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닥파닥! 사람을 표현하는 의태어는 아닌데 말이죠. 이 작품을 통해서는 어떤 인생을 만나게 되나요?
인생이라고 하긴 애매하네요. 인생을 빗댄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단은 바닷가 옆에 줄지어있는 횟집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괴롭습니다. 갑자기 회가 굉장히 먹고 싶어 졌어요. 바닷가에 있는 횟집이라면 어떤 횟집일까요. 회도 자연산이 있고 양식이 있지 않습니까.
자연산 회가 양식에 비해 활동량이 많다 보니 10% 정도 더 쫄깃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죠. 그래서 가격도 자연산이 양식에 비해 더 비싸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쫄깃함 차이를 구분하기 어렵대요. 요리전문가도 좀처럼 구분하기가 어렵다는데, 맛 차이를 구분하기 힘든 것이라면 굳이 횟집 갈 때, 자연산과 양식을 차별해야 하는 이유, 어디에서 찾으면 좋을까요? 문득 궁금하네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그렇네요. 자, 그럼 우선 횟집이 등장했고, 자연산과 양식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나누었는데, 뭘까요, 파닥파닥? 조금 독특한 작품일 것 같다는 느낌이 옵니다.
이제 해외든 국내든 굳이 '어른을 위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아도, 애니메이션에 대해서 아이들만 해당된다는 시각이 많이 바뀌었죠. <파닥파닥>도 어른이 보는 애니메이션인데요, 국내에서 제작된 작품이에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국내 애니메이션이군요.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작가들이 꽤 유명세를 탄다던데, 정작 국내에선 애니메이션 작가들에 대한 인지도가 그리 높진 않죠? 저만 그런가요.
국내 극장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오래 상영된다거나 했던 기억이 별로 없으니,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아직은 부족했겠죠. <파닥파닥>을 보시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자부심이 느껴지실 거예요. 내용면에서도 삶에 일침을 가하는 커다란 깨달음을 주니까요, 기대하시고 보셔도 좋습니다.
애니메이션 강국인 일본에서는 TV광고도 애니메이션 주인공이 나와서 한다던데, 왠지 갈수록 애니메이션 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 같지 않습니까? 파닥파닥의 등장 캐릭터들은 그럼 물고기들인가요?
네. 횟집의 수족관 속에 살고 있는 생선들이 주인공이에요. 전반적인 스토리는 굉장히 단순합니다. 어느 날 자연산 고등어 한 마리가 사람에게 잡혀왔고, 양식 생선들이 살고 있는 어장에 넣어지는데, 잡혀 온 이후로 끊임없이 탈출을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는 이야기예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큰 맥락을 훑어 주시니 아주 단순한 이야기 같기도 하네요. 넓은 바다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고등어의자유와 꿈에 대한 갈망. 대략 그런 주제의 작품인가요? 설정 자체가 자연산 고등어와 양식 생선들이니까, 한편으론 고등어가 자꾸 탈출 시도할 때마다 기존 양식 생선들이, 쟤 뭐 하는 거지? 하며 생소해할 것도 같네요.
바로 그 부분이 포인트예요. 잡혀온 고등어는 끊임없이 나가려고 몸을 물 위로 솟구쳐 뛰기도 하고, 유리 어장을 머리로 들이박기도 하는데요. 양식장에서 태어나 줄곧 수족관 내에서만 살았던, 바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생선들은 고등어의 모습을 보고 비웃어요. 그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가 없는 행동이기에 고등어의 몸부림이 우스꽝스럽게 여겨지는 거죠.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의미가 크네요. 양식 어장 속에 있던 물고기들은 '자유'라는 것 자체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그렇죠. 이제 사람에게 대입하는데요, 우리가 보통 어류라는 단어보다는 물고기라든지 생선이라는 단어를 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데, 양식어장에 있는 것들은 식용 목적이 분명하다 보니, 물고기보다는 생선으로 더 많이 불리잖아요. 또 한 군데가 있죠. 어항. 어항 속의 것들은 관상용이다 보니, 관상어로 불리곤 합니다. 파닥파닥은 관객에게 질문해요.
당신은 틀을 벗어나기 위해 끝없이 도전하는 자유로운 물고기가 되겠습니까? 남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인 '관상어'가 되겠습니까? 갇힌 틀 속에서 '식용 생선'의 기능만 하며 살겠습니까?
