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밥을 먹는 방식
국밥. 국밥이란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음식으로 그 종류는 순대국밥, 소머리국밥, 콩나물국밥, 설렁탕, 뼈 해장국 등 수 많은 종류가 있다. 물론 애초에 국에 밥이 말아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나는 흔히 따로국밥이라 할 수 있는 밥과 국이 분리되어 나오는 걸 선호한다.
나는 나만의 국밥 루틴이 있는데 일단 밥뚜껑을 열고 코를 가까이 가져가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밥 상태를 체크한다. 밥을 지은 지 오래되진 않았나? 밥의 찰기를 보며 쌀은 신선한가? 젓가락으로 조금 떠서 입에 넣어보고 우물거리며 쌀의 단맛을 느껴본다. 테이블에 고춧가루, 들깻가루, 후추 등이 있지만 본연의 국물의 맛을 보기 전에 절대 국에 먼저 넣지 않는다.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먼저 맛본 후 고기류의 건더기는 건져내어 밥뚜껑 위로 옮겨 식힌다. 고기를 새우젓에 찍어 먹어보기도 하고 겉절이에 싸서 먹기도 한다. 하얀 쌀밥에 고기를 얹어 먹으며 목이 텁텁해지면 국물을 떠서 목을 적셔준다. 이렇게 건더기를 다 먹고 국에 남은 밥을 말아 먹는다. 그제야 테이블 위의 고춧가루, 후추 등을 첨가하기도 한다. 경건해 보이기까지 하는 국밥 먹는 방식은 오랫동안 반복되어 나에겐 아주 익숙하고 평온한 일이다. 옷을 입으면 당연히 거울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예전엔 이렇게 천천히 음식을 먹지 않았다. 국밥 한 그릇은 10분도 안 되는 시간에 마시듯 먹어버렸고, 식당에 들어가서 나오기까지가 채 10분도 안 되었을 경우도 많았다. 밥은 그저 배고픈 느낌을 지우기 위해 먹는 정도랄까. 직장인에게 점심시간이란 합법적으로 주어지는 유일한 쉬는 시간이다. 점심을 먹으며 시간을 모두 허비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남는 시간에 대단한 무언가를 하진 않았지만 여유시간이 생긴 것 자체가 심리적 안정을 가져다주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음식을 먹는 시간에 집중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음식을 먹는 방식, 습관 등을 생각하고 음식과 교감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음식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알게 되었고 나아가 요리를 직접 하기 시작했다. 나는 요리를 할 때 중간중간 맛을 자주 보는 편인데 감으로 간을 맞추지 않고 철저히 미각에 의존한다. 뒤돌아보니 요리과정 속에 민감한 미각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제는 장모님도 요리하실 때 나에게 간을 좀 보라고 하신다. 나는 공식 간잡이가 되었다. 광부가 광산을 캐듯 나의 마음속을 열심히 캐다 보니 몰랐던 나의 취향들이 튀어나왔다. 나는 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을까? 단순히 음식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해하는 그 순간이 좋았던 것 같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 말고 나확행은 어떨까. 나를 알아가는 확실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