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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뭔가좋다 Aug 23. 2019

ep5. 살사를 출 때 중요한 것.

한 달간의 콜롬비아 칼리 살사 여행



왼발을 앞으로 한 발자국 디디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때 허리를 사용해 골반을 왼쪽으로 틀어준다. 다시 오른발을 뒤로한 발자국 디디면서 골반은 오른쪽으로 비틀었다가 제자리로 돌아와 두 발을 모은다. 살사의 기본 스텝이다. 



# 살사는 골반이 생명



 문제는 골반. 내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골반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거울을 보며 스텝을 밟는 내 모습이 우스꽝스러웠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사가 나에게 다가와 내 앞에 서서 자신의 허리를 잡아보란다. 



이내 환상적인 골반 쇼를 보여주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기본이야. 너는 허리(골반)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해!" 



그래 알아. 나도 안다고. 허리를 이용해서 골반을 돌린다는 건 이해했다고. 근데 나는 꼬레아노야. 노 콜롬비아노라고!!



강사의 골반은 살아있는 듯했다. 물 밖의 생선이 몸을 튀기듯 튕겨 댔다. 박지성이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고 했지? 장담컨대 콜롬비아 살사 강사도 두 개의 심장을 가지고 있다. 가슴속에 하나. 엉덩이 속에 하나. 



엉덩이에 붙은 심장은 이렇게 불타고 있을 거야...



신기하게도 분명 나와 같은 초보인데 로컬들의 골반은 달랐다. 스텝은 어설퍼도 골반은 기가 막히게 돌려댔다. 스텝은 꼬이지만 골반만큼은 환상 그 자체였다. 남녀 불문. 춤은 안 배웠어도 골반 돌리기는 태어날 때부터 기본 장착 스킬인가 보다. 



분명 스텝은 머리로 생각하고 밟으니 순서와 박자에 맞게 할 수 있다. 여기서 골반을 흔들어줘야 태가 나는 건데 그게 쉽지 않다. 스텝만 따라 밟는다고 살사를 출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앞으로 나란히 한 상태에서 팔을 살짝 구부리고 가슴과 일직선 상에 위치시킨다. 어깨를 흔들며 박자에 맞춰 좌우로 흔든다. 시선은 항상 파트너의 눈을 맞춘다. 춤은 디테일이다. 완벽한 자세에서 제대로 된 춤 선이 나온다. 



# 파트너와 호흡은 눈 맞춤부터



파트너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쉽지 않다. 눈을 쳐다봤다가 오른쪽으로 힐끔. 다시 눈을 쳐다보고 왼쪽으로 힐끔. 대부분의 내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다. 스텝을 제대로 밟기 위해 내 발과 파트너의 발을 보는 이유도 있다.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지만. 



 티브이에서 연예인들이 5초간 눈빛 교환을 할 때 부끄러워하며 어색하게 웃는 장면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속으로 '주접들 떤다'라고 생각했다. 아니 사람 눈을 쳐다보는 게 그렇게 어렵나? 엉? 그냥 딱 엉? 그냥 딱 눈 뜨고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면 되지!



아이 컨택 그까이꺼 참 쉽죠?




"어딜 보는 거야? 파트너는 눈을 마주 봐야 한다고!" 

파트너가 내 팔을 흔들며 집중하라는 듯 말했다. 음 그래. 어디선가 상대의 눈을 쳐다보기 힘들면 눈의 초점을 약간 풀어서 눈썹 사이의 정수리를 보면 편하다고 했는데 이들에겐 통하지 않았다. 



 강사의 구령에 맞춰 내 몸은 인형극의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삐그덕 삐그덕 거리고 등에선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들다. 그렇지만 내 입가에는 조금씩 미소가 번졌다. 



연습 중에 자주 들어 익숙한 살사 노래가 나오면 더 신이 났다. 강사가 나를 쳐다봤다. 

'나 잘하지? 나 이 노래 알아.' 눈빛을 쏴주었다.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오는 살사 노래에 익숙해질 때쯤이면 내 골반도 자연스레 박자에 맞춰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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