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야

라떼는 위로지

by 초연

라떼는 말이야.

아기 의자가 필요해서 중고마켓을 며칠동안 열심히 디깅 하다보니 발품 파는게 쉽지가 않다. 서로 시간 맞추는 것도 어렵고 육아하다보면 핸드폰을 내팽겨치다보니 나도 그렇고 파는 사람도 문자 보내는 타이밍을 놓쳐서 거래가 불발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골에서는 아기 키우는 사람이 없어서 아기 물건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도시는 물건들이 넘쳐난다. 같은 물건이라도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무료 나눔 하시는 분들도 참 많고 정말 저렴한 가격에 판매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판매가 성사하기까지 여러번 오고 가는 메세지에 쏟는 시간, 모르는 사람이 집에 찾아오는 부담감, 시간 맞추는 번거로움. 나에게는 너무나도 피곤한 일이라 그냥 지인들에게 나눠주는데 중고마켓에는 무료 나눔부터 천원, 이천원에 판매 하는것도 수두룩하다. 집안에 쌓여가는 육아템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일까. 무료 나눔 하는데도 까다로운 엄마들이 많은지 예민맘은 피해 달라는 글이 꽤 자주 보인다. 아오, 생각만 해도 피곤하다.

오늘은 엄마랑 드라이브 하는 김에 아기 의자 거래를 하러 갔다.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연락이 되지 않자 슬슬 짜증이 났다. 술집과 노래방이 즐비하고 너무 어수선하고 복잡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동네였는데 길거리에 담배피는 아저씨들이 차 옆에서 침까지 뱉고 이른 저녁에 비틀 거리는 모습에 눈쌀이 찌푸려졌다. 기분이 좋지 않아서 그냥 가려는데 전화가 왔다. 판매자다. 아기 엄마는 숨을 헐떡 거리며 미안하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고 눈물이 날거 같았다. 아이는 옆에서 울고 소리를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 저 지금 여기 밑에 카페에서 커피 주문 하려고 하는데 뭐 마시고 싶은거 있어요?”

“ 아. 저 그럼 따뜻한 라떼 하나만 사다 주시겠어요?”

“ 네 그럼 나오시지 마시고 현관 앞에 의자 두세요. “

그렇게 나는 현관 앞에 따뜻한 라떼와 붕어빵을 두고 왔다.

얼굴 한번 본적 없는 사람에게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어쩌면 내가 받고 싶은 그 마음을 그 사람에게 오늘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어보이는 그 엄마가 안쓰러워 보여서. 아니면 나는 그 엄마 보다는 덜 힘드니까 괜찮다고 내 자신을 위로 하는 거였을수도. 암튼 거래는 피곤했고 신경질 나던 마음은 라떼덕에 부드러워졌다. 그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다. 나에겐 바닐라 라떼가 신경안정제 인것 처럼. ( 어쩌다 한번 먹었던 달달한 바닐라 라떼가 요즘 매일 땡기는게 문제긴 문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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