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버린 이상, 써야만 살아갈 수 있는 생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나를 위한,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을 기획하고, 8명의 '쓰는 이'들을 모아준 기획자에게 감사한다. '쓰기'라는 행위에 대한 각기 다른 8인의 시선이, 그렇지만 8명의 글에서 일관되게 느껴지는 쓰는 삶에 대한 생각이 나에게 적잖은 위안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쓰고 싶다 쓰고 싶지 않다>는 다방면으로 일하는 각기 다른 8인의 에세이다. 그들은 배우, 음악가, 기자, 감독, 소설가 등 다양한 면모들을 가졌지만, 모두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책 지면에 모였다. 바로 쓰는 마음, 동기, 목적, 투정, 안도, 자신에게 건네는 격려 등이 그것이었다.
나(우리)는 왜 쓸까?
직업인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느껴지는 공통점은 '글'이란 매체가 그들의 삶에는 어느정도 상당량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글로 지어지는 대본이 영상화가 되고, 음악 앨범을 글로 낸 이도 있다. 글을 써야 돈을 벌고. 글을 어려워 하지만, 누구보다도 글과 친해지고 싶을 것.
이 페이지야 말로 이중적인 자신의 마음을 엄청나게 잘 표현한 장면일 것이다. 쓰고 싶지만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페이지라 할 수 있다.
쓰고 싶다는 마음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잘 정리해서 남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게 끔 쓰고 싶다란 말과 동일하다. 반면 쓰고 싶지 않다란 마음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을 잘 정리할 자신이 없는데 공감마저 못 일으킬 까봐 두렵다'라는 말과도 같다. 이런 이중적인 마음은 브런치든, 메모장이든, 블로그든 어떤 상업적 일과 연관된 예술가라면 공공연히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이 두 마음이 공존하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검은 늑대와 흰 양이 공존하는 마음 속의 대 혼돈의 멀티버스처럼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다 읽고 나면 나도 쓰고 싶지 않은 마음에 대해서 쓰고 싶다란 생각이 들어버린다. 그래서 이 공간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렇게 전하고 싶은 것이다. 나도 있어요! 이런 마음. 그리고 공감해요, 나눠 주셔서 감사해요. 내가 각기 다른 8인의 작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