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박 11일 시골언니@강릉
오늘의 일정
- 여성환경연대 회원모임과 함께 자기소개
- 프레셔스 플라스틱 활동 일환으로 카라비너 만들기
- <우리는 바다가 계속 살아있길 바란다> 상영회 및 피켓 만들기
- 남항진 바다 플로깅 및 쓰레기 만다라트 만들기
- 제비밭에서 파머컬쳐 이야기 듣고 풀 채집
오늘은 20여명이 함께 움직이는 날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서 결심한게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여성환경연대 정기후원이다. 회원 모임에서 만난 분들과 이야기 하면서 접고 사는 감정들이 응원해주는 사람도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같은 곤란함과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낯선 사람과 거리감이 줄어들 때의 쾌감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플로깅도 처음 해보았는데 해외에서 떠내려온 쓰레기와 30년은 더 된 비닐도 보고 나니 마음이 이상했다. 비닐이 썩는데에 500여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인간의 시간으로는 그것을 본적이 없다. 말 그대로 추정치라는 게 조금 무섭기도 하다.
예전에 강릉에 왔을 때 영화 상영회를 간 적이 있었다. 강릉에 살고 싶다 생각을 희미하게 하면서도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서 들었던 막연한 두려움이 가시는 기분이었는데 아는 얼굴을 다시 만났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은 서울에서 나와 같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왔는데 그것도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은 어떤 의미로건 소중히 해야겠다. 그저께 양말목으로 만들었던 텀블러 가방을 메고 갔는데 다들 예쁘다 해주셔서 괜한 마음으로 우쭐했다. 카라비너까지 달고 나니 이 가방 그대로 메고 출근해야지 생각도 했다.
첫날 밭에 갔을 때는 조심스러웠는데 두번째 밭에 가니 싹뚝싹뚝 자르는 것마다 먹을 수 있는 건지 없는건지 매의 눈으로 쳐다봤다. 이제는 질문 보다 코가 먼저 나가서 냄새를 맡아 보고 뜯어왔다. 나도 텃밭이 생겨서 음식물 쓰레기를 비료로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내년에 텃밭을 할지 말지 고민했는데 고민할 여지가 없이 해야겠다. 시에서 하는 거다보니 아무래도 본격은 어렵겠지만 계란껍질 만이라도 비료로 쓰거나 나 나름대로 손에 맞는 방식으로 텃밭을 해야겠다.
어제 밤에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분들과 길게 이야기를 나눴는데 당연히 대충 비슷하겠거니 생각했지만 더 큰 위로를 받았다. 어느 정도는 '내가 예민한가' 라거나 '이런 것까지는 감당할 수 없어' 하는 부분이 쌓이기 마련인데 또 자연스럽게 흩어지는 기분이다. 회사에서도 내가 동료들의 마음에 기대서 겨우 매일을 유지하듯이 회사 밖에서도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강릉에서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고 심지어 그것을 기억하듯이 사람이 결국 답인게 맞나 보다. 강릉에 최종적으로 이주하는 것까지는 얼마간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고 그게 어떤 방식일지도 조금더 지켜봐야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마음이 떠나왔다는 생각도 든다. 여기도 저기도 나에게 소중한 곳이 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