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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드나무 Aug 08. 2019

여성인, 신예들이, 처음부터, 정치를

다큐멘터리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리뷰

<세상을 바꾸는 여성들>, 넷플릭스. 오늘 업로드된 따끈따끈한 신작 다큐멘터리. 영어 원제는 Knock Down The House. 직역하면 하원(The House)을 조져버려, 정도일까. 원제와 국문 제목을 조합하면 이 다큐멘터리의 정체성이 나온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8년 미국 총선에서 하원을 조져버리기 위해 출마를 결심한 민주당 신예 여성 후보 네 명의 예비선거 캠페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룬다.


여기서 내게 제일 유의미했던 것은 '신예'와 '처음부터'였다. 말 그대로 처음부터, 아무런 기반이 없는 사람들이 출마를 결심하는 순간부터 다뤘다는 것. 선거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여러 편 있었지만, 완전히 맨땅에서 시작한 사람이 선거운동을 조직하고 실행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는 없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로웠다. 그들이 어떻게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어서, 정치인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좋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이 다큐멘터리가 다룬 네 사람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가장 유명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 선거에 나서기 전 그는 한 술집에서 웨이트리스 겸 바텐더로 일하는 노동자였다. 아니, 사실 선거운동 초반까지도 그는 노동자로 일하고 있었다. 뉴욕 브롱크스와 퀸을 아우르는 선거구에 출마했다. 해당 선거구를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 의원은 조 크롤리라는 백인 남성으로, 당내 상위 권력자다. 1999년 이후 내내 이 선거구의 의원이었고, 14년간 경쟁자가 없었다. 브롱크스에서 삼대째 살아온 알렉산드리아는 이 사람을 상대로 출마를 결심했다.



그 다음으로 에이미 빌렐라. 네바다 주에서 출마했다. 그는 "모두를 위한 의료보험" 활동가다. 그가 이 활동을 하는 덴 사연이 있다. 그의 딸이 의료보험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활동가가 됐고, 선거에 뛰어들었다. 미주리 주에서 출마한 코리 부시도 있다. 그는 흑인으로,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벌어진 퍼거슨에서 리더격으로 활동했다. 마지막으로 환경 활동가, 폴라 장 스워렌진. 석탄회사와 결탁한 기존 정치인이 그가 사는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멈추기 위해 출마했다.


다큐멘터리가 공통으로 다루는 건 민주당-신예-여성 정치인들이지만, 그들 넷은 이렇듯 전혀 다른 이슈들을 내걸고 출마했다. 그게 좋았다. 다큐멘터리 초반에는 그들이 여성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듯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그들이 가진 전문성과 주제를 강조한다. 알렉산드리아는 노동을, 에이미는 의료보험을, 코리는 인종을, 폴라는 환경을. 예비선거 결과 알렉산드리아를 제외한 셋은 크고 작은 차이로 낙선했다. 카메라는 그들의 아쉬운 표정과 희망을 봤다는 표정을 동시에 포착해낸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는 잘 알다시피 승리했다. 그가 승리를 확인하는 장면이 너무, 너무 좋다. 오직 이 장면 때문에라도 이 다큐멘터리를 권한다. 예비선거 투표가 끝나고 그의 지지자들이 기다리는 술집으로 가는 코르테즈는 내내 그들을 실망시킬까 두려워하는데, 술집 안에서 들려오는 환호성 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뛰어 들어가고, 결과를 확인하며 세상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환호성을 내지른다. 이 장면에서 나도 덩달아 정말 행복해졌고 약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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