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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randol Jul 05. 2022

7월의 숲, 초록의 평화

두려움 없는 나무의 태도와 마음의 평화  

한 해의 반이 지나는 지금, 어찌 되었는가 하면 숲은 두터운 초록이다. 벌써 반이나 지났을까 아님 아직 반이나 남았지 할 때, 숲에는 초록의 이파리가 무섭게 짙어진다. 숲길 저 멀리 그늘이 진 계곡은 어둡고 컴컴해 보이기까지 한데, 가까이 가보면 그게 다 초록이다. 초록 가지의 끄트머리에서는 초록의 새 잎을 또 내고 그런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듯. 무한성장의 가열찬 기운이다. 새들이 겁도 없이 재잘댄다.     

 성장의 일부분은 여러 풀벌레의 지분이다. 어떤 농부는 풀과 나무에 깃들어 사는  작은 곤충들을 마뜩잖게 보기도 하지만, 오뉴월 땡볕 모아 ‘죽을   만든 초록의 영양을 그저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나. 이들은 건강한 초록을 만드는  기여했다. 아니 이들이 움직이지 않았다면 애초에 풀과 나무가 어렵지 않게 씨앗을 맺고 퍼뜨리는 역사는 쓰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행운이다. 신선한 이파리의 일부분을 내주는 식물에게도, 그걸 먹고 자라는 애벌레에게도  행운이다.     

나뭇잎 위에서 태어나 그걸 먹고 살 찌운 애벌레는 날개를 달고 환골탈태한다. 나뭇잎에서 도약하며 날갯짓을 한다.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날개를 달고 있었던 것처럼. 저마다의 색을 펄럭인다. 마치 초록빛 나뭇잎은 절대 먹어본 적도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나무는 이 정도면 행운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한다.  

그러나 마냥 행운이다 하고 부채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이러다가도 예고도 없이 해가 짧아지는 순간 당황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러기 전 물들어 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몸을 키우고 열매를 만들어야 한다. 아래쪽 해가 잘 들지 않는 곳에서 거대하게 키운 나뭇잎을 발견하고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거 이 나무에서 난 거 맞아?" 나무도 의지를 가지고 결정을 하고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는 사실을 믿어야 할까 보다.

아무튼 나무에게는 곤충이나 애벌레가 이파리에 구멍을 숭숭 뚫어놓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걱정 할 틈에 그 구멍 면적의 몇 배가 되는 나뭇잎을 새로 만드는 게 답이다. 항상 미래를 생각하되 두려움이 없는 나무의 태도가 7월 숲 속 평화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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