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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수련 이야기-지수 증가의 위험

지수 증가 이야기 

프랑스 수수께끼인 연못 수련(water lily) 이야기는 끝이 뻔히 보이는 내용 같지만, 마지막에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 있기 때문에 나는 시스템의 행태(behavior)를 소개할 때 늘 빼놓지 않고 이 내용을 언급한다. 특히 시스템의 행태 중에서 지수 증가(exponential growth)의 위험을 언급할 때 사용한다. 세계적인 명저 '성장의 한계 (Limits to Growth)'에서도 언급한 바 있다(Meadows et al. 2004. 주 1). 하지만 나는 더욱 많은 사람이 이 사례를 사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교육용으로 작성해 보았다. 

<그림 1> 수련 (water lily)  source: Wikimedia Commons

source: Wikimedia Commons


당신은 정원 관리인이다. 당신이 관리해야 할 정원에는 큰 연못이 있고, 이 연못에 있는 수련은 1개에서부터 시작해서 매일 2배로 증식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30일째 되는 날에는 정확하게 연못을 다 덮는다고 가정해 보자. 연못이 수련으로 뒤덮이면 생태계에 안 좋기 때문에 정원 관리인은 수련이 연못을 다 덮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수련이 증식하는 모습을 표로 작성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1>  수련 개체군의 증가 추이

더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30일째 기준 전체 개체군 대비 비율을 표시해 주면 좋다. 수련 잎이 연못을 가리는 것을 가정했기 때문에 수련 개체 수는 면적으로 환산해도 무방하다. 따라서 백분율은 전체 연못에서 차지하는 면적이라고 보면 된다. 

<표2> 수련 개체군의 증가 추이와 비중

하지만 더 실감 나게 표현하려면 다음과 같이 그래프로 그려보는 것이 좋다. 

<그림 2> 수련 개체군의 증가를 보여주는 그래프

위 그래프는 전형적인 J자(字) 형태로서 지수 증가(exponential growth)를 하고 있다. 수련 개체 수가 갑자기 증가하는 그래프를 본 모든 사람은 미리 대처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정원 관리사인 당신 역시 위 그래프를 알고 있기 때문에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원 관리사인 당신의 손길이 필요한 곳은 곳곳에 깔렸다. 따라서 연못 하나에만 시간을 뺏기기에는 다른 할 일도 있기 때문에 당신은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수련이 점점 많아져서 결국에는 연못을 다 가리게 된다는 것을 알아도 처음부터 매일 매일 물속에 들어가서 수련 개체의 증가를 관리하거나 매번 끌채를 가져와서 확인할 수는 없다. 매우 번거롭고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도 아니지 않은가. 마침 10일째 되는 날 수련 개체군을 관찰했는데 전체 연못에서 수련이 차지하는 면적은 고작 0.0000954%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수련의 개체군이 기하급수로 증가한다고 호들갑 떨 필요는 없다. 

수련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 문제가 크지 않다.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해결할 시간은 충분하다. 


정원 관리사인 당신은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신은 효율적으로 시간과 자원을 배분하는 과학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열흘 뒤에 다시 확인해 봤다. 20일째 되는 날이다. <표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수련이 차지하는 면적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정원 관리사인 당신은 더 중요한 다른 일에 신경을 써야 할 때다. 


24일째 되는 날 우연히 관찰하니 이제야 겨우 1.6%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쯤 되면 관찰하고 계산하는 것도 귀찮아질 지경이다. 


29일째 되는 날이다. 당신은 부쩍 많아진 수련이 상당히 거슬리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수련이 연못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뭔가 조치를 할 때가 슬슬 다가왔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주위 일꾼들에게 조만간 수련을 걷어내는 작업을 하게 될 테니 연장을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하고 퇴근했다. 

수련이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그렇게 문제가 크지 않다.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해결할 시간은 충분하다. 


다음 날 당신은 연못을 보고 망연자실할 것이다. 수련이 연못을 다 덮어버린 것이다. 하룻밤 만에 연못의 나머지 반이 덮이게 될 줄은 몰랐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을 것이다. 


지수 성장하는 것들이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이유는 우리가 선형(linear)으로 사고하는 버릇이 있기 때문이다. 선형으로 성장하는 모습은 시간에 따라 증가하는 양이 일정할 때 나타난다. 마치 돼지 저금통에 매일 천 원씩 집어넣는다고 하면 지금 집어넣는 금액이나 한 달 뒤에 집어넣는 금액, 또는 일 년 뒤에 집어넣는 금액은 똑같이 천 원인 것과 같다. 하지만 은행의 복리 적금과 같이 쌓이는 양에 따라 새로 입금되는 금액이 달라진다면 연못 수련 사례처럼 지수 증가를 하게 된다. 은행 잔액에 따라 7%의 이자가 매년 붙는다고 가정하면 은행 잔액이 두 배가 되는 시점은 11년 뒤가 된다. 즉, 홍길동이 100만 원으로 시작했을 때 처음과 같이 7만 원(100만 원 x 0.07 = 7만 원)의 이자를 매년 받는다면 계좌 잔액이 200만 원이 되는 시점은 15년 째 해가 되지만(100만 원 / 7만 원 = 14.3), 정창권이 매년 은행 잔액 기준으로 7%의 이자를 매년 받는다면 11년 째 해에 두 배가 되는 200만 원을 갖게 된다. 이 대목에서 다음 퀴즈를 맞혀보기 바란다. 위 사례와 같은 조건으로 홍길동과 정창권이 200만 원으로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각각 두 배가 되는 시점 즉, 400만 원을 갖게 되는 시점은 몇 년 뒤가 되겠는가? 답은 홍길동은 29년 째 해가 되지만 정창권은 여전히 11년 째 해가 된다(주 2).


