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안 써질 때는 어떻게 해요?" 아이들 대상 특강에 가서 받는 질문 중 하나이다. 작가 특강의 반 정도는 질문받기 시간이다. 선생님이 미리 아이들에게 질문을 받아놓거나 혹은 질문을 미리 적어오게 한 뒤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발한 질문이 나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 뻔하고 반복되는 그야말로 별 영혼이 담기지 않은 그러니까 질문을 하긴 하지만 답이 정말 궁금하지 않은 형식적인 질문들이 많다. 저 질문을 받을 때는 항상 '안 써지면 안 쓴다'라고 대답하곤 했다.
쓰고 싶을 때까지 안 쓰는 방법도 있고, 써지지 않아도 무엇이든 쓰면서 써지길 기다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나는 항상 전자 쪽을 선택했다. 몇 주, 또는 몇 달 동안을 쓰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안 써질 때 안 쓰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편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심각히 불안하고 걱정되고 오만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꽉 채워서 더 힘들고 지친다. 편안하게 정말 편안하게, 뭐 그럴 수도 있지 라며 그 시기를 보낼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그 정도의 멘털이라면 아마도 엄청 훌륭한 작가가 되어 있었겠지.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써지지 않던 슬럼프 시기에 억지로 온 힘을 다해 썼다가 매우 괜찮은 작품을 건졌던 경우가 두 번 있었다. 고통에서 작품을 길어 올린다는 말이 참 마땅치 않지만 실제로 겪은 경험으로는 그게 가능했다. 그래서 오히려 이런 시기가 어둡고 답답한 곳에서 뭔가를 찾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웅크리고 지나가길 기다리던지, 웅크리고 바닥에 뭐 떨어진 거 있나 찾아보던지... 어쨌든 시간이 약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오늘도 버티느라 수고했어.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