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등에처럼 만족해야지'
7월이 머지않은 6월의 숲 속에 뚜렷한 저것은 선명한 엉겅퀴
산딸나무와 쪽동백 흰꽃마저도 바랜 지금 잠시겠지만,
엉겅퀴는 숲을 장악하고 6월의 초록이 부탁한 듯 신호를 보낸다.
가까이 가보니 나보다 먼저 꽃에 흠뻑 빠져버린 꽃등에.
세상 잊은 듯, 날 일도 잊은 듯 꽃 속에 머리를 들이민다.
‘6월이 얼마 남지 않았네, 아’
나는 그렇게 말하며, 엉겅퀴를 꺾어 들었다.
바람이 지나가는 고개에서 올라왔던 길을 바라보며 앉았다.
그런 다음에 엉겅퀴 속의 수많은 꽃들을 뽑아냈다.
누구는 백이십몇 송이라든가?
보랏빛 꽃 하나하나에 든 암술과 수술을 헤아리다 보면
미시의 아름다움이 눈길을 빼앗는다.
알알이 씨앗이 들어차 여물면 아주 가벼운 미풍에도 날아가리니.
그러려고 씨방 아래 날개 같은 갓털을 준비했겠지.
‘도대체 세상은 얼마나 넓고 나는 얼마나 사소한가?’
꽃등에처럼 엉겅퀴와 작별하고 고개를 내려오는데 마음이 빈 듯해서
'꽃등에처럼 만족해야지' 하고 생각하자
숲의 향기가 점점 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