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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Jul 15. 2017

바다거북의 재활

호주 지도를 볼 때마다 나는 대산호초에 제일 먼저 눈길이 간다. 호주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이다. 결혼 20주년이라는 기회를 잡아 드디어 가족과 같이 대산호초에 발을 디딜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호주를 방문한 시기는 연말연초였다. 그런데 이 기간은 대산호초를 즐기기에 좋은 날씨는 아니었다.

      

대산호초는 호주 북동부의 해안선을 따라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시드니에서 북쪽으로 약 2,400 km 이동하여 캔즈(Cairns)에 도착했다. 캔즈는 열대 특유의 느긋한 삶이 가득 차 있는 도시이다. 거기서 우리는 대산호초의 수많은 섬들 중 하나인 피츠로이 섬(Fitzroy Island)으로 쾌속선을 타고 갔다.

      

이동하는 내내 날씨는 쌀쌀하고, 비가 오락가락 내렸다. 무엇보다도 바닷물이 혼탁하였다. 꿈에 그리던 푸르고 맑은 바다와 하얀 산호섬과는 거리가 멀었다. 피츠로이 섬은 하얀 산호섬이다. 산호가 죽어서 돌이 되고, 다시 흙이 되어 섬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살아있는 산호를 찾아 해안선을 돌았지만 바닷속은 한 치 앞도 볼 수 없었다.

     

캔즈로 돌아갈 배편까지 서너 시간 여유가 있어 소일거리를 찾던 중 피츠로이 섬에 있는 거북재활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몇몇 캔즈의 시민들이 힘을 합쳐 운영한다. 또 이 곳 피츠로이 섬에 있은 한 리조트가 이 센터의 부지를 제공하였다. 이 센터에서는 표류증후군(floater syndrome)을 보이는 바다거북의 재활을 돕고 있다. 이 증상을 겪는 바다거북은 잠수하지 않고 수면 위에서 계속 표류한다.

     

바다거북은 바다의 위대한 방랑자이다. 매년 수천 킬로미터의 대양을 항해하고, 세계 일주를 하는 바다거북도 있다. 바다거북은 또 수백 년씩 장수하는 종도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바다거북이 7종이 있다. 그런데 이곳 호주의 대산호초에는 그중 6종이 서식하고 있다.

      

최근 표류증후군을 보이는 바다거북이 대산호초에서 늘어나고 있다. 육상의 도로에서는 차량에 의한 로드킬 때문에 많은 동물이 희생당한다. 바다에서도 선박에 의한 로드킬이 있는데 이것을 보트스트라이크(boat strike)라 한다. 바다거북은 청각이 좋지 않아서 다가오는 선박의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보트스트라이크를 당한 바다거북은 흔히 표류증후군을 겪는다.

      

표류증후군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바다의 쓰레기이다. 바다거북이 쓰레기를 삼키면 창자가 막히는 장폐색이 일어난다. 막힌 창자로 인해 공기 방울이 등갑과 몸 사이에 생기고, 그럼 바다거북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잠수하지 못하고 표류 중인 바다거북에게는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먼저 바다새나 다른 포식자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또 체온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잠수하여 먹이를 찾을 수 없다. 그대로 수면 위에서 굶어 죽는 수밖에 없다.

      

표류증후군을 겪는 바다거북은 우리가 굶을 때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먼저 체내의 지방이 빠진다. 그런 다음에는 생존에 필수적인 근육이 분해되기 시작한다. 결국 바다거북의 크기에 따라 생존기간이 결정된다. 큰 바다거북은 먹이를 먹지 않고 1년 정도 버틸 수 있다. 근육이 분해되기 시작하면 바다거북은 기력을 점점 상실한다. 그리고 죽음이 천천히 찾아온다. 이들 중 구조되어 수술 후, 재활하여 바다로 되돌아가는 바다거북은 극히 일부분이다. 

     

거북재활센터에서 재활 중인 엘라(바다거북, Green turtle; Chelonia mydas)는 그런 운 좋은 바다거북이다. 엘라는 처음 발견되었을 때 보트스트라이크 때문에 등갑이 거의 반으로 갈라진 상태였다. 또 오랫동안 표류증후군을 겪어서 근육이 많이 없어졌고, 폐렴에도 걸려 있었다. 그래서 엘라는 별견되자마자 캔즈에 있는 동물병원으로 옮겨져 대수술을 받았다. 폐렴을 치료하기 위해 머리 뒤의 목 부분을 갈라서 치료를 받았다. 수술은 성공적이었지만 근육이 없기 때문에 바다로 당장 돌아갈 수 없다.

      

수술 후 엘라는 피츠로이 거북재활센터로 옮겨졌다. 바다거북이 수술 후에 먹이를 먹기 시작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자원봉사자이자 우리의 해설사인 젠은 먹이로 양배추를 조금씩 찢어서 수조 여기저기 넣어주었다. 엘라는 아주 좋은 시력과 후각을 이용하여 먹이를 찾는다. 엘라는 어렵지 않게 양배추를 찾아서 입에 넣는다. 바다거북은 식사를 할 때 먹이와 바닷물을 같이 입속에 집어넣는다. 그런 다음 입을 닫고, 입속을 압착하면 바닷물이 코로 나온다. 우리는 모두 엘라의 작은 묘기를 보면서 즐거워하였다.

      

재활 기간 동안 바다거북은 잘 먹고, 근육을 재생시켜야 한다. 그럼 다시 유영할 수 있고, 잠수도 할 수 있다. 엘라가 활발하게 양배추를 찾아 먹는 것을 보고, 나는 엘라가 곧 바다로 되돌아 갈 수 있다고 느꼈다. 대산호초를 만끽하지 못해 아쉽지만, 엘라가 조만간 다시 대산호초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니 위안이 되었다. 



이 글은 2016년 12월 13일자 경향신문 <장이권의 자연생태 탐사기>에 발표되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2122120005&code=99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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