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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맘 Jul 08. 2017

영국에서 엄마로 살아보기 #4

익숙한 곳을 떠나다

큰 아이가 어린이집을 마지막으로 등원한 날 이후에는 날짜가 더더욱 금세 지났다.


아무리 싸도 답이 없는 짐을 출국하는 날 새벽까지도 꾸역꾸역 가방 속에 쑤셔 넣고, 만 2세도 안 된 작은 아이와 만 4세가 되어가는 큰 아이, 우리 부부, 이렇게 넷이 인천 공항을 떠나 영국으로 출발했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아이들은 장시간 비행에도 한 번도 칭얼대거나 지겨워하지 않고, 기내식도 잘 먹고 이리 저리 구경도 다니다 잠도 잘 자고 런던 히드로 공항에 잘 도착했다.


검색이 까다롭기로 소문 난 히드로 공항에서 입국 심사 하는데 지문 검사도 쉽사리 잘 넘어가지 않았고 까다롭게 질문도 많았다.


겨우겨우 진땀나는 입국 심사를 마치고 맨체스터로 가는 비행기를 타러 터미널을 찾기 위해 안내인에게 길을 물어보는데, 안내인이 둘째 아이 재우에게 “그레이트”이라고 말을 하자, 아직 모국어인 한국어도 트이지 않은 아이가 “그레이트”라고 정확히 따라 해서 모두들 한바탕 웃기도 했다.     


그레이트!




우리가 거주하게 될 맨체스터에 도착하자 미리 예약했던 한인 민박집 사장님께서 맨체스터 공항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예전에 혼자 또는 남편과 둘이서만 외국을 다닐 때는 전혀 사용하지 않던 해외 한인 민박을 선택한 이유는 역시 아이들 때문이었다. 낯선 곳에서 적응할 때 아무래도 한국인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아이들을 데리고 다녀야 하는 우리로서는 조금은 더 수월할 것 같았다.     


6월 한 여름 밤에 도착한 맨체스터는 여름인데도 밤에는 추워서 오리털 잠바를 입고 민박집 사장님께서 마중 나오셨다. 밤에는 추우니 단단히 준비하고 오라고 한국에 있을 때도 연락을 주셨는데, 한국을 생각하고 얇게 입고 갔더니 썰렁했다. 그리고 밤 9시가 넘어서도 해가지지 않았고, 밤 10시 쯤 되어서야 겨우 어둑어둑 해 지려 했다. 생각보다 해가 길어서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서울의 하늘처럼 고층 빌딩으로 하늘이 가려지지 않아서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에 들었다.     


부랴부랴 짐을 푸르고 자정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는데도 아이들은 아직 시차 적응을 못 하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배고프다고 음식을 찾는다. 자기 전, 사장님께서 아이들이 자다가 배고프다고 음식을 찾으면 차려주라고 된장국과 밥을 준비 해 놓았으니 마음껏 먹이라고 음식이 있는 곳을 알려주셔서 수월하게 아이들의 허기를 채워줄 수 있었다. 아이들은 기내식도 맛있게 잘 먹었지만, 익숙한 된장국이 나오자 금세 두 그릇씩 해치운다. 그러고도 한동안 잠을 못 자다가 새벽녘에 겨우 잠이 들었다.


by dreaming m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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