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소설 '닥터 지바고'와 그 뒤에 수록된 몇 편의 감성적인 시들은
윤석열씨가 아니라도 젊은 시절 우리에게 러시아의 광활한 대지에 대한 환상과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라는
어렵고도 이상적인 삶을 한 번씩 꿈꾸게 했던 작품이다.
불가항력인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저마다의 삶을 안고 처연히순응해가는 인간들의 군상, 그리고
그 극한의 삶 속에서도 피어나던대자연과 베이스 된 운명적 사랑....
잘 만들어진 데비드 린 감독의 영화가 아카데미상에 이름을 올리면서 노벨 문학상에 빛나던 이 러시아 소설은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한동안 사회주의 운동의가치관을 만들기도 했다.
부르주아적지성과 품격을 지닌 주인공이 사회주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살아 가야 하는일상은 더 힘들고 잔인하다. 그는 귀족 계층에 속했으나 모두가 다함께라는 혁명군의 발족에 찬성의 마음을 품은 낭만주의자이기도 했다. 그러나세월이 흘러 민중의 삶을 너무나 피폐하게 만든혁명의 모순을 깨닫자낮지만 분명히 사회주의 모순의 정확한 시선을 표하기 시작한다. 그는 주인공 지바고를 통해 그 일을 단행한다. 그러자 조국 러시아 내에서는 목숨이 위태로운 비난의 과녁으로, 나라 밖에선 노벨상의 영예로운 수상자로 지명되는 고난의 길을가게 됐다.
수상의 자진 거부로 추방의 위기를 겨우 넘기고 말년을 잠시 살다 갔다는 모스크바 외곽의 거주지, 지금은 기념관으로 되어 있다.
소설은 군데군데따뜻하고 우스꽝스러울 때가 많았다. 후덕하고 서민적인 주변 인물들의 마초적 삶을 통해 러시아적 품성의 다양성을 보는 재미도 좋다. 라라, 토냐, 파샤, 니콜라이... 오래된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나던 러시아식 이름들
그래서 러시아 여행 중에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쨌든 우랄산맥을 끼고 달리던 끝없는 설원의 기차나 사계절이 아름답던 피난처 바리끼노의 흔들리던 아름다운 수선화 물결은 러시아의 이른 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잘 알려주는 영상이다.
모스크바의 사회주의 낡은 건물들 사이를 걷는 또 한 명의 지바고를 찾아가는 여행은 셀레는 일이다.
혁명 후의 황량한 모스크바 길 위에서 지바고의 초라한 죽음이 그려지는 러시아 여행은 소설과
영화의 이미지즘이 너무 강해 매우 이중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다시 만난 지바고와 라라는 주체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질 운명으로 이미 참혹한 전쟁의 고난을 겪은 이들에게 사랑을 억제할 사회적 윤리 따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