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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이권 Nov 15. 2016

설악산 케이블카의 생태적 문제점

내가 대학원생일 때 미국 캘리포니아의 소노란(Sonoran) 사막에서 6주 동안 사막 메뚜기의 영역행동을 연구했다. 이곳에는 한 대학이 운영하는 사막의 연구시설이 있었다.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나와 지도교수는 연구기간 내내 트레일러에 머물렀다. 도착하자마자 이곳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해왔던 지도교수는 신기해하는 나에게 여러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셨다.
  

사막에서 활동할 때 끊임없이 물을 마셔야 한다. 내가 갈증을 느낄 때 이미 나의 몸은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여분의 물을 항상 갖고 다니면서 목이 마르든 그렇지 않든 마셔야 한다. 사막에는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이 있다. 메뚜기 연구는 밤에 주로 수행하므로 아무리 조심해도 선인장에 찔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늘 긴 바지와 튼튼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


지도교수는 시시콜콜하게 사막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알려주셨다. 그런데 제일 마지막 주의는 조금 황당했다. 아침에 일어나 트레일러에서 나가 신발을 신을 때 그 안을 꼭 확인하라고 하셨다. 방울뱀이 신발 안에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곳은 방울뱀의 천국이다. 그런데 왜 하필 방울뱀이 신발 안에 들어갈까? 


방울뱀은 사막의 뜨거운 더위를 피해 낮에 휴식하고, 밤에 주로 활동을 한다. 밤에는 온도가 떨어지면서 방울뱀의 먹이가 되는 쥐와 같은 작은 포유동물들이 활동한다. 포유동물은 높은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주변의 낮은 온도와 뚜렷하게 대조된다. 방울뱀은 차가운 배경 속에서 열을 발산하는 작은 포유동물의 위치를 어둠 속에서 정확히 탐지할 수 있다.


방울뱀의 입과 눈 사이에 마치 콧구멍처럼 생긴 구멍이 있다. 뱀이나 도마뱀은 혀를 이용하여 냄새를 맡기 때문에 이 구멍은 후각기관이 아니다. 이 구멍은 구멍기관(pit organs)이라고 하며 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일종의 적외선 센서인 셈이다. 방울뱀은 이 구멍기관을 이용하여 작은 포유동물의 열상을 읽을 수 있다. 이 열상을 이용하여 방울뱀은 은밀히 먹이에게 다가가 잡아먹을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방울뱀은 바위틈과 같이 안전한 곳에서 휴식이 필요하다. 트레일러 근처에 널브러져 있는 신발은 휴식이 필요한 방울뱀에게 이상적인 안식처이다. 


우리 인간은 대량의 음식을 소비하고, 대량의 쓰레기를 버리는 동물이다. 김해 패총이나 단양 금굴의 선사시대 유물을 살펴보면 대부분 먹다 남은 음식쓰레기거나 생활쓰레기다. 먹다 남은 음식쓰레기는 일부 동물에게는 음식 창고나 다름없다.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남겨진 음식을 먹기 위해 위생곤충이나 쥐와 같은 설치류들이 유인된다. 그리고 설치류를 잡아먹으려는 뱀들도 유인된다. 그래서 사람이 활동하는 곳에는 음식쓰레기-위생곤충, 설치류-포식자로 이어지는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런 이유로 사람이 사는 집이 있는 곳에는 뱀이 자주 출현한다. 같은 이유로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대한 두려움은 학습으로 습득하지만, 유독 뱀에 대한 두려움은 본능적이다.


우리 인간은 활동하는 곳이면 어디나 인간 중심의 생태계로 바꿔놓는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되면 안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케이블카 운영으로 인한 에너지 사용과 관광객의 존재는 주변 환경에 막대한 열을 내뿜는다. 설악산 상부정류장과 일부 지주가 설치되는 지역은 ‘아고산지대’이다. ‘설악’이란 이름은 주봉인 대청봉(1708m)이 1년 중 5∼6개월 동안 눈에 덮여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연평균 기온이 10도를 넘지 않는 저온지대에 속하는 것이다.


이곳의 생태계는 낮은 온도에 적응해 왔기 때문에 우리가 발산하는 열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아고산지대는 최근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곳이기도 하다. 케이블카 운영으로 인한 열은 이곳의 미세기후를 바꿔놓을 수 있고, 이 지역의 희귀식물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광객의 존재는 필연적으로 상부정류장과 케이블카 경로를 따라 음식쓰레기를 유입시킨다. 우리가 아무리 조심하여도 위생곤충과 설치류는 인간의 쓰레기를 이용하는 데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역사가 잘 증명한다. 이들은 기존에 서식하는 다른 생명체들과 경쟁하여 그들을 급격하게 감소시킬 수 있다. 위생곤충과 설치류는 심각한 교란요인으로 이곳의 생태계를 파괴시킬 것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가 예정된 지역에는 산양, 담비,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등 여러 법정보호종이 존재한다.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의 실태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케이블카의 운영이 법정보호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산양은 인간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하고, 보통 그 거리는 우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로 멀 수 있다. 그러면 케이블카의 경로는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여 산양의 무리들이 격리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케이블카는 산양의 서식지를 대폭 축소시킨다. 케이블카의 설치에 따른 이들 법정보호종의 행동생태학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생태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건설·운영할 수 있는 케이블카 기술이 아직 우리에게 없다. 음식쓰레기와 생활쓰레기를 대량으로 생성하는 우리의 습성도 조만간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생태적인 관점에서 고려하면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 정답이다.






이 글은 2016년 11월 15일 경향신문 [장이권의 자연생태 탐사기]에 발표되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11142106005&code=990100#csidxdaec354f092d5fdb2fc4b98fb28085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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