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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점휴업 Jul 02. 2023

아니요, 한국인인데요

: 시끄러운 잔칫날을 기대하며 준비하는 전통혼례

아마 전통혼례를 하게 될 듯하다. 결혼을 선택하게 된 과정은 각설하고 전통혼례 자체를 선택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정리 되어 있는 블로그 최신글이 많지 않아서 혹시라도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 정리해 두려고 한다. 글의 제목은 전통혼례 한다고 하면 자주 듣는 질문인 "아 남편분이 혹시 외국인이세요?"에 대한 답변이다. 심지어 둘다 한국 전통에는 공교롭게도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 띠용하는 지인이 많았다.


결혼식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 하객으로 방문했던 예식장 몇 곳이 얼마인지 궁금해서 검색 해봤다. 단가가 공개적으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방문해서 상담하고 단가를 받거나 웨딩플래너를 고용해야 한다고 한다. 이미 이 단계부터 아이티 업계 종사자의 버튼인 '정보의 불균형'을 건드렸다. 굴하지 않고 폭풍서칭을 한 결과 일부 단가를 받아온 사람이 블로그에 단가 산정표 사진을 올리기도 하는데 비밀이라서 모자이크 처리된 이미지를 올렸다. 정말 쉬운 "그래서 얼마인데요?"에 대한 대답을 찾기가 어려워서 뉴스 기사로 평균 예식 비용을 찾았더니 얼추 3천만원이라고 나오는 듯하다. 이마저도 카페 몇개와 앱 몇개를 설치한 뒤에 얻을 수 있는 정보였다. 또 얼마 전에 나온 기사로는 5천만원이라는데 이게 유구한 '으이구 요새 젊은 것들이란'의 마음에서 나오는 숫자인지 정말인지 알 수 없지만 여튼 나는 둘다 마음에 드는 금액은 아니었다.


결혼 준비과정에 대한 홍보 문구 일체가 안타깝게도 내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그랬나보다. 결혼에 대한 결정 전반은 여성의 의사를 존중해 준다거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예쁜 날이라거나 하는 말이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결혼식 자체를 본디 하려던 계획도 아니었는지라 오히려 이 지난한 절차를 어떻게 이겨내지 고민하던 차에 가까운 선배가 예전에 전통혼례를 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올해 설날에 검색해보고 전화했는데 무려 설날에도 전화를 받아주셔서 곧바로 예약금을 넣었다. 그 뒤로 성격상 과몰입하는 속도가 빨라 전통혼례에 꽂혀서 이래저래 고민해보니 아직 식을 올리지는 않았다만 지금도 좋은 선택을 한 듯하다. 내가 생각한 장점은 다음과 같다.


비용이 저렴하다 

: 어떻게 왜 저렴한지에 대해서만 포스팅을 별도로 할 참이다. 가장 중요한 사유라서.


불필요한 관심에서 자유롭다

: 전통혼례를 올리는 장소마다 다르지만 나는 공원 한복판에서 식이 진행되기 때문에 하객들이 다소간 혼란스러울 수 있다. 그렇지, 바로 내가 노린 것이다. 결혼 자체는 무척 기쁜 일이지만 결혼식 자체가 그리 중요한 순간인지는 모르겠다. 결혼 당사자가 이렇다 저렇다 보다는 간만에 공통 지인 얼굴 보고 혼란한 와중에 재밌길 바라기 때문에 마음에 들었다.


신부대기실이 없다

: 이것도 장소마다 다르지만 나는 밀폐된 신부대기실이 없는 곳을 골랐다. 피 같은 돈을 들여서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을 불렀는데 내가 밀폐된 공간에 앉아 있다니 말도 안된다. 한번이라도 더 웃고 손님맞이 해서 추억 남겨야지 기웃기웃 밖에 뭔일 벌어지나 구경하는 건 성미에 어울리지가 않았다.


대체로 시끄럽고 다들 신나있다

: 식장을 예약하고 다른 사람의 식을 구경하러 갔었는데 그야말로 좋은 난장판이었다. 전통혼례가 잔치 분위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가 엄숙한 분위기를 못견디는 편이기도 하고 어차피 2시간을 사람들을 붙잡아 놓을 수 있다면야 조금더 재밌고 유쾌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모든 절차가 정해져있다

: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헤어 (그리고 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모두 정해져있다. 식장과 오래 연계해온 업체가 모두 정해져 있고 전화만 한번씩 하면 1달 전에도 예약 다 된다고 급할 필요 없다고까지 하신다. 이건 웨딩홀에서 해도 기본적으로 비슷하긴 한데 어느 정도 욕심이 있느냐에 달리기도 했다. 요새 원체 결혼을 많이 해서 1년 전에 식장 예약하고 스냅 예약도 1년 전에 한다는데 나는 이 방면으로는 역시 욕심이 없어서 해결이 되나 싶기도 하다.


다이어트 안하냐는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 전통혼례 극강의 장점은 다이어트 안해도 된다는 점이다. 결혼 준비 절차 중에 그렇찮아도 일도 해야 하는데 다이어트까지 하려면 정말이지 그것은 버틸 수 없었을 지도 모른다. 맥주 한 잔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얼마나 많은데 말이야. 드레스는 44 사이즈 여성이 아니면 추가 수선비가 있어서 드레스만도 몇백을 호가하게 된다. 다시금 짚어보면 난 계산기 드리븐 의사결정을 했으므로 끝난 이야기이다. 종종 드레스 안 입어도 되겠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드레스가 입고 싶다면 사실 기회는 많은 것 같다. 굳이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앞에서 입을 필요도 없고 말이야.


역시 단 하나의 걱정은 야외식이기 때문에 당일 날씨가 걱정된다는 점인데 10년 동안 식을 올려온 식장에서 태풍이 와도 식을 올렸었다고 하니 당장은 너무 큰 걱정을 하지는 않기로 했다. 물론 그런 것 치고는 기상청에서 3개년 날씨 자료를 확인해서 비가 왔었는지 확인했다. 이것도 야외식할 때 나름의 팁 같긴하다. 역시 통계가 믿을 구석이랄까나. 


다음 글부터는 구체적인 준비 절차 타임라인을 정리 해본다. 결혼 준비한다고 하면 언제부터 무얼해야 된다에 대해서 구전설화처럼 내려오고 그 엑셀 마저도 마케팅의 대상인 듯한데 정말 그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욱이나 전통혼례라면 더더욱 신경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나름 J형 사람인 프로덕트 매니저 관점으로 정리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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