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참고 견디는 삶은 결국 지치게 됩니다. 참고 견디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유일한 방법인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살면서 '그래도 난 열심히 살았어'라고 자위를 한들 본인도, 곁에 있는 사람도 삶을 도둑맞은 억울한 기분을 지울 수 있을까요?
특히, 당신이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면, 부디 흘려서 생각하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둔하고 무감각하지 않기 때문에 참고 견디고 버티는 것으로 아무렇지 않을 수가 없으세요.
자기 자신을 살피는 것은 "잠깐만,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흘러가는 흐름을 멈춰 세워서라도 챙겨야 하는 것입니다. 계속 흘러가듯 흘러가서 '그래도 난 열심히 살았어', '어쩔 수 없었어'라며 참고 견디는 것으로 버티고 연명해가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들이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라는 드라마에 나옵니다.
우리 엄마도 처음엔 그냥 내가 의지가 너무 약해서 그런 거라고 했거든요.
지금은 너무너무 미안하대요.
주인공은 정신과에서 상담받고 나온 고등학생과 같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게 되었습니다. 뭔가 궁금한 것이 많아 보이는 주인공과 몇 마디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위와 같은 말을 해줍니다.
사실, 현실에서는 이 학생의 어머니처럼 반응하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으세요. 미안해하시지 않으세요. 여전히 의지가 약해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분들이죠. '그래도 의지가 강하면 이러지 않아'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미안해하지 않고, 의지가 약해서 저러는 것이라는 생각이 뿌리 깊게 갖고 있고, 그래서 별일 아닌 것처럼 생각하며 더 긴장과 불안, 부담과 압박을 주는 사람과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화장실에서 학생이 주인공에게 마지막으로 건넨 말만큼 불안과 불행 속에 있는 사람을 구원해 주는 말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저씨도 미안할 짓 하지 마세요.
드라마가 아니고 실제 8년 동안 상담해오면서 제가 직접 접하고 보고 들은 모습들이 있습니다. 특히 자신에게 미안할 행동을 하고, 계속 미안해지는 행동을 하는 분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모습이 있습니다. 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 있더군요.
김낙수: 이봐요, 어, 문진표도 안 보고, 예? 진료도 안 해보고 무슨 사람한테 그냥 공황 장애래? 이 사람 순, 참,
의사: 으음, 증상은 이미 제가 눈으로 확인을 해서요.
(중략)
의사: 자, 질환이라고 합시다. 질환, 감기, 장염, 근육통, 그리고 공황 장애, 질환,
김낙수: 흠, 그거 그냥 마음 고쳐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뭐, 템플 스테이 가고, 운동하고 그러면 낫는 거죠?
그렇게 의지만으로 낫는 병은 아니에요.
김낙수: 그럼 뭐, 도대체 뭐 어떻게 해야지 낫는 거예요?
의사: 자, 일단 시간을 가지고 차를 한잔하시면서...
김낙수: 그거, 뭐, 공황 장애 낫는 차예요?
아니요, 그런 차는 없어요.
김낙수: 아, 안 마셔요, 그럼. 내가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에요. 내가 지금 한가롭게 그럴 시간이 없다니까.
자신에게 미안할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자신을 막대하고 그렇게 자기 자신에 대해 사려 깊고 따스하지 않으세요. 드라마 속 김 부장인 김낙수 씨도 그러했죠. 그래서 결국 공황 증상이 심각하게 와서 크게 교통사고를 냅니다. 그리고 그날 집에 와서 심하게 악몽을 꾸고 아침에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는 공황 발작이 나타났죠.
하지만 병원 가려고 하는데 아내에게 괜찮아졌으니 안 가도 되겠다고 합니다.
김낙수: 여보, 저기, 나 안 가도 될 거 같아. 나 괜찮아졌어. 올라가자. 당신 출근도 해야 되고,
아내: 뭐?
김낙수: 어아, 괜찮아, 어? 올라가자, 빨리.
