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서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tzMe Mar 05. 2021

약장수

무비에게 인생을 묻다. 62

약장수를 통해 만나게 되는 인생은 어떤 인생일까요?   

사람의 온정과 사랑을 돈으로 사들이는 사람들을 만나볼게요.           



사랑과 온정을 돈으로 산다. 그렇게 기분이 썩 좋게 느껴지진 않는데요.

우리가 이미 많은 매체들을 통해서 자칭 높은 자리라 여기는 부류가, 사랑 또는 성을 상품화시킨 것을 확인한 적이 많아서 대뜸 화부터 날 지 모르겠는데요. 이번엔 조금 다른 경우의 인생이에요. 외로운 분들이죠.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아무리 외로워도 물건 사듯이 사랑을 돈 주고 살 순 없는 것 아닙니까? 어떤 분들이기에 사랑과 사람의 온정이라는 것을 구매할 수가 있죠?

돈을 주고라도 마음을 사고 싶은 분들이죠. 당신이 아는 분 중에 가장 외로운 분은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에 혹시 바로 떠오르는 분 계세요?


           

제가 아는 분 중에, 돈으로 사랑을 사야 할 만큼 외로운 분, 글쎄요?      

이 영화의 감독님이 작품을 통해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 바로 이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당신이 아는 분 중 가장 외롭고 쓸쓸한 분은 바로 당신의 부모님입니다.


갑자기 훅 가슴에 박혀버리는 말입니다.      

그래서 영화 보실 때 자녀의 입장으로는 조금 불편할 수도 있죠. 아마 대 다수의 관객들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을 보며, 우리 엄만 안 저래. 적어도 난 그런 아들, 딸이 아니야, 라는 생각도 하실 거예요. 그런데 과연 그렇게 생각해도 될지. 원래 가까이 있는 사람이 때론 가장 무심하다고, 이 영화 보시는 자녀들은 영화 속 내용을 부인해도, 부모님은 영화 속 엄마들에 대부분 공감을 하셨다고 합니다.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저도 모르는 사이 부모님 마음을 서운하게 해 드린 건 없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영화가 좀 찔린다 할지라도 이런 영화 본 뒤에 부모님이 왜 외로운지를 더 알게 되는 거라면, 찔려도 보는 편이 결론적으로 나은데요?  

네. 부디 자녀들이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2015년 4월에 <약장수>가 세상에 나왔죠. 온라인에선 제대로 인정받았어도 아직도 이 작품을 모르는 분들이 더 많아요. 백혈병에 걸린 딸을 위해 돈 벌기 급급한 가장의 역할을 김인권 씨가 맡았습니다.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백혈병에 걸린 딸이라면 병원비도 많이 들 텐데, 김인권 씨가 가장 역할을 맡았다고 하니, 조금은 웃을 준비를 해도 되나? 하는 기대도 되는데요?

그러잖아도 조치언 감독님은 워낙에 코믹한 캐릭터로 많이 등장했던 김인권 씨에 대한 캐스팅을 우려했다고 해요. 그러나 김인권 씨와의 미팅을 진행하며 우려가 곧 믿음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김인권 씨는 '일범'이라는 가장 역할을 감동적으로 해내죠.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연기하면 또 김인권 씨잖아요. 제작 과정에서 더욱더 신뢰를 받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이제, 앞에 말씀하신 돈으로 사랑을 사는 것에 대해 조금 풀어주시죠.

하루는 일범의 딱한 형편을 지켜보던 친구가 포장마차에서 술 한잔 하면서 일범에게 슬쩍 알려줍니다.

"일범아. 홍보관이라는 곳이 있는데, 어머니들을 모셔다 놓고 노래하고 춤추고 마지막에 건강 보조식품을 판매하곤 해. 거긴 학벌 경력도 안 보는 곳이야."

당장 딸의 병원비라든지 집세 등 마음이 조급한 일범은, 친구의 말에 고민을 해봅니다.

돈 때문에 양심을 버려도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죠.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그게 고민할 문제는 아니죠. 순수한 어머니들을 모셔다가 그러면 안 되는 거죠.

그렇죠. 그런데 반전이 일어나요. 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일범이 결국 홍보관에 가게 되거든요. 어쩔 수 없이 갔던 일범이 수치심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죠.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뭔가 할당된 것을 팔긴 해야 하는데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상사의 눈치를 보며 한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결국 물건을 팔게 되는데요.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한 어머니가 건강식품을 사시면서 우리 아들은 밥 먹으러 한 번 오래도 안 오는데 아들 같은 사람이 내 앞에서 춤춰주고 노래해주니까 참 좋다.라고 하세요.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뭔가 마음이 쿵 내려앉는 말씀인데요? 그럼 거기 가시는 어머니들이 건강식품에 속아서 가시는 게 아니라, 낙이 없어서, 돈 주고 약을 사면서도 거기서 정과 사랑을 느끼러 매번 가신다는 건가요?

네. 바로 그 외로움이 어머님들이 홍보관 찾는 이유였습니다. 결국은 물건을 판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과 정이 그리워 오늘도 가시고 내일도 모레도 가시는 거죠. 구매하신 물건이 한두 개가 아니어서 장롱 속에 넣어 두면서도 또 가시는 겁니다. 실제 촬영 때 홍보관에 가셨던 경험이 있는 어머니들을 전부 단역으로 섭외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정말 홍보관에 가시는 것처럼 다음 날 친구분들을 잔뜩 모시고 와서 박수치며 좋아하셨대요.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인연이 된 한 어머니의 외로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는 일범의 양심과 친 아들에게서 받고 싶은 정을, 일범을 통해서라도 받고 싶어 하는 어머니의 마음, 일범을 반기면서도 툭하면 허공을 응시하는 어머니의 허망한 눈빛을 영화는 꾹꾹 마음에 담아줍니다.

건강식품을 사면서도 어머니가 자식에게, 혹은 자식 같은 일범에게 해주고픈 것은 결국 따끈한 한 끼 식사라는 것도 정작 관객은 우리의 부모님이 아닌 영화를 통해 이렇게 깨닫게 되는 거죠. 추천드리니 한 번 보세요. 슬프고 따뜻하고 아픈 작품입니다.


영화 <약장수> 스틸컷 _ 이미지출처: 네이버

돈으로 사랑과 정을 산다.

마음이 아픕니다.

외로운 어머니들은, 앞에서 웃고 노래해주고 춤추며, 어머니, 어머니 하는 일범이가 그 순간만큼은 친아들보다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겠죠.

이 순간, 삶의 무게를 잠시만 내려두고, 외로운 부모님께 전화라도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까요?

부모님의 공허함과 외로움에 대해 깨우쳐주는 영화 <약장수>였습니다. 



author, SuJi

매거진의 이전글 아일랜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