사람에게 대입시키니 무섭네요. 과연 내가 자유로운 나의 모습으로 꿈을 향해 도전하는 중일까, 아니면 인지도 못한 사이 뼈 속까지 스며든 세상 법칙 속에서 하나의 사회적 기능만을 채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번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반드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작품이 메시지를 주고 있어요. 수족관 안에는 앞에서 언급했듯 계급이 있습니다. 사실은 고등어 외에도 바다에서 온 물고기가 있긴 해요. 아주 아주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수족관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에 위치하고 있는 올드 넙치가 바로 바다 출신이에요. 올드 넙치는 이곳의 보스인데요, 자신이 바다에서 왔다는 이유로 최고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이에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바다에서 왔다면어장 바깥 세계에 대해 넙치도 잘 알고 있겠네요? 그렇다면 넙치도 '자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말인데, 더 넓은 세상이 어떤 것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알면서도 탈출을 시도하기보단 눌러앉기를 택했다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사람으로 예를 들면요. 아무도 해외라는 곳에 나가보지 못한 어느 작은 나라에, 최초로 한 사람이 해외로 나가 많은 것을 배우고 귀국을 하게 되었단 말이죠. 그는 넓고도 넓은 세계를 다니며 많이 배우고 성장합니다. 이윽고 스스로를 특별하게 여기게 된 그는 국내로 돌아와 스스로 왕좌에 앉죠. 그리곤 이야기합니다.
"위험해. 국내를 벗어나면 위험하다니까! 세상은 굉장히 무서운 곳이야. 그런 광활한 곳에 내가 다녀왔으니 나야말로 특별하고 위대한 존재가 아니겠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그는 온갖 겁을 주고 스스로 올라앉은 왕좌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봅니다. 그리곤 각각 계급을 부여해주기 시작하죠. 어장 내의 규칙과 질서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잣대로 구조를 짭니다. 국내를 벗어난 적 없던 사람들은 그의 말을 순진하게 믿고 따르죠. 계급이 나뉜 채 서서히 이름 대신 계급으로 호칭당하며 왕에게 복종하는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죠. 왕의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손님이 오게 돼요. 해외를 누비고 다니던 또 다른 인물이 국내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 손님은 왕과 전혀 다른 말을 하죠.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여러분!이 곳이 전부가 아닙니다.
이 좁은 구조 속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아요.
넓은 세상을 향하여, 나만의 방법으로, 나 답게 나아가야 합니다.자유와 권리는 바다에만 있지 않아요. 우리 모두의 것이므로 우리가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이 좁은 곳이 세상의 전부가 절대 아니란 말입니다.
여러분, 부디 눈을 뜨세요.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올드 넙치가 위기를 느끼겠네요. 왕 노릇을 하려고 자신은 탈출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거니까요.하긴 뭐 수족관에서 튀어올라 밖으로 나간다 해도, 바로 바다에 빠지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길에 떨어져 봤자 다시 수족관에 넣어지거나 지나가는 차 타이어에 밟혀버릴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등어는 ‘자유를 향한 의지를 버리지 마!’라고 외치는 건가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주의 깊게 들어야 할 대사가 나와요.
한 손님이 옵니다.
수족관에 있는 고기 중 하나를 고르죠.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횟집 주인이 생선을 떠내기 위해 수족관으로 다가갑니다.
저마다 숨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왕 노릇 하는 올드 넙치가 가장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은 채 생선들을 향해 지시를 내립니다.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어서 죽은 척 해! 그래야 가장 오래 살아남을 수 있어!"
애니메이션 <파닥파닥> _ 출처: 네이버
그러자 그곳에서 태어난 아기 생선이 올드 넙치에게 묻죠.
"죽은 척해서 살아남으면요? 그다음에는요?"
애니메이션 <파닥파닥>_ 출처:네이버
<파닥파닥>을 보신 후에, 가라앉았던 사춘기 시절 고민이 다시 떠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어쩌면 비좁은 어장 안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좁은 수족관 안에서 내 영역 넓히겠다고, 병든 동료의 꼬리를 뜯어먹고 있진 않나?
동료의 꼬리를 뜯어먹는 누군가를 보고도 간섭할 여유가 없어 묵인하고, 내 순위 경쟁에만 급급하고 있진 않을까?
위기 앞에서 죽은 채 엎드려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언제 어디서든 '진짜' 나의 모습으로 '진짜' 살아있었던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앞으로 꿈을 향해 과감히 날아오르겠노라고?
틀을 벗어날 거라고, 내가 짜둔 틀 안에 남을 가두는 일도 없으리라고, 크게 외칠 수 있을까, 과연.
무거운 작품이라고 느껴지시나요?
괜찮아요.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탄생되었잖아요.
가볍게 다가가 오랜만에 펄떡대는 생기를 가슴에 새길 수 있는, 몹시 실감 나고 여운이 남는 작품이랍니다.
파닥파닥이는 의지를 선물해주는치유 애니메이션이라고 할까요.해외에서까지 치유 애니메이션으로 뜨겁게 인정받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살려내는 선한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