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나무의 태도와 마음의 평화
한 해의 반이 지나는 지금, 어찌 되었는가 하면 숲은 두터운 초록이다. 벌써 반이나 지났을까 아님 아직 반이나 남았지 할 때, 숲에는 초록의 이파리가 무섭게 짙어진다. 숲길 저 멀리 그늘이 진 계곡은 어둡고 컴컴해 보이기까지 한데, 가까이 가보면 그게 다 초록이다. 초록 가지의 끄트머리에서는 초록의 새 잎을 또 내고 그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듯. 무한성장의 가열찬 기운이다. 새들이 겁도 없이 재잘댄다.
그 성장의 일부분은 여러 풀벌레의 지분이다. 어떤 농부는 풀과 나무에 깃들어 사는 이 작은 곤충들을 마뜩잖게 보기도 하지만, 오뉴월 땡볕 모아 ‘죽을 똥 살 똥’ 만든 초록의 영양을 그저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이들은 건강한 초록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아니 이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애초에 풀과 나무가 어렵지 않게 씨앗을 맺고 퍼뜨리는 역사는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행운이다. 신선한 이파리의 일부분을 내주는 식물에게도, 그걸 먹고 자라는 애벌레에게도 다 행운이다.
나뭇잎 위에서 태어나 그걸 먹고 살 찌운 애벌레는 날개를 달고 환골탈태한다. 나뭇잎에서 도약하며 날갯짓을 한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날개를 달고 있었던 것처럼. 저마다의 색을 펄럭인다. 마치 초록빛 나뭇잎은 절대 먹어본 적도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나무는 이 정도면 행운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러나 마냥 행운이다 하고 부채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러다가도 예고도 없이 해가 짧아지는 순간 당황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러기 전 물들어 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몸을 키우고 열매를 만들어야 한다. 아래쪽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서 거대하게 키운 나뭇잎을 발견하고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거 이 나무에서 난 거 맞아?" 나무도 의지를 가지고 결정을 하고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할까 보다.
아무튼 나무에게는 곤충이나 애벌레가 이파리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걱정 할 틈에 그 구멍 면적의 몇 배가 되는 나뭇잎을 새로 만드는 게 답이다. 항상 미래를 생각하되 두려움이 없는 나무의 태도가 7월 숲 속 평화를 완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