아내는 김낙수의 손을 콱 잡고 차로 갑니다.
김낙수: 아, 나 멀쩡하다니까, 진짜.
아내: 하, 멀쩡해?
김낙수: 그래, 그냥 잠 좀 푹 자고, 뭐, 스트레스 해소하면 괜찮아. 자 올라가자, 어?
정신 차려, 김낙수!
이게 지금 정상이야?
정상적으로 서는 상황 판단이야?
아내: 아니, 미쳤어, 진짜. 가족들은 생각 안 해? 당신 죽을 뻔했다고, 죽을 뻔! 사람이 온전한 정신이면, 절대 이럴 수가 없어. 빨리 와, 빨리 와. (차로 끌고 갑니다)
네, 너무도 많이들 정상이 아닌 상태를 괜찮고, 다들 이러지 않냐고 합니다. 그리고 정상적인 상황 판단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심각한 상황을 심각한 상황으로 인지하지 않고 회피, 모면, 무마를 그렇게들 하세요. 그래서 병원에서 공황장애 체크리스트를 받고 체크할 때에도 다 괜찮다고, 문제없다고 체크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온전한 정신이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죠. 자기 자신에 대해 묻는 체크리스트에서조차도 속이고 숨기고 있는 것은 그동안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 어떻게 다뤄왔었는지를 알 수 있죠. 문제없음으로 만드는 데에 급급한 삶이 그가 살아온 삶인 것입니다.
간호사: 문진표 먼저 작성하시겠습니다.
(공황장애 증상 체크리스트의 문항들을 보고 체크를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Q: 지난 한 달간 갑작스러운 극심한 불안이나 공포를 경험하셨나요?'
'아니요'에 체크를 합니다. 그 뒤로도 해당사항 없다고 체크를 합니다. 옆에서 남편이 체크하고 있는 것을 보더니 아내가 말합니다.
아내: 똑바로 체크해.
김낙수: 진짜야. 없고, 없고, ....
불과 한 시간 전에도 종합 병원에서 공황 증상이 심한 게 나타나서 도망치듯 병원에 나와 사람이 없는 이 개인 병원에 왔는데, 극심한 불안이나 공포를 경험한 적이 없다고 체크합니다. 전 날에는 운전 중에 공황 발작이 심하게 와서 교통사고를 내서 응급실에 갔었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체크한 것입니다. 그 이후에도 문제없다는 식으로만 체크를 하죠.
종합병원에 갔을 때, 사람들이 많은 곳이 주는 압도되는 압박 부담감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다른 데로 가자며 서둘러 병원 밖으로 나와 차에 와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남편을 보고 아내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것 봐, 이것 봐, 당신 상태가 이렇게 심각한데, 아니, 그동안 어떻게...
회피하고 부정하면서, 의지와 정신력과 마인드로 참고 견디고 버티며 있었던 것이었죠. 대충 스트레스받지 않고, 명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되는 거지 뭐, 이런 안일한 식으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었죠.
섬세하지 않은 성격의 사람들이나 자기만의 이상한 생각에 빠져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의지와 정신력과 마인드를 얘기하세요. 또한 과도하게 분석적인 모습들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살핌보다 그래서 뭘 하면 되는지, 제대로 된 방법, 확실한 방법만을 찾으시죠. 이 두 가지를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었던 김낙수 씨가 하고 있었던 것이고요.
그리고 이와 비슷한 반응과 모습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하세요. 김낙수 씨와 비슷하게 자신이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태이고 상황인지에 대해 인지를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마치, 잠을 못 자고 있으면 어떤 고민과 걱정을 하는지를 살펴주려고 하지 않고, "커피 많이 마셔서 그래."라고 말을 하거나 수면에 좋은 차나 수면 유도제를 제시하는 반응들을 보이기도 하죠. 왜 그들은 고민과 걱정으로 사람이 잠을 못 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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