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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뾲파
Sep 13. 2024
[뾲파의 휴직일기 ep.03] 어제, 오늘, 또 내일
육아는 힘들다. 고로 생각한다
요즘 나는 아내의 전화 소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 부탁해요.
전화를 끊자마자 벌떡 일어난다.
'피곤하군. 그래도, 오늘도 사랑하자.'
나와 아내는 육아를 사이좋게 나눈다.
밤잠이 없는 아내는 밤 시간에,
아침잠이
없는
나는
새벽
시간에
아이와
함께 한다.
서로의 수면 질을 보장해 주기 위해 잘 땐 방에서 홀로 조용히 잔다. 그리곤 서로 전화로 깨워준 후 바통터치를 한다.
다소 어색해 보여도, 육아가 처음이라 모든 것이 버거운 우리에겐 무척 효율적이다.
그리고 낮엔
함께 돌본다.
이렇듯 사이좋게 나누건만, 시간은 저마다 서둘러 흐른다.
방금 수유를 한 것 같은데, 아이가 보채는 걸 보니 벌써 다음 수유 시간이
다가왔
다.
아침에 신나게 놀아준 것 같은데, 벌써 저녁
목욕
할 시간이
다.
회사 다닐 땐 퇴근 시간과 주말이 아득했건만,
육아할 땐 (육아)퇴근 시간과 주말이 쏜살같이 찾아온다. 좋은 듯, 슬프다.
점점 요일의 기억도 희미해진다.
어느 오전 8시, 거리엔 출근하는 사람과 통학하는 아이들로 북적돼야 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러곤
스마트폰 화면의
요일
을 보니,
아
주말이었구나, 한다.
정신없는 하루가 반복되는데도
왠지, 매일이
새롭다
.
'오늘 또 어떤 하루가 될까'
'오늘 또 어떤 변수를 만날까'
'오늘 무사히 보낼 수 있을까'
새로운 오늘 중에도 문득, 오늘이 낯설다.
그리고 낯선 오늘 중에도 문득,
어제가 생각난다.
오늘과 비슷한 나의 어제 말이다.
나는 61일 차 육아 아빠다.
그리고 나는, 육아 휴직 중이다.
신입사원 때, 매일
새로웠다.
뭘
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
앉아있기도 했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을까'
의심부터
하고 봤다.
고개는 끄덕이고 있었지만, 사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말고 모두가 바쁜데 나만 다른 세계에 와 있는 듯
현재가, 그리고 현재 이곳에 서 있는 내가 낯설었다.
취준생 때는, 매일 불안했다.
당장 내일 어떤 공고가 날까.
내가 가고 싶은 회사의 공고가 날까.
어떻게 나를 어필할 수 있을까.
면접은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또 앞으로 내가 어떤 사람이 될까.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웠고,
미래의 내가
그려지지 않았다.
시간이 비교적 많았던 군대에선, 나를 되돌아봤다.
학교에서 만난 익숙한 사람들이 아니라
지역도, 나이도, 성격도 완전히 낯선 사람들을 만났다.
최전방에서 보초를 서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이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홀로 자주 사색에 잠기곤 했다.
나는 어떻게 자랐던가,
나는 어떤 인연을 만났던가,
나는 어떨 때 행복하고 화가 나는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과거의 나를 그렸다.
어제를 생각하다가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꽤 닮았다고 생각했다.
오늘의 나도
매일
낯설고 새롭다.
한 치 앞의 미래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가끔,
멍하니
과거를 돌아보곤 한다.
(
또,
군대에서 처럼 쭈그려 앉아 아기 욕조를 열심히 닦고 있기도 한다...!)
그러다 또 한편으론
그 시절 나의 부모님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진 않았을까, 문득 짠하고 보고 싶어 진다.
육아는, 힘들다. 그리고 피곤하다.
아이 밥을 30분 먹이고, 트림을 30분 시키고,
눕혀 재울만하면 울어서 전전긍긍하다가,
조금 잘만 하면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다 치웠다,
생각하는데
아이가
운다.
그러면
안아주고,
또 밥을
줘
야 한
다.
뫼비우스의 띠를 걷는 듯, 하루 종일 반복된다.
문득 내 아이 시절의 내가 부럽기도 하다.
밤잠이 길어진 새벽에는 그나마 여유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땐 또 나의 잠 선생까지 함께 찾아온다.
아이를 건강히 낳고자 대신 아파줬던 아내가 입원한 뒤부터
긴장을 풀고 잠에 빠져든 적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육아는, 힘들고 피곤해서
생각이 많아진다.
어제와 오늘을, 그리고 또 내일을 생각하곤 한다.
육아는, 힘들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그리고 문득 울컥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다시 못 올 이 순간이 무척 소중하다.
사회적 웃음은 아닐지라도, 신경계 미성숙으로 하는 배냇짓일지라도
내게 웃어주는 그 미소가, 그리고 내 손가락 한 마디를 채 채우지 못하고 꼭 잡은 작은 손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리고 함께 고통과 행복을 나누고 있는 아내가, 그리고 나의 고통과 행복을 먼저 겪었을 당신들이 생각나 문득 아려온다.
곧 또다시 내일의 해가 뜰 예정이다.
옆에서 자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또다시 기쁘고, 힘들고, 행복하고, 때론 슬프기도 할 내일이 밝아올 예정이다.
그래서 걱정되고, 그럼에도 기대된다.
육아는 이렇게 늘 내일을 걱정하기도, 또 기대하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 하곤
어제의 나를 생각하며
오늘의 나, 그리고 내일의 우리에게 응원을 보낸다.
(*육아휴직일기는 열흘마다 연재할 예정입니다. 다음 연재날은 71일 차인 9월 23일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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