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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뾲파 Sep 23. 2024

[뾲파의 휴직일기 ep.04] 인내

육아는 기다림의 연속이다.

나는 성격이 급하다.


화장실 슬리퍼를 신는 시간이 아까워 슬리퍼를 구석에 덩그러니 방치해 뒀고,

분리수거하러 갈 때는 짐이 아무리 많아도 한 번에 가곤 한다.

군대에서 단련된 식사 속도 때문에 아내가 서운해하기도 했다.

너무 혼자 먼저 먹어버린다고.


어딜 갈 때엔 최단거리와 최소시간을 고집하며, 걸음도 꽤 빠른 편이다.

휴대폰 수리를 위해선 하루 기다려야 한다고 했을 땐, 그냥 휴대폰을 하나 새로 사버렸다.


일을 할 땐, 눈앞에 놓인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적성이 풀린다.

쌓여놓거나 쟁여놓는 것은 나와 맞지 않다.

회사 일도, 집안 일도, 그리고 육아와 관련된 일도.


그래서 요즘이, 무척 버겁다.


나는 71일 차 육아 아빠다.

그리고 나는, 육아 휴직 중이다.




요즘 뾲뾲이는 잘 때마다 보챈다.


수면 교육을 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유튜브에서, 그리고 여기저기서 수면 교육하는 방법쏟아져 나왔다.


'울고 보채도 안아주지 마라(퍼버법)'

'안았다가 잠들기 직전에 눕혀라(안눕법)'

'쉬~ 소리를 내고 토닥이며 재워라(쉬닥법)' 등


수면 교육은 생후 6주 이후에 하라는 곳도, 100일 이후에 하라는 곳도 있었다.

이렇듯 교육 방법도, 권장하는 시기도 제각기다.


다양한 방법을 아이에게 적용해 봤다.


안아주지 않으니 숨이 넘어가도록 울었다.

안았다가 잠들기 직전에 눕히면 바로 울었다.

쉬~ 소리와 토닥이는 것은 잠에 일절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아이가 도대체 잠을 자고 싶은 건지 의심이 들었다.


나는 괜히 조급했다.


'아이가 이미 손을 너무 많이 탔나?'

'예민한 아이인가?'

'낮잠을 왜 이렇게 못 자지?'

'밤엔 왜 이렇게 자주 깨는 걸까?'


아이가 걱정됐다.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닐지, 좌절감이 들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참다못해 한마디 했다.


기다릴 줄 알아야 해.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으로 타협했다.

수면 의식만은 매일 하자. 쉽게 가기로 했다.


목욕▶잠옷&스와들업 입히기▶마지막 수유▶잠자리에 들기


마지막 수유 후에도 아이가 졸려하지 않으면, 억지로 재우지 않았다.

오늘의 마지막 놀이다, 하곤 누워서 놀게 했다.

그러다 졸리다고 보채면 안아서 재웠다.


요즘은 우리도, 그리고 아이도 스트레스의 강도가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아이는 생후 2개월 만에 통잠 7시간 달성하는 날도 잦아졌다.

(근데, 잠드는 시간이 저녁 7시부터 새벽 2시라서... 새벽에 일어나 피곤한 것은 매한가지다...)




요 근래 뾲뾲이를 보며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계속 보채네.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수유 텀이 자꾸 안 맞네. 무슨 문제 있나?'

'트림을 안 하네. 소화는 잘 되고 있을까?'


나름 초연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육아휴직을 선택한 날, 성격 급한 내게 스스로 다짐하곤 했다.

천천히, 조급해하지 말자.


슬리퍼도 잘 신고,

분리수거도 차근차근 하나씩 버리러 가고,

아내와 식사 속도도 맞춰 천천히 먹고,

느리게 걷고, 편하게 생각하자.


생활 속에선 나름대로 실천 중이다.

그런데, 육아만큼은 좀처럼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내가 필요하다.


아이를 돌볼 때도,

그리고 아이를 돌보는 나에게도.


아이의 루틴이나 습관, 그리고 수유 텀(term)은 단기간에 바뀌지 않음을 깨닫는 게 필요하다.

트림을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하지만, 이 작은 생명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바로 안아주고 싶지만, 때론 지켜보며 기다려주는 게 필요하다.

조금씩, 정말 조금씩 바뀔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옆에서 변함없이 서 있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나의 조급한 마음은 하루아침에 변화되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

찬찬히, 그리고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지치지 말고, 스스로 참아내야 한다.


성격 급한 내가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아직 물음표 투성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해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아이니까.

우리가 아이의 온 우주니까.

우리가 아니면 그 누구도 해줄 수 없으니까.


해내야 한다.

그렇게, 오늘도 찬찬히, 나와 아내를 다독이며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이렇듯, 육아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육아휴직일기는 열흘마다 연재할 예정입니다. 다음 연재날은 81일 차인 10월 3일입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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