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퀘벤하운 Jul 22. 2018

변화하는 방송시장, 넷플릭스라는 펀딩의 출현

미스터션샤인의 제작비를 바탕으로

요즘 필자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미스터션샤인이라는 드라마는 CJ E&M 드라마사업부로부터 독립한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에서 제작하는 것이다. 이 스튜디오드래곤이라는 회사는 지난 2018년 6월 넷플릭스와 미스터션샤인 방영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정확한 금액은 공시하지 않았으나 의무 공시 기준인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인 2,868억 원을 고려하면 대략 300억 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출처: 아래 머니투데이 기사)


http://news.mt.co.kr/mtview.php?no=2018062210464872129


기사에 따르면 미스터션샤인의 제작비는 400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24회를 고려하면 회당 제작비는 대략 16억 원 수준이 될 것이다. 아래 뉴욕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미국의 공중파 방송의 경우 대략 회당 3백만 불, 케이블의 경우 2백만 불가량의 제작비가 소요된다고 한다. 현재 환율로 2백만 불이면 대략 22억 원가량 되는데, 이를 토대로 해석해 보자면 한국의 드라마 제작비도 바야흐로 할리우드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https://www.nytimes.com/2010/04/05/business/media/05cable.html


이와 같이 높은 수준의 제작비로 고퀄리티 드라마를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와 같이 3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넷플릭스와 이처럼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 자체가 한국 외에도 흥행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현재 한국 유료 가입자수를 정확히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 지난해 7월 기준 20만 명이었으니, 이를 바탕으로 낙관적으로 추정해보는 매출액은 가입자당 1만 원의 사용요금을 고려했을 때 일 년 수익은 대략 240억 원에 불과(?!)하다.


http://hankookilbo.com/v/999cc8f8f7664b36b6bbee3919ee4187


넷플릭스는 미스터 선샤인에 대해 현재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서비스를 공급하게 되는데, 덕택에 인도아대륙에 거주하는 필자도 요즘 즐겁게 주말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 넷플릭스는 어떠한 매출구조를 가지고 이렇게 한국의 드라마에까지 수천만 불을 투자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NETFLIX, INC. 의 Annual Report를 좀 읽어봤다. (주, 이하 회계를 잘 모르는 문외한이 흥미를 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투자목적으로 사용되어서도 안될 것이며, 사실여부에 대해서는 스스로 Annual Report를 읽고 판단하길 권고한다)


https://www.netflixinvestor.com/financials/annual-reports-and-proxies/default.aspx

 

본디 DVD 대여업을 하다 2007년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기반 TV 및 영화 등 영상 서비스를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전 세계 190여 개국 1억 1천7백만 명의 스트리밍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사업보고서를 읽다 보면 종종 인식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되고는 하는데, 넷플릭스 역시 그러한 부분들이 종종 보인다. 특히 Seasonality 부분을 보면 넷플릭스 역시 방송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지라 매출이 보통 겨울철에 증가한다고 명기되어 있는데, 이는 한국의 방송사업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미스터션샤인의 제작사이자 CJ E&M의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2018년 1분기 사업보고서의 일부이다.


TV 시청 동향은 전반적으로 일조량 및 야외 활동 시간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월별시청률은 겨울철(1~2월)이 가장 높고, 이후 야외 활동이 증가하는 봄철(3~6월)에는 시청률이 감소합니다. 또한 높은 기온과 25세 미만(초등학생~대학생) 들의 방학 기간인 여름(7월~8월)에 증가, 가을철(9~10월)에는 다시 감소 후 겨울철(11~12월)이 되면 다시 증가하는 특성을 지닙니다. 따라서 방송 관계 업자가 가장 주목하는 계절은 겨울입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해가 일찍 지면서 시청 대상자들의 외출 횟수가 줄어들고, 초·중·고·대학생들의 방학이 12월 ~ 2월에 존재하기 때문에 타 계절 대비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TV를 시청하는 시청자가 증가하고 TV 몰입도 역시 커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방송사에서 대형 블록버스터를 겨울철 (12월∼2월)에 주로 편성하고 있습니다.


