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을 통해 처음 이 녀석을 보게 되었다. 눈곱이 낀 충혈된 눈. 겁먹은 눈동자. 꼬질꼬질한 털. 네 발로 서 있지만 무언가 불편한 듯 어정쩡한 자세. 엉덩이로 말려 들어간 꼬리. 그리고 녹이 슨 듯 울긋불긋한 철장. 그 철장 안의 작은 누런색의 강아지는 매우 불안해 보였다. 인스타그램 사진 밑의 글에는 같이 태어난 형제들은 추운 겨울날 모두 얼어 죽고 3개월 남짓의 한 녀석만 어미와 함께 겨우 구조되었고 안락사를 일주일 남겨 놓았다고 했다.
강아지를 입양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하면 결심이라기보다는 강아지 입양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지만 아직 마음속 결론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계속 인스타그램으로 보호소의 강아지들을 보며 마음의 갈피를 잡으려고 했다. 그중에는 파양 되거나 버려진 품종견들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은 우리가 흔히 시골에서 봐왔던 그런 시골 똥개가 많았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다둥이 시골 강아지들은 매우 귀여웠지만 부모견을 정확히 알 수 없어서 어디까지 자라날지도 미지수였다. 나는 내가 감당할만한 너무 크지 않는 그런 강아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어린 새끼 시절부터 키워야 좋을 것 같다는 둥 나만의 조건들을 마음속으로 정해두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그 조건들을 맞출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때 한 강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전까지 인스타그램을 보며 했던 수많은 고민과 내 나름의 조건들이 그 순간만큼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큰 고민 없이 인스타그램으로 DM을 보냈다. 그때는 그랬다. 인스타그램의 영상에는 강아지가 허겁지겁 자신의 밥그릇 사료를 먹었다가 어미의 밥그릇을 뺏어먹고 다시 자기 밥그릇의 사료를 먹으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계속 돌려보며 초조하게 답장을 기다렸다. 생각보다 입양 절차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봉사자는 어쩌면 까탈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내 정보를 꼼꼼하게 요구했다. 집 사진, 집 외부 사진, 직업, 가족관계, 자녀 여부, 나이 등등 어쩌면 나는 입양할 자격이 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봉사자의 요구에 성실히 임하려 노력했다. 마치 '이 정도까지 하는데도 입양할 생각이야?'라고 묻는 것처럼 입양자의 의지를 테스트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뒤. 나는 입양할 수 있다는 봉사자의 답변을 받았다.
일주일 후 나는 강아지를 데리러 간다는 약속을 했다. 우리 집에 강아지가 온다면 필요할 물품 등을 급하게 구매했다. 강아지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임시 보호자의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진이 아닌 강아지의 실제 모습은 생각보다 더 귀여웠다. 덥수룩하게 빵실한 노란 털이 몸을 뒤덮고 있지만 배와 가슴에는 하얀 털이 풍성하게 했다. 목욕을 해서 그런지 멀끔해 보이는 외형에 여전히 겁먹은 눈. 간식으로 유혹해도 멀찍이 던져줄 때만 받아먹고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30분... 1시간... 2시간이 흘렀다. 나는 강아지를 안아 들었다. 왼 손으로 엉덩이를 받치고 오른손은 강아지의 앞 발 사이 가슴팍에 자리 잡았다. 오른손에 느껴지는 가파른 심장박동과 미세하게 떨리는 몸이 내 마음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집에 도착해서 바닥에 내려주니 몸을 좌우로 신나게 털고서야 떨림은 멈춘 듯 보였고, 나는 천천히 엎드려서 강아지를 쳐다봤다. 반가워. 우리 가족이 된 걸 환영해. 서로에게 따뜻한 존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