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쉘위 Jun 18. 2024

무해한 주말 보내기

아이와 제로웨이스트 여행



조금만 부지런을 떨고 조금만 준비를 하면 쓰레기 하나 없는 호사스러운 여행이 가능하다. 내가 공짜로 누리고 있는 숲과 계곡, 맑은 공기를 위해 당연한 일이 자연스럽게 되어야 할 일이지만 몸이 피곤하거나 귀찮으면 인간은 바로 편리함을 찾게 된다. 주말 한 끼 정도는 외식을 하거나 대충 때우는 것도 선택이 될 수도 있지만 평범한 밥 한 끼도 조금 특별한 곳에서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먹는 것도 내가 선택할 수도 있다. 가끔은 생각의 전환과 관점의 전환이 나는 일상의 진보이자 여행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나만의 방식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나의 삶을 행복하고 나의 영혼을 풍요롭게 살찌운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런 일상들이 모여 습관이 되고 삶을 이룰 때 마음이 지치고 힘들 때 쉽사리 회복되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런 곳이 나에게는 숲이자 자연이다. 흙을 밟고 새소리를 듣고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고 무더운 더위에도 나무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물 한잔을 마시면 그 어떤 음료수 보다 달콤해진다. 그리고 그 행복과 기쁨은 땀을 조금이라도 흘렸을 때 더 커진다. 그 맛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또 숲을 찾고 산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그랬듯, 자연스럽게 아이도 그 기쁨을 알기는 바라는 마음에서 주말에 우리는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기후위기가 존재 위기 처럼 되어 버린 요즘. 한 여름에도 에어컨 보다 더 시원한 곳이 울창한 숲, 계곡 물이라는 것을 알면 숲과 계곡을 지키기  위해 덜 해치는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다음 세대들을 위해 지금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른들이 끈적끈적한 그 느낌도 조금 참아보고 에어컨을 덜 틀기만 해도 지구의 온도는 덜 올라가지 않을까 싶다. 올여름 역대 급 폭우, 폭염 온다던데 이러다 곧 지구는 폭망 할 듯싶다.


아이에게 영어 교육이나 한글 교육보다 나는 지구 시민 교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머리가 비대해 지기보다는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하고 체력이 되어야 지구력이 생기고 지구력은 집중력을, 집중력은 몰입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몰입은 무엇을 하든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아이가 무엇을 하든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산다면 바랄 게 없지 않을까?


나는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땅을 살리고 그 먹거리로 음식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먹일 때 즐거운 사람이다. 그리고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안하고 평화롭다. 내가 아이에게 가장 친절하고 상냥하고 모든 것을 허용하는 관대함을 줄 수 있는 곳도 자연이다. 그리고 아이도 자연물로 모든 것을 상상하고 창조한다.




텃밭에서 기른 루꼴라와 바질과 냉장고 속 채소들을 잔뜩 넣은 토마토 파스타와 꼬마 김밥을 만들어서 숲으로 떠난 여행. 숲 속을 걸어 다니면서 여기저기 탐험하고 땀 흘리고 나면 집에서 잘 안 먹던 음식들도 맛있어지는 마법, 음료수 대신 물통에 미리 담아 온 물을 마시고 물티슈 대신에는 나뭇잎으로 뒷정리를 하고 젓가락은 미리 챙겨 오면 쓰레기 하나 없는 근사한 식사가 된다. 그렇게 작은 습관이 모여 삶을 이룰 때 만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사는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대로 살 때 내가 원하는 삶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 



나의 가슴은 내가 구할 수 없는 모든 것 들로부터 감동 받는다. 너무나 많은 것이 파괴되었다. 나는 대단한 힘도 없이 여러 해가 지나도 고집스럽게 세상을 재구성할 이들과 운명을 같이했다.         -에이드리엔 리치-


지금 내가 지구를 구할 수는 없지만 지구를 덜 해치는 아주 작업 방법이라도 뭐라도 하지 않으면 이 아이가 크고 자라서 살아야 될 지구는 너무 힘들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지지리 궁상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서 '내가 한들? 무슨 소용이야' 하는 마음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그 마음이 올라오지 않게 오늘도 나는 걷는다. 걸으면 보이고 걷다 보면 분명 마음은 나아진다. 그곳이 숲이나 자연 속일 때 효과는 확실히 크다. 그래서 나는 숲을 귀하게 여기고 싶다. 그리고 나의 존재 또한, 너의 존재 또한. 손발이 조금 불편하고 눈은 덜 자극적인 놀이와 여행이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지구에게 더 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나면 편함이 다 좋을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될테니.






매거진의 이전글 다섯살 아이와 도보 부산 여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