과연 대형 블록버스터가 설날에 나오는 것은 느낌적 느낌이 아니었던 것이다. ㅋ 여튼 다시 넷플릭스의 사업보고서로 돌아와 보자면, 일단 주가 추이가 기가 막힌다. (샀어야. 샀어야. 샀어야 했는데...ㅠ 이게 대체 5년 만에 몇 배인 것이야)



여하튼 이 넷플릭스의 연간 매출(Revenues) 역시 상기 주가와 같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데, 2013년에 43.7억 불이었던 매출은 2017년 116.9억 불로 약 2.7배가량 상승했다. 영업이익의 신장이 더 눈에 띄는데, 13년 2.2억 불에 이르던 영업이익은 17년 8.3억 불로 3.8배가량 상승했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저런 주가는 이러한 실적이 받쳐주었으니 가능한 일이란 말이다. 



또 하나 저러한 주가가 가능하게 만든 긍정적인 지표도 사업보고서에서는 제시되고 있는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입자 수이다. 2017년 현재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수는 1억 1천만 명가량되는데, 이게 13년에는 4천4백만 명 수준이었다. 게다가 연간 신규 가입자수도 13년에 1.1만 명에서 17년에 2.3만 명으로 꾸준히 기울기를 높여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니 흥할 수밖에.



이 중 절반가량은 내수시장인 미국 가입자수인데, 2017년 기준 내수시장 유료 가입자수는 약 5천2백만 명이며, 이로 이들의 평균 월 멤버십 비용은 10.18불이다. 따라서 이로 인한 연간 매출액은 약 61.5억 불에 이르게 된다. 현재 환율 기준 한화로 환산하자면 약 6조 9,867억 원, 대략 7조 원 수준으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숫자는 이익에 해당하는 저기 저 22.8억 불인데, 본디 전체 재무제표 상 영업이익이 8.3억 불에 불과한데 미국 내 스트리밍 사업으로만 무려 22.8억 불을 벌어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미국 내에서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전체 재무제표에서 줄어들게 된 이유는 Marketing (12.7억 불), Technology and development(10.5억 불), 그리고 General and administrative(8.6억 불) 등의 간접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 이 지리한 사업보고서 탐구여행은 무엇을 위함이었나. 미스터션샤인에 투자한 그 300억 원, 그러니까 현재 환율로 대략 2천6백만 불가량은 넷플릭스 비용에서 얼마나 해당하느냐를 추측해보기 위함이었다. 시간이 길어졌다. 노트북 배터리도 다 되어가고. 어여 끝내보자 ㅋ 사실 저러한 형태의 투자금은 아마도 회계상으로 무형자산으로 등재되어 상각이 되기 마련인데, 이를 영어단어로 Amortization이라 한다.



상기 현금흐름표 상 보여주는 무형자산의 상각비용은 2017년 기준 61.9억 불에 이른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증가한 이 무형자산의 상각비용은 14억 불가량 되는데, Notes의 Streaming Content에 따르면 내용연수를 10년으로 보고 상각하고 있던데, 이를 통해 대략 추정해 보자면 이 회사는 해당 기간 약 140억 불가량을 컨텐츠 자산 구매에 투자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그러니까 대략 15조 원가량. 어마어마한 규모다. 여기서 미스터션샤인에 투자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은 약 3백억 원. 이는 모 딱히 넷플릭스 회사 자체에서는 그다지 큰 투자규모는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나의 상기 가정이 틀렸다면 댓글을 통해 조언을 부탁한다)



넷플릭스는 위 타임라인과 같이 연도별로 꾸준히 해외진출을 하여 현재는 중국과 북한, 시리아를 제외한 거의 전 세계 모든 국가에 진출을 했다. 따라서 컨텐츠 구매도 할리우드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이나 인도와 같은 미디어강국에도 상당히 많이 범위를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아래 기사를 보면 넷플릭스는 인도에도 연간 500-600 크로레 루피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하는데, 이는 약 1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이다. 


https://www.livemint.com/Consumer/7zJ4iQ9Yyk0wG49OL5rKKP/Netflix-eyes-the-crown-with-local-content-in-India.html?utm_source=scroll&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scroll


점차 그 국경을 넘어가고 있는 방송시장. 새로운 플랫폼인 인터넷 스트리밍 시스템으로 인해 국내 방송업계에도 risk와 opportunity가 상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스터션샤인과 같이 제작사는 더 많은 펀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기존 방송국과 같은 플레이어들은 그 플랫폼 자체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부디 한류를 이끌어가는 한국의 방송관계 업 종사자 분들도 더 잘되어 opportunity로 이용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스트제도를 통해 바라본 하층민보호정책의 역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