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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Jun 05. 2024

[현재]희망이 있으니까 버티는거야.

때로는 버티는 힘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매일 매일 되풀이되는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가고 싶지 않은 한 40대 여자이자, 엄마, 아내의 고분분투 해방일지. 전 세계를 돌고 돌며 나 다운 꽃을 피울 수 있는 땅을 찾아 다녔다. 하지만 돌고 돌아 다시 대한민국 땅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대한민국 땅을 한번도 떠나본 적 없고 떠날 생각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 혹은 평범하지 않은 )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면서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른 언어로 이해하고 있고 같은 집에 살지만 다른 살림을 하고 있는 듯 가깝지만 먼 한 남자와 살면서 매일 해방을 꿈 꾸며 하루 하루 도장 깨듯 버티며 살아가고 있다. 버티다 보니 결혼 한지도 벌써 3년, 천일이 지났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버티는 동안 시들지 않기 위해 특별한 성취와 자유를 찾아 나서기로 했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버티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본캐는 아니지만 간간히 통 번역일이 들어올 때가 있다.  매번 고민을 하고 할 때마다 어렵고 버겁다고 느끼면서도 마음이 가는 일은 쉽사리 거절을 못할 때가 많다. 두뇌 풀 가동의 피곤함과 긴장감이 가끔은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긴장감이 높은 행사일수록 다량의 도파민의 분비가 며칠간 이어져 한동안 붕 뜨는 기분이다. 막이 내려진 후 찾아오는 고요함과 안도감이 주는 평화도 통역 행사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많은 것도 이 일의 매력이다.


작은 산골마을에 살면서 별다른 자극 없이 사는 것이 평화롭다가도 어떤 날은 지루해서 미칠 것 같은 날 들이 이어지기를 반복하며 전쟁 같았던 4년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세상과 연결되고 싶다는 간절한 기도는 저 멀리, 전쟁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고 삶이 파괴된 팔레스타인과 연결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번 팔레스타인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이 위로받고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평화에 감사함이 커졌다. 팔레스타인 현지인들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난민들이 그토록 원하는 것은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이 삶일 테니.     



막이 내려진 후 찾아오는 고요함과 안도감이 주는 평화의 맛을 가끔 생각나고 맛보고 싶어서 인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어려운 과제를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끝나고 나서 함께 준비한 동료들이나 스태프, 연사들과 한 배를 타고 목적지에 무사히 도착했을 때 함께 느끼는 연대와 결속력, 성취감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서로 부족하고 아쉬운 것을 채워주고 도와주며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때 나는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이 모든 일이 사랑으로 한 일이기에 사랑으로 보답 받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행사를 마치고 스스로 부족하고 실수한 부분에 대해 자책하고 있을 때 행사를 주관하신 분이 다가오셔서 따듯한 미소와 함께 말을 건넸다.



“당신은 평화적 카리스마를 갖고 있습니다. 당신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평화 활동에 앞장서 주세요, 우리와 함께 일을 해주세요.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앞으로 내가 팔레스타인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봤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제대로 된 소식들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내적 평화를 통해 평화를 실천하는 일부터!



팔레스타인 평화활동가, Nidal Abuzuluf 와 함께. 평화포럼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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