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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Apr 23. 2016

독풀 먹고 잠만 자는 귀염둥이 코알라

코알라의 귀여움은 건조한 사막환경과 거친 먹이에 적응한 결과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동물을 꼽으라고 하면 코알라를 빼놓을 수 없다. 커다랗고 둥근 얼굴, 뭉툭한 코, 솜털로 뒤덮인 귀와 복슬복슬한 털의 코알라를 한번 보면 누구나 탄성을 지른다. 그래서 호주의 상징적인 동물은 붉은캥거루(Red Kangaroo)이지만, 인기투표를 하면 코알라가 앞선다. 그런데 우리가 코알라를 보고 있으면 깨어 있을 때 보단 자고 있을 때가 더 흔하다. 실제로 코알라는 하루 최대 20 시간까지 잔다고 알려져 있다. 늘 잠만 자는 귀염둥이 코알라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지만, 코알라의 얼굴은 지난 몇 천 만년  동안 일어난 호주의 격렬한 변화를 대변해 준다.

지금부터 삼천 오백만 년 전만 해도 호주 대륙은 습기가 많고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호주 대륙이 남극 대륙과 갈라지고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기후가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남극순환대류가 형성되면서 남극 대륙은 영구동토의 땅으로, 호주 대륙은 사막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코알라는 사막 기후에 적응하며 빠른 진화가 일어났다. 사막에서 물을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코알라는 물을 찾는 대신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유칼립투스의 잎에서 수분을 섭취한다. 그래서 코알라는 물을 마실 필요가 없고, '코알라'의 어원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다.


유칼립투스 나무는 호주를 상징하는 나무이다. 전 세계적으로 700종이 넘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있는데, 그중 몇 종만 호주 밖에서만 발견된다. 코알라는 거의 유칼립투스 잎만 먹은데, 이 잎은 여러모로 먹기에 좋지 않다. 유칼립투스의 잎은 가죽과 비슷한 질감이 난다. 잎에 힘을 가하면 종이처럼 찢어지기 보다는, 얇은 나무 판지처럼  부러진다. 이렇게 단단하고 질긴 유칼립투스 잎은 어떤 동물도 씹는데 어렵다.

유칼립투스 잎은 다량의 독을 품고 있다. 유칼립투스 잎에서 추출한 오일에는 방부제, 방향제, 이뇨제, 소독제 등이 들어 있다. 식물들은 초식동물에 대한 방어로 대사산물을 이용한 독을 만든다. 대부분의 초식동물들은 이런 독 때문에 유칼립투스의 잎을 먹기 어렵다. 그렇지만 이런 독을 견딜 수 있거나, 분해시켜 독성분을 약화시킬 수 있는 동물이 있다면, 그 동물은 다른 초식동물과의 경쟁 없이 잎을 독점할 수 있다. 코알라가 바로 그렇다.


건조한 사막 환경에서 코알라는 먹이와 물 문제를 훌륭히 해결하였지만 덕분에 몇 가지 뜻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코알라는 매번 식사를 할 때마다 유칼립투스의 독에 중독되어 혼수상태로 빠져 든다. 유칼립투스의 독이 해독될 때까지 늘어지게 자야 한다. 일종의 소화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이 과정은 코알라를 느리고 잠만 자는 동물로 낙인찍고 말았다.

또 다른 변화는 코알라의 얼굴에 나타난다. 거칠고 딱딱한 유칼립투스 잎을 먹기 위해 코알라는 큰 두개골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다음 크고 강력한 씹기 근육을 발달시켜 코알라의 얼굴은 전반적으로 크고 둥글게 변화시켰다. 거친 유칼립투스를 먹게 된 코알라는 덕분에 아주 귀여운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거친 먹이를 먹기 때문에 귀여워진 동물이 또 하나 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동물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동물이 판다이다. 판다는 중국 남부의 산림지대에 서식한다. 무엇보다도 가장 재미있는 판다의 특징은 먹이로 거칠고 영양가 없는 대나무 잎만 먹는다. 그래서 하루의 대부분을 대나무 잎을 먹고, 이를 소화시키는데 보내야 한다. 코알라와 같이 판다도 거친 대나무 잎을 잘 씹기 위해 두개골이 크고, 크고 강력한 씹기 근육이 발달되어 있다. 그래서 판다의 얼굴은 상대적으로 크고, 동글동글하다. 우리가 아주 귀엽다고 느끼는 특징이다.

거친 먹이를 먹기 위해 발달시킨 코알라의 특징을 우리는 귀엽다고 느낀다. 그렇지만 귀여운 코알라의 얼굴에는 호주 대륙의 격렬한 변화와 그 변화 과정에서 생존하려는 코알라의 노력이 담겨있다.




방문 장소와 방문일: 호주 시드니의 타롱가 동물원 (2015년 12월 24일), 미국 LA 동물원 (2015년 6월 18일)




먹이 앞에 있는 코알라, LA Zoo


먹이를 먹고 있는 코알라, LA Zoo


나무에서 낮잠을 즐기는 코알라, LA Zoo


나무에서 낮잠을 즐기는 코알라, 호주 타롱가 동물원


나무에서 낮잠을 즐기는 코알라, 호주 타롱가 동물원


나무에서 낮잠을 즐기는 코알라, 호주 타롱가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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