위 단락에서 눈치가 빠른 사람은 알아차렸을 것이다. 나는 증가라는 표현을 유입량(inflow)으로 대치시켰다. 지수 증가의 구조적인 특징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유입량에 따라 누적되는 양이 달라진다. 홍길동의 경우나 정창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유입량과 쌓이는 양(누적되는 양)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휴지를 길에 버릴 때 그 휴지가 어딘가에 어떤 의미로 쌓인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한다. 변화에 관심을 두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내가 길에 버린 휴지가 많아질수록 길거리의 오염도는 증가할 것이다. 내가 길에 버린 휴지가 많을수록 환경에 대한 나의 무관심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홍길동과 정창권이 다른 점은 이다음부터다. 홍길동의 경우는 늘어나는 잔액이 이자에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정창권의 경우는 늘어나는 잔액이 이자에 영향을 줬다. 이는 홍길동이 길거리에 휴지를 버려서 거리가 갈수록 더러워지지만 그렇다고 길거리에 휴지를 더 많이 버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정창권은 내가 버린 휴지 때문에 거리가 더러워질수록 더 많은 휴지를 버리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길동의 경우는 원인은 원인이고 결과는 결과였다. 결과가 다시 원인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는데 정창권의 경우는 결과(거리 오염도의 증가)가 원인에게 영향(더 많은 휴지를 버린다)을 주고 있기 때문에 이젠 뭐가 원인이고 뭐가 결과인지 헷갈릴 지경이 되었다. 바로 피드백(feedback)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모든 지수 증가 현상에는 피드백이 있을 거라고 믿고 살펴보기를 권한다. 이것이 구조를 파악하는 훈련의 시작이다. 


지수 증가 구조의 핵심은 피드백 (Feedback)


이 연못 수련의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우리 주위에서 지수 증가의 사례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 자원 소비, 환경 오염, 식량 생산량, 산업 생산량 등 수없이 많다. 이들의 모습이 모두 연못 수련의 지수 증가처럼 매끄럽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 3>의 전 세계 콩 생산량 그래프에서처럼 약간의 등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추세가 지수 증가의 행태를 보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그림 3> 전 세계 콩 생산량 (Meadows et al., 2004 인용)

산업 혁명 이후 각종 사회 경제 시스템이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위 정창권의 복리계산의 구조를 적용한다면 이런 다양한 지수 증가 현상에는 피드백 구조(feedback structure)가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정원 관리사에게 돌아가 보자. 

이 정원 관리사는 문제가 심각해지는 양상을 시간에 어느 정도 비례해서 나타나는 선형 관계(linearity)를 전제로 생각한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지수 증가의 실체를 경험할 때 당황하게 된 것이다. 이 수련 이야기는 우리가 문제를 생각하는 방식이 선형 관계에 매우 익숙해져서 아직 문제 해결할 시간이 많다고 착각하게 하는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위 본문에서 두 번에 걸쳐서 강조한 문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수 증가의 형태로 문제가 커지고 있는데 이것을 선형 관계로 받아들이게 되면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시간을 놓치게 된다. 혹시 주위에 문제가 아직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고, 시간이 충분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 있다면 다시 살펴봐야 한다. 이 문제가 사실은 지수 증가 행태를 보이는데 내가 선형 관계로 해석하고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제한된 연못이라는 공간에서 수련이 점점 많아지는 모습에 정원 관리사가 쩔쩔매며 대응하는 모습이 마치 지구 온난화에 대한 인간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을까? 아직도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주 1) 첫 번째 로마클럽 보고서로 유명한 Limits to Growth는 1972년에 출판되었다. 이 책은 당시 성장이 영원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자본주의 최고 성장기인 1970년대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 책의 저자들은 30년 뒤인 2004년에 그 업데이트 버전인 Limits to Growth: 30-year-update라는 책을 출간한다. 내가 볼 때도 2004년도 책이 훨씬 잘 쓰여있다. 나는 2016년 1월에 제자들과 함께 일주일에 걸쳐 이 원서를 낭독(엄밀히 말하면 윤독)하면서 한 줄 한 줄 음미한 경험이 있다. 이 책의 제 2장 The Driving Force: Exponential Growth에는 연못 수련 사례를 포함해서 다양한 지수 증가(exponential growth)의 사례와 함께 왜 위험한지 잘 설명되어 있다. 본 내용에 대해 더 궁금한 분은 이 책으로 심화 학습하기 바란다. 


주 2) 홍길동의 식의 식은 다음과 같다. 

(목표 금액 - 현재 잔액)/이자=(400만 원 - 200만 원)/7만 원 = 28.6(년)

반면 정창권의 지수 증가에서 두 배가 되는 시점을 계산하는 손쉬운 공식이 있다. 대략 72/성장률(%) 하면 된다. 따라서 현재 금액과 상관없이 무조건 두 배씩 증가하는 시점(doubling time)은 72/7(%) = 10.28이 된다. 따라서 연 단위이기 때문에 11년째 두 배가 넘는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그림 3>의 콩 생산량의 doubling time은 16년이다. 즉, 성장률은 약 4.5%다(16 = 72/4.5(%)).





Reference

Donella H. Meadows, Jorgen Randers, and Dennis L. Meadows (2004) Limits to Growth: The 30-Year Update. Chelsea Green Publi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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