풀릴 때까지 복약을 유지하시죠.

그리고 괜찮으면 안 오셔도 됩니다."


의사 선생님은 조금 더 먹자고 했고

2021년 3월 19일. 마침내 약을 다 먹었다.

정확하게 1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1년간 의사 선생님의 마스크 낀 모습만 봤네.

1년간 도움을 주신 분인데 얼굴도 직접 뵙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다시 볼 일이 없으면 좋겠다.


지금 가장 큰 걱정이라고 한다면 재발이다.

며칠 전 이유 없이 기분이 가라앉는 하루가 있었는데 그때 이러다가 또 안 좋아지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이 스멀거렸다. 지난 1년 중 힘들었던 순간들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다행히 다음날 괜찮았다.


우울증의 경험이 무섭기도 하지만 어쨌든 치료했다는 경험이 마음의 든든한 토대가 된다.

그래 우울증도 치료하면 낫는다. 또 걸리더라도 또 병원을 가고 약을 먹으면 된다

괜찮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나는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책장 한 칸에 그동안 모아둔 약봉투, 약통과 진료기록 마지막 먹은 약 껍데기를 진열해두었다

H의 사랑이 응축된 홍삼 추출액의 빈 병도.


고통이 영원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또 오고 또 갈 것이다.

그러나 미리 무서워하거나 심각해지지 않으려 한다.

고통이 잠시 쉴 때 나도 쉬자.


그동안 수고한,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토닥여 준다.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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