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함이 우울로 변한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정리하는 지금 시점에서 나의 상태는 기록 속의 나보다 좋다.
2021년 새해에 들어서는 우울증 기록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만큼 나의 생활에서 우울함이 옅어졌다.
저녁에 울컥하는 일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다시 기록을 들추니까 마음이 안 좋아지는 감각도 느껴진다.
가슴이 좀 갑갑해진다.
우울을 기록하는 일이 스스로 마음을 돌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이런 단점도 있구나.
그래서
호흡을 본다.
10/7
아침부터 명상을 시작했다 생각이 많다 졸음이 온다. 일단 하기로 한 거니까 그냥 한다.
그냥 하면 연습이 되겠지.
10/10
아내가 화가 났다.
휴일 아침에 문자로 문의 와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게 짜증 났는데 난 아침부터 톡 한다고 뭐라고 했다
그래서 화가 났다고.
불 난 곳에 내가 기름을 부은 격이다.
같이 있고 싶다고 투정 부리듯 한 말인데
전혀 그렇게 안 들렸단다.
‘아침에 일어나면 서로 눈 마주치고 함께하고 싶다’고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되는 걸
‘일어나자마자 카톡부터 하냐’고 하니까 비난하는 것으로 들리지 않냐고.
맞는 말이다.
“그래 나에게 원하는 바를(관심 가져 달라는 거겠지) 뒤틀리게 말하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지금 이렇게 글 쓰는
- 마음이 안 좋아지면 바로 글로 옮기는 버릇이 생겼다. 좀 감정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 있어서인데
지금은-
슬프다.
내가 불쌍하다. 눈물이 북받친다.
이런 감정을 이야기하고 싶기도 하지만
이 정도의 일로 눈물이 나는 내가 또 떼쓰는 애 같아서 싫다.
명치가 막힌 듯 답답하다.
그리고 아내는 이따가 일을 해야 한다. 나 때문에 에너지 빠지면 안 돼.
관심을 바라지 말자.
투정 부리지 말자!!
이 방문 잠가놓고
흔들의자에 끈을 묶어 놓고
반대편 끝에 목을 묶고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는 상상을 한다
대롱대롱
그런데 이 방은 방충망이 안 열려서 뛰어내리려면 방충망을 먼저 찢어야 한다
그리고 자살은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받는 사람이 아내로 되어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근데 난 실비보험만 있지 않나?
우울증인 사람은 사고로 죽어도 자살로 의심받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니까 서글프다.
'사인이 교통사고로 추정되는 김정기 님 고객님에게 우울증 진료기록이 있습니다
그러면 스스로 뛰어든 게 아닐까요?'
난 우울증으로 관심을 받고 싶어 하면서 동시에
우울증 환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자살하려면 완벽하게 사고로 판정받게끔 계획해서 해야 하겠네
자살이 쉽지 않겠네
그랬거나 어쨌거나 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담대하지 않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자살을 상상하는 것으로 심정적인 자해를 가하는 정도일 뿐이다
상상으로라도 하지 않는 게 좋겠지
10/11
새벽 2시 42분
아침이 밝고 새로운 날이 시작될 것이다.
싫다
무가치한 시간들이 쌓여간다
내가 하는 것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무가치함이 느껴진다.
사는 게 부질없다는 생각
아 죽을 수도 없고 괴롭다.
어제오늘은 계속 기분이 안 좋은데 괜찮은 척하면 보낸 것 같다.
10/14 진료
말할 것 리스트업
- [x] 약 먹고 처음 1주 어지럼증 연휴 아녔다면 전화해서 물어보고 싶었음 그렇지만 이후 호전 지금 괜찮아
- [x] 홍삼 먹어도 되나요?
- [x] 산만하다 이거 하려다 중간에 저거 하고 그렇게 되는 게 좀 스트레스가 된다 초조 불안감으로 진화? 한다
- [x] 평소에 기분은 좋다 조금 안 좋으면 팍 가라앉는다.
