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과 관련된 서비스만 좋아하는 기획자의 생각
IT 업계에서 말한다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 모든 비즈니스에 IT는 기본이다. 오히려 어떤 업계/회사의 제품을 만드는지가 중요하지 IT 업계에서 일한다는 말은 크게 정보값을 가지지 않는다. 반면에 굳이 'IT업계에서 일해요'라는 말을 한다면 포탈을 근간으로 발전해왔거나 사업 초장기부터 디지털 환경에서의 제품에 방점을 가지고 운영한 조직에서 일한다는 뜻에 가깝다고 나는 해석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IT 업계'에서도 유행하는 제품 카테고리가 때때마다 있다. 언젠가는 SNS 였고 쇼핑몰(커머스) 였으며 지금은 핀테크의 전성기라는 생각을 한다. 어떤 서비스가 유행하는지는 사용자가 선택해서 유행하게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해 당시 부상하는 산업과 함께 결탁하여 결정된다. SNS 가 처음 유행하던 시기에는 PC 처럼 개인 스마트폰이 퍼지면서 함께 번진 유행이고 온라인 커머스가 확대되었기 때문에 커머스가 유행이었다. 핀테크는 커머스의 발전과 함께 왔다고 생각한다. 토스를 비롯한 유니콘 기업이 등장하기도 했고 코로나19 전후로의 인플레이션을 타고 투자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핀테크 붐이 왔다.
이직 관련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을 때 '하고 싶은게 아니라 앞으로 잘 될 분야'를 골랐으면 한다고 답하는데 이게 참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 나는 처음 커리어를 시작할 때만해도 모바일 위치 기반 서비스라거나 디바이스나 OS의 기본 기능을 활용하는 서비스가 유행이었다. 당시에도 그런 서비스를 하기 위한 회사에 입사했는데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해서 커머스 서비스를 하게 되고 덕분에 불 같이 매운 돈맛을 빨리 보게 되었다. 당시 IT 담당자들은 돈을 버는게 아니라 먼 미래의 먹거리를 찾아주는 전략에 가까운 포지셔닝이었는데 커머스에서는 달랐다. 당장에 고객센터에 들어오는 문의 인입량 배분, 배송 시스템의 관리와 사용자에의 안내 등 잘못 되었다가는 당시 보수적인 조직문화에서 재떨이 날라오기? 쉬운 상황이었다. 일을 같이 시작했던 친구들은 매출압박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둔감했는데 인턴을 포탈사에서 해서 그랬던 것 같다. 상대적으로 대기업 SI 자회사에서 시작한 탓에 강제로 돈의 무서움을 빨리 배웠다. 지금 돌이켜 보면 뒷단 로직에 훨씬 더 빠르게 집중한 덕분에 지금하는 일도 그나마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듯하다.
'핀테크 회사로 이직하고 싶은데 방법이 있냐'는 질문도 자주 받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이 정말 제각각일 수 있어서 오늘 포스팅에서 쓰고 싶었던 일은 커머스/금융 도메인만 주로 해오면서 내가 배운 사용자 경험에 대한 내용을 나눠 보고 싶다. 지독히 사용자 중심으로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요새 조금은 가늠할 수 있는 마음이라 그런지.
- 사용자가 거치는 화면의 갯수가 확인하는 팝업의 갯수가 적은게 능사가 아니다
핀테크/금융 서비스를 만들 때 종종 단순한게 최선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 의견에 반대한다. 전환율을 달성하기 위해서 '어차피 아무도 안 읽을거니까요' 또는 '우리가 최선을 결정해 주면 되죠' 식은 통하지 않는다. 핀테크/금융 서비스는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 점에서 SNS 또는 커머스와 다르다. 질적으로 다른 영역이겠지만 사용자가 선택을 한번 잘못하면 그 영향이 오랫동안 강하게 지속되는 탓이다. 따라서 사용자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내용을 프로덕트 매니저가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책임감 있는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동시에 사용성이 떨어지더라도 사용자를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지켜 주는 것도 기획 업무 담당으로서의 역할이다.
- 사용자 경험은 앱 밖에서부터 시작된다
진부하지만 이 이야기에 대해서 깊게 공감해서 업무에 반영하는 사람은 드물다. 나 역시도 이 방면에 게으른 편인데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알려면 매주 고객센터 리포트를 보고 정말로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용자는 매일 앱을 들여다 보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수많은 환경과 상호작용 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서비스를 사용하기 이전에 동일한 다른 서비스도 이용한다. 주로 공급자 입장에서 경쟁사라고 부르는데 경쟁사 보다 과연 내가 만드는 서비스가 단연 돋보일 수 있을까? 서로 상보적인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으며 그것을 사용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게 낫기도 하다. 사용자는 공급자만큼 제품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다. 어떻게든 간략하게 사용자의 마음에 포지셔닝을 해야 한번 써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럼 어떤 포지셔닝을 할지 무슨 마음으로 이 앱을 켜는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마음의 순서와 결에 맞게 제품을 만들고 어긋남이 없는 결과물이 성과로 연결된다. 이는 금융 서비스에도 마찬가지고 오히려 금융 사업을 하는 서비스가 적고 보다 명확한 세그멘트가 있으니 그것을 파악하기 쉽다. 나는 일주일에 사용자 3명과는 꼭 이야기 해보는 걸 목표로 하는 중인데 도통 쉽지가 않다.
- 사용자의 경험은 화면 안에서 완성된다
기획 업무를 할 수록 세세한 부분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일관성만큼 강력한 힘도 없다. 앱 서비스 내에 말투가 들쭉날쭉이고 설명의 깊이가 갑자기 얕고 깊고 왔다갔다 한다면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다. 서비스의 일관성은 권위와 사용자가 주는 믿음의 기반이다. 이 때문에 테크니컬 라이팅을 전담하거나 서비스 문구에 대한 상호 피드백이 중요하다. 동일한 기능은 동일한 디자인 컴포넌트로 제공하고 한 화면 내에 정보가 충분히 넘친다면 컴포터넌트의 변주를 최소화 해서 최대한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모두가 말하듯이 '심플 이즈 더 베스트'이겠지만 이 심플은 엄청난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솎아냈다는 뜻이지 대충한다는 뜻이 아니다.
- 결국 사용자에의 효용이 있는지 여부가 결정 기준이다
금융 서비스의 백엔드는 복잡하다. 다른 서비스도 복잡하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는 조금더 복잡하다. 이 추상적인 개념에 빠져들다 보면 기획 업무 자체의 쾌감?을 느낄 때도 종종 있다.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고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기술적인 성능 개선을 이루는 과정에 기여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대공사를 해서 사용자에게 주는 가치가 없다면 출시 이후에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과업에 따라 서비스 확장을 위한 기능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용자 가치가 있는 기능과의 우선순위를 견주는 것도 중요하다.
적고 보니 금융이 아닌 서비스에의 사용자 경험과 크게 다른 점이 없지만 그만큼 서비스와 사용자의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환기와도 같다. 본질적으로는 다르지 않다는게 되려 더 중요하기도 하다. 그 어떠한 서비스이건 사용자 중심이라는 점과 그 정보의 수집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핀테크/금융이더라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얼마나 사용자를 이해하고 있고 그 일머리를 살려 제품으로 만드는지의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