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상황에서 사람이 보이는 반응은 흔히 두 가지라고 합니다.
맞서 싸우는 '투쟁 반응', 그리고 그 자리를 피하는 '회피 반응'이 그것입니다. F로 시작하는 'Fight'와 'Flight'라고 하죠. 이 두 가지는 꽤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이 두 가지 외에 F로 시작하는 한 가지 반응을 더 이야기합니다. 바로 Freeze,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얼음 반응'이 그것이죠.
싸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을 때, 우리 몸과 마음이 선택하는 세 번째 방식이에요. 위험한 동물 앞에서 작은 동물이 숨을 죽이고 꼼짝도 하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어떤 순간에는 그냥 멈춰버립니다. 몸도, 마음도, 말도요.
그런데 이 '얼음 반응' 상태에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요?
흔히, 착한 사람, 약한 사람,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세요.
그래서 주변에서는 그냥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성격이구나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당사자의 마음과 머리, 그의 시간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보이지 않으니까요.
"착해서 참는 게 아니야. 내가 침묵하면 많은 사람들이 편안해지니까, 그래서 참는 거야."
이런 반응이 일종의 프리즈, '얼음 반응'이에요. 이상하고 해로운 사람과 상황에 맞서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그 스트레스 상황에 그냥 있는 거예요. 얼음이 된 것처럼 그냥 감내하면서요.
단순히 참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늘 조용히 계산하고 있는 것이에요. 내가 지금 말을 꺼내면 누가 불편해질지, 내가 가만히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그러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에 대해서요.
그런데 그 계산에 자기 자신은 언제나 맨 나중에 아주 작게 들어가거나, 괜히 계산만 복잡해진다고 자기 자신을 빼버리기도 해요. 미정(가명) 씨는 특히 더 그러셨어요.
얼음 반응을 선택하는 것은, 타고나는 것보다 내가 있었던 환경, 내가 접한 사람의 반응들에서 학습하게 된 결과가 더 많으세요. 미정 씨 역시 곁에 있는 사람의 말보다 상황과 흐름, 그리고 반응을 통해 더 얼음 반응을 선택하곤 했었어요.
누군가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으려고.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누군가에게 미움받지 않으려고. 그 마음이 쌓이고 또 쌓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얼음 반응'을 선택하는 것이 너무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버린 것이죠. 그것도 아주 자동 반사적으로요.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할 만큼 순식간에 이미 얼음 반응 상태 속에 들어가져 있는 자신을 보게 되는 것이에요.
겉으로 보면 참 평온한 사람, 밝고 긍정적인 사람,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고 위로와 지지를 잘 해주는 사람이었던 미정 씨는 그러한 모습이 다가 아니었어요. 혼자 있을 때, 밤 시간이 되면 자신에 관한 일에 대해서 '얼음 반응'으로 있었던 것에 우울감을 느끼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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