- [x] 저녁에 한 번씩 이유 없는 울컥
- [x] 점심에 입맛 없다
- [x] 다시 살이 좀 찌는 거 같아 불만족스럽다 - 자기혐오로 이어진다 이상적인 나를 놔두고 비교 자기 탓
- [x] 우울에서 화남으로 이동하고 있는 느낌
처방
>>4시간 집중력 약 추가: 페니드정
http://www.health.kr/searchDrug/result_drug.asp?drug_cd=A11ABBBBB1651
일을 하며 필요할 때 먹고 쉬는 날엔 먹지 말기
그러면 먹을 때 더 효과가 난다
밤에는 먹지 말기 잠 안 온다
부작용 식욕저하 두통(미미)
>>밤 약 먹고 자기 전까지 기억 안나는 건 약의 기운 때문 반 잘라먹어도 된다
그렇지만 자는데 걸리는 시간 길어질 수 있다
10/18
집중력 약 효과가 있네
근데 약효가 떨어진 후에 급 피곤 해지는 듯
계획을 짜 놓은 일의 마감이 다가오는데
작업할 여유가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다
그래서 계속 한숨에 짜증이 나온다
머리 아파
10/19
두통에 몸이 피곤하다
오늘 페니드는 안 먹었다
떡볶이를 먹으니까 정수리에 땀이 스스스 나면서 머리가 좀 개운해졌다
얼마 전 우울에 관한 그럴듯한 책 제목이 떠올랐는데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메모했어야 하는데
10/20
몸이 왜 이리 피곤하지?
아으...
10/22
“난 정말 너무 늦은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모르지.”
“몰라!”
“?”
“섭섭해!”
섭섭했다. 난 아니야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응원받고 싶었다
“난 오빠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얘기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아녔구나.
답(듣고 싶은 말)은 정해져 있는 거였구나.”
그래. 얘기를 안 하면 모를 테다.
버럭 한 내 반응이 황당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발버둥 치면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지
끈적하게 어두운 심해 바닥을
자욱한 안갯속을
엎드려서 더듬더듬
기어가고 있는 심정인지
모두가 술래잡기에서 술래의 손에 닿지 않으려는 것처럼 나의 곁을 슬금슬쩍 피하면서 지나가는 것 같은데
난 눈도 가려져있고 귀도 먹먹해서 허공을 더듬거리고 있다
그래서 우울해졌던 것도 있지 않을까?
묵직하게 젖은 시커먼 담요를 덮어쓴 나
10/25
친구의 힘들었고 아픈 이야기를 들었다
설거지를 하다가 울었다
혼자 감당하느라 많이 힘들고 외로웠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친구가 푹 잘 쉬었으면 좋겠다.
요즘 영상을 보다가 울컥하고 눈물이 잘 나온다. 그런데 마음으로 느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영혼 없이 그냥 반사작용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10/25-26
오래간만에 밤샘 작업을 했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하는 거라서
스트레스받지는 않았다
새벽에 자꾸만 마운트 들어오는 졸음에서 꾸역꾸역 빠져나오면서 작업했다.
페니드를 먹을까 생각했지만 참고 먹지 않았다. 안 먹길 잘한 것 같다.
10/26
오전 마감시간 10분 정도 남았을 때 작업물을 제출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나의 작업을 마무리했다는데 조금 성취감이 느껴졌다 한 편으로 또 결과가 안 좋으면 사기저하 무기력 우물에 빠질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라는 것은
흘러가고 있는 변화하고 있는 자신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10/29 진료
컨디션은 양호 살이 다시 찌는 것 같아서 탐탁지 않다 몸뚱이가 마음에 안 들어요.
페니드는 먹고 나면 급 피곤 해져서 먹다가 안 먹었다가 했어요
친구가 안 좋은 일 겪은 걸 듣고 울었는데 좀 개운했어요
종종 눈물이 울컥해요 저녁에 영상 보다가 좀 슬프다거나 감정을 건드리는 장면에서 그런데 마음으로 느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영혼 없이 그냥 반사작용처럼 나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아내가 내 마음을 몰라줘서 섭섭함에 울컥할 때도 있다 내가 갈수록 지질 해지는 거 같아요
잠은 바디스캔 명상하다가 스르르 잠들어요 그런데 일찍 깨요 깨고 나서 아침에 좀 졸리고 피곤해요. 그러면 다시 잘 때 도 있고 일하다 보면 그냥 지나갈 때도 있고 그래요
>>자기 전 기억 안나는 것이 있다고 했으니 취침 전 약 반으로 줄임.
아침 약은 유지함. 더 추가할까도 싶지만 부작용 나타났던 게 있어서 지금 먹는 것만 유지
전체적인 흐름은 나쁘지 않다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