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2005년에 개봉했던 <아일랜드> 속 미래가 바로 2019년 7월 19일이군요?우리는 영화 속 미래를 지난 현재에 있고요.
네. 당시 이 영화를 볼 때, 와. 미래가 저렇겠다, 실감도 나면서 놀라웠는데, 과학 발전의 정도라든가 의학 기술의 발달, 그로 인한 인간의 도덕성 같은, 논의하고 공부할 여지가 많은 대단히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니까, 당시에 굉장히 획기적인 미래를 작품 속에 그려냈을 것 같은데, 그 미래가 바로 몇 년 전이라니, 실제로얼마나 적중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선 이완 맥그리거, 스칼렛 요한슨이 주인공이에요. 이완 맥그리거가 '링컨 식스 에코'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고 스칼렛 요한슨이 조던 투 델타로 등장하는데요, 알 수 없는 악몽을 꾸며 링컨 식스가 일어나요. 수면 체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눈앞에 보이는 벽면에서는 수면 이상 감지라는 글이 뜹니다. 그리고 옆 쪽 벽면에서도 정신감정을 받으세요, 라는 권유의 문장이 뜨죠.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요즘 휴대폰에도 수면분석이라든지, 걸음을 체크하거나, 체온을 체크하기도 하고, 더 걸을 것을 권유한다든지 바이오리듬 조절하는 것에도 벌써 영향을 끼치고 있죠.
맞아요. 2005년 당시엔 매우 획기적인 시스템이었겠지만 지금 이미 우리가 집집마다 사물인터넷을 통해, 밖에서도 빨래 건조기나 공기청정기 같은 것들을 켜고 끄고를 하고 있어요. 휴대폰이 심박동이나 혈압을 측정해 휴식을 권하기도 하고요.
조금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2005년에 개봉했다면 그보다 1년 전쯤 제작됐을 거고, 시나리오도 그 이전에 나왔을 텐데, 당시에 어떻게 이런 구체적인 미래를 그려낼 수 있었을까요. 참, 인간의 상상력이 대단하죠.
영화가 시작하면, 막 잠에서 깨어난 주인공이 제일 먼저 화장실부터 가는데요. 볼일 보는 것과 동시에, 눈 위치의 벽면에서 분석 중, 이라고 뜨더니, 나트륨 과다 검출, 영양분 조절을 권장합니다,라고 해요.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금보다 조금 더 실생활과 밀접해있네요. 잠 잘 때도 수면의 질을 분석하는 침대가 필요한 거고, 화장실 변기도 AI로 다 바뀌어서 건강을 체크하고 분석해주니까 어쩌면 건강적인 측면에선 유익한 것 같습니다? 일일이 지금처럼 1년에 한 번 건강검진 받지 않아도 그날그날 이상을 체크해주니까 유용하겠네요.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정말 건강해요. 영화 속 2019년은 끔찍한 재앙으로 대부분 인류가 죽었고 몇 백 명만 남아 거대한 건물 유토피아 안에 격리된 상탠데요. 부족한 게 없는 유토피아의 통제 안에서 하얀 슈트만 입고 생활해요. 건강체크를 매일 받는 건 누구보다 상태가 좋아져야 선택을 받을 수 있고, 선택된 자만 오염되지 않은 미지의 땅 아일랜드에 갈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아일랜드는 모두의 소망인데요, 언젠가부터 링컨은 지금 살고 있는 곳에 의구심을 갖게 돼요.
부족한 게 없는 유토피아라고 하니, 일일이 건강 체크해주는 그런 곳이 실제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식단 조절도 해줄 것이고 근육이 부족하면 운동도 시켜줄 것이고, 최고의 몸 상태로 아일랜드에만 가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최첨단 시설을 다 동원해서 건강을 체크해주죠. 그런데 이상하게도 링컨만은 이곳을 다른 시선으로 살피기 시작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살아있는 나방 한 마리를 발견하게 되죠.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사람들이 바깥세상과는 격리되어 건물 안에서만 지낸다고 했는데, 살아있는 나방이라면 어딘가에서 들어왔다는 게 되네요? 그럼 이제 바깥세상은 생물이 살 정도로 회복된 건가요?
항상 의구심을 품었던 링컨도 그 부분을 의심하게 됩니다. 날아다니는 나방을 본 이후로 본격적인 의심을 시작하게 되죠. 그러다 결국 들어가서는 안 되는 시설로 들어서고 끔찍한 장면을 목격하고 맙니다.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끔찍한 장면이라니, 왜인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 같은 느낌이 들면서 섬뜩하네요.
섬뜩합니다. 얼마 전 모두의 축하를 받으며 아일랜드에 뽑힌 친구가 있어요. 감격한 친구가 손을 흔들며 아일랜드로 떠났고 사람들은 더 건강해져야지, 각오하며 삶의 희망을 키우는데요.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떠났던 바로 그 친구가, 아일랜드로 가긴커녕 온몸에 의료장치를 단 채 죽어가는 장면을 링컨이 보게 된 거죠.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지하시설에서는 더욱 엄청난 것을 보게 되는데요, 아직 깨어나지 않은 수천 명의 복제인간들입니다. 이 건물 유토피아는 실제 인간의 건강을 위하여 복제인간을 양성하던 곳인데요, 예를 들어 홍길동이 돈 많은 재력가면 유토피아에 의뢰해 홍길동 1 홍길동 2 홍길동 3 재정에 맞는 수량으로 여러 홍길동을 복제해뒀다가 갑자기 신장이식이 필요하면 홍길동 1, 그러니까 홍길동과 똑같이 설계됐고 기억까지 제 기억을 주입시켜둔 실제 자신의 복제로부터 그대로 신장을 갖다 쓰는 거죠. 그러면 부작용 없이 잘 적응이 되니까요.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이 작품이 던지는 도덕적 질문입니다.
복제인간도 실제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생존하는 사람이다.
아무리 과학과 의학이 발달한다 할지라도 인간의 윤리를 넘어서는 일이 과연 옳은가.
영화 <아일랜드> _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속 복제 인간은 심지어 잘 때 꿈도 꾸죠.
그들이 자아를 찾으려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요?
다가올 미래도 참 중요하죠.
환경도 나빠지고, 건강을 위협하는 많은 것들이 예전과 다른 건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은 지식과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고, 따뜻한 누군가의 말 한마디,사랑하는 마음, 사람과 사람 간의 정은 중요하죠.
과연 내 건강을 위해 다른 생명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게 여기는 인생이, ‘사람다운 삶’이 맞을지.
삭막하고 충격적이지만, 이 영화가 던져주는 질문이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무게를 가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