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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young Apr 25. 2021

봄날에는  갤러리

에스빠스 루이뷔통 ,   서소문 시립 미술관

       

 계절이 바람처럼 훅훅 지나갔다. 사람들의 코로나로 묶인 발걸음에도 불구하고...!

작은 화분이 미어터지도록 건강한 뿌리를 자랑하는 이른 수선화를 장터에서 데려다 놓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창밖으로 눈발같은 벚꽃 한 무더기 쏟아지더니 길 가 가로수에 연둣빛 물 오른 5월이 선다.  

 뜬금없이 이른 시간에 청담동 명품거리를 걷다. 안 그래도 코로나로 한적할 요즘 이 동네의 

오전 9시라니..!

 예약시간을 맞춰 입장시킨다는 루이 뷔통 측의 안내 문자에 질려 걍 아침부터 움직였던 탓이다.          

          

'루이뷔통 메종 서울'은 외갓집 여자들이 오래 전 좋아라 하던 막스 마라 곁이어서 오랫 만에 눈요기도 하고..

샤넬, 프라다 모두 잠자듯이 고요한데 멋진 경비병들만 문 앞을 지키네.       


게르하르트 리히터  4900가지 색채

   독일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게르하르터 리히터, 사진을 회화화 한 독창적인 화법으로 알려졌으며

  2차 대전 후에 파괴된 쾰른 대성당의 창문 복원 작업을 맡아 아름다운 스펙트럼 효과의 예술품을 완성

 낸다.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통해 색면에 대한 초기 연구를 익혀 가며 색이 이뤄내는 조화와 정확성에

 집중했다는 그.

  궁극적인 추구점이 주관성을 탈피한 회화라 하오늘 보는 이 작품도 그 연계점으로 봐야 한다.

 

   총 11가지 버전으로 이루어 졌다는 각각의 색상표가 던지는 독립된 스펙트럼의 효과...

  우리가  이 버전들을 다 비교해 볼 기회(?)는 없겠지만 루이뷔통 재단이 잠시 빌려줬다는

  이 9번째 버전만으로도 눈호강을 하자.  

  

수백 억대의 작품가를 자랑하며 생전에

이미 현대 표현주의의 획이라 인정받은

대가 게르하르터의 전시를 보러 가서

거대한 색채표가 던지는 한 점 놀라움만

안고 오기엔 조금 아쉬운데

루이뷔통 작은 미술관엔 요즘 핫한

현대작가들의 값진 도록들이 줄 지어 있다.

모두들 오랜 시간 명품가의 편안한 응접실(?)에서

좋아하는 에곤 쉴레, 바스퀴아 등

파리의 모마를 마음껏 즐길 수 있어

커피는 없어도 여운 있는 시간은 누릴 수 있었다.

 물론 도슨트도 있다.

 


 


오전부터 나선 외출 덕에 서소문 시립 미술관에도  들름                                                                      


  ' 허 스토리 리뷰 '

 1980년대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지러운 시대상황 속 민중미술 또 여성의 정체성, 자아를 주요 화두로

 하는 국내외 여류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그 시대 지식층이든 아니든 여성이 처한 사회 현실과 정체성의 갈등이 잘 투영되는 작품들,

 '전통의 한국 기와 지붕은 불, 거대한 선박을 앞에 둔 채 거센 파도 위 혼자 허우적대고 있여인,

 쌓인 이불장  삶의 일부처럼 널부러져 있는 여자, 봉제공장 기숙사 화재 속에 죽어갔던 어린 여공들....'

  페미니즘이 어느 때보다 물 오른 요즘 보면 이미 이 정도의 시선은 먼 나라 이야기일 듯싶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주의 미술의 중요 기점을 알게 하고 그 의미나 가치도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인 듯... 

 젊은 연인들이 함께 와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좋은 의미.


   천경자의 방도 잠시 들렀는데  몇 년 만에 보는 꽤 많은 작품 수로 늘어난  그녀의 전시는 여전히 설렘.

 치열하고 자유로웠으며  허망하기도  한 그녀의 삶이 여기에 다 모여있다.

  낡은 장미빛 색채가 매우 아름다운 연작 '여인의 시 2' 는 삶의 방패막이로 가시 돋힌 장미 다발을

 가슴에  두른 자화상이다.

 장미다발은 힘들었던 그녀 삶에서 예술이라는 넘사벽의  도구를  상징한다고들...

  오래 바라보게 되던 작품. 처음 보게 된 '카바레 뉴욕'도  늙지 않는 그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90 여편이나 되는 작품들이 시립미술관에 기증된 건 아마 마음이 병들기 전이었을 터...

오래 된 독서 속 작가 김지원이 쓴 우울한 뉴욕의 일상 몇 구절이 떠올랐다. 다들 맨해튼의 오래된 아파트를 마지막 기착지로 떠난 것은 평균 치의 마음으로 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다시 한번 책장을 뒤져 읽어 볼 의욕이 불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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