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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이아저씨 Mar 09. 2018

낯선 이별



낯선 이별

- 홍이아저씨 -



낯선 시간
낯선 곳
다행히
익숙한 너

늘 서로의
곁을 채우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낯선 지금

'너를 사랑하고도
늘 외로운 나는~'
때마침 흐르는
노래가사에
움찔한다

조용히
목을 적시고
마음을 적시는
맥주 한 잔

말없이
비웠다
부었다
비웠다
붓는다

"오빠~"

왈칵
쏟아지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마지막 잔을
비운다

눈치없이
살았는데
오늘은

니 마음이

느껴질까

말없이
계산대로
향한다

가기 싫다
빌고 싶다
잡고 싶다

딸랑딸랑
문고리를 당기자
울리는 종소리가
너무 맑아
야속하다

낯선 시간
낯선 곳
낯설어진 너

여긴 어디지?
일단
반대로
걷는다

버스는 오늘
타지 말아야지
바래다 주고
돌아가던
그 시간들이
떠오르면
엉엉
울 것 같으니까

떨치려 멈춰
하늘을 본다
잠깐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앞섶이
젖어든다


------------

이런 이별은 해 본 적이 없다.


이별이 익숙할 순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그려본 상황!


익숙치 않은 늦은 밤,

첨 가보는 동네의 어느 술집


한동안 소원했던 그녀가 앉아 있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저 흐르는 시간


평소 눈치없던 남자,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의 끝은 보인다.


"오빠~"

드디어 입을 뗀 그녀의 한 마디였지만

남자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일어난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

일말의 미련이라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자리를 벗어난다.

지금 끝맺는 말을 들어버리면

다시는 그녀를 못 보게 되리란 걸 직감했기에...


밖으로 나와보니 더 낯선 느낌!

왠지 내가 가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되겠기에

창을 피해 반대로 걷는다.


오늘은 택시를 타기로 마음 먹는다.

항상 버스로 그녀의 집에 바래다 주던 일, 그녀와의 추억들이 생각나면 엉엉 울어버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울음을 참으려 잠시 멈춰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내 마음같은 하늘빛에 저절로 눈물을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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