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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Dec 05. 2016

교토 11월




늦가을도 끝자락인 교토 11월

지하철을 나와 가장 먼저 발길이 서는 곳인 카모가와 강가에도 조금씩 스산함이 배어 온다.

다양한 국적을 가진 아이들은  낡고 소박한 건물들이 늘어 선 이 뷰를 배경으로 변함없이 다리 위에 무리 져 웅성대고  습관처럼 그 속에 끼어 나도 호흡을 늦추고 이 뷰를 한동안 응시하다 발걸음을 옮기곤 했다.

 일행과 헤어져 바로 교토로 넘어온 건 해 질 녘 기온 거리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오래전 어느 사진작가가 올린 하나미코지의  가옥들이 주던 전통적 져패니즘의 미학에 얼른 

젖어보고 싶었다. 


 본토 쵸였던가 오후의 작은 골목들을 헤매다가 보는 작은 이쁨들.. 

 옛 것을 고수하는 교토의 번화가에도 성탄의 발걸음은 여느 국제도시나 다를 바 없어

 모스버거 바라보이는 거리에 깃드는 트리의 물결...


포토 존이 되고 있는 기온의 요지야 매장 

단풍철이라 그런 지 늦은 밤에도 상가들은 문을 열고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있다. 



<화견소로- 꽃을 보는 거리>

 어둑한 골목을 꺾어들자 오래된 분갑에서 나는 듯한 옅고도 농한 향기가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양파를 오래 익히는 듯한 묘한 요리 냄새들도 어두운 가옥들의 담장을 넘어 스멀스멀 배어 나오기도 했다. 집집이 홍등을 밝힌 게이샤의 거리..

 간간이 검은 승용차들이 사람들 사이를 힘들게

빠지며 백발의 노신사들과 게이샤를 내려놓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목덜미를 분칠 한 게이샤를 찍겠다고 앞다퉈 미행질.. 이 완벽한 옛 가옥의 거리에 헤르메스 매장이 전통의 구조 그대로 나타나 깜놀!  어린 게이샤와 노신사가 사라진 헤르매스의 매장 출입구는 흰 커튼 하나로만 되어 있었다. 그러나 값비싼...                                                                                                                                                                  





아라시야마, 텐류지의 단풍






 부족함과 한적함의 미학  은각사

 늦은 오후였지만 사람들이 많다. 입구를 들어서자 바로 나타나는 관음전의 모습에 가슴이 좀 쿵했다.

어릴 적 아련한 기억 속 다다미 방이 있던 일본식 가옥, 벽 달력 속에서 익숙해진 

그 장면이 눈앞에 선 것이다.  작고 겸허하지만 던지는 의미는 묵직하다.


 사람들 틈에서 사진 하나를 겨우 건졌는데 카메라가 아웃이다.

이어지는 정원이나 이끼가 아름다운 언덕 등은 덕분에 무념무상으로 한가로이 즐겼다.


 이상하게 일주일을 교토 주변에서 맴돌았는데 마지막 날 오후 찾은 이 소박한 사찰과

못다 걸은 철학의 길이 교토에 대한 훗날을 기약한다. 어둑해져 오는 철학의 길을 돌아 나오다 만났던 

어린 일본 여학생은 나에게 길을 안내하며 두 번이나  I like Korea라고 강조해서 좀 슬펐다.

 몇 해전 수학여행 온 일본 고교생들과 우리 아이들의 한 나절 우정 나누기 행사가 얼마나 애틋하고

아름다웠는지  기억이 났다. 모두에게 좋은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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