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세끼]에서는
'먹고 싶어 먹은 건 아니야'라는 부제로
어쩌다 먹게 된 30이란 나이에 얽힌
이야기를 다뤄요.
서른이 됐다고 “나는 이제 끝이야, 난 이제 늙은이야”라고 땅을 치던 것도 옛날이야기가 됐다.
30대를 최대한 거부하며 살고 싶던 나는
말도 안 되는 말로 30대 입성을 거부했다.
29세가 찍힌 처방전을 강조하며
“나는 아직 20대!”라고 외쳐댔고
올해도 “처방전 나이가 중요해”라며
30세가 찍힌 처방전을
여기저기 흩날리며 자랑했다.
대관절, 30대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
29세, 내 젊음이 끝나는 줄 알았다
스물아홉의 나는 내 젊음이 끝나는 줄 알았다.
서른은 더 이상 청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29.9세는 벼랑 끝에 매달려 떨어지기
일보 직전일 것 같았고,
내년 1월에는 30세라는 불구덩이에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 끔찍한 상상으로 29살 하반기부터 마지막 20대를 열심히 붙잡고 있었다.
야속하게 흘러가 버린 20대를 회고했다.
대학생 때 내가 상상했던 20대 후반의 나 현실의 나
나를 포함한 모든 친구가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29살 1월을 맞이했다.
1년 여가 지난 29살 12월 단톡방은 난리가 났다.
'야 우리 이제 어떡하냐', '한 달 후에 30대 실화냐'라는 29.9세들의 한탄들이 쏟아졌다.
29살 11월에 올렸던 인스타 피드에는 29.8세, 12월엔 29.9세의 발악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한겨울이라 추운 건 당연했지만
왠지 더 춥게 느껴졌다.
다시 버킷리스트를 꺼내다
20대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던 29.8세, 11월. '뭘 할 수 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20대 초중반에 썼던 버킷리스트를 찾아들었다.
'20대 때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에는
참 재밌는 것들이 많았다.
지켜진 것도 있고, 못 지켜진 것도 있었다.
그중 남은 20대 때 내가 해볼 수 있는 게 있을까 천천히 체크해봤다.
버킷리스트가 제대로 적힌 다이어리가 있었는데 어디로 사라진걸까?일단 이거라도 첨부해야지 혼자 유럽 여행 가기
누군가는 참 쉬운 버킷리스트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겁쟁이인 내겐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버킷리스트였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가 20대가 다 가도록
큰 결심은 해보지도 못하고 29.8세가 온 것이다.
내 20대가 한 달 남았다고?... 가자!
그냥 혼자 떠나보기로 했다
남은 20대 때 남은 버킷리스트를 이뤄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꺼내 든 버킷리스트.
그중 가장 멋지게, 빠르게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 건 '혼자 유럽 여행 가기'였다
이게 바로 29.8세의 용기였을까?
아주 조심스럽게 굴러가는 낙엽에도 화들짝 놀라는 겁쟁이인 나는 그냥 일단 떠나보기로 했다.
그리고 많이 우울했던 나의 29.8세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크리스마스를 유럽에서 맞이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루트를 찾았다.
저 10일 연속으로 휴가 쓸게요
쉬지 않고 달려온 나의 29세.
한 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았지만
연차가 10일이나 남았다.
나의 버킷리스트 달성을 위해 10일 연속으로 휴가를 쓰고 떠나기로 결심했다.
연말 평가를 앞둔 12월,
1월은 많은 직원들이 몸을 사린다.
갑자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직원들이 있을 정도인데..
뭐, 난 모르겠고 그냥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 엄청난 용기에는 배경이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나는 정말 열심히 부끄럽지 않게 일했다
완벽한 근태(지각 0회)
성과가 분명해서 당당할 수 있었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완벽하게 마무리하고 떠날 수 있는 일정, 계획
거절하면 그냥 퇴사할게요. 아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