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도착, 공원 도착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하늘은 뭉게뭉게 구름이 떠 있다.
푸른 하늘은 아니지만, 뭉게구름 사이사이 보이는 흐릿한 잿빛 하늘도 마음에 들어,
“굿 모닝, 맨체스터”
라고 혼자서 말 해 본다.
한적한 주택가 길가에서 엄마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하나씩 둘씩 등교를 시키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보였다.
다시 한 번 민박집 사장님께서 차려주신 한식으로 맛있게 아침을 먹고, 바로 옆에 공원이 있다며 데려가 주셔서 따라가 보았다. 차가운 아침 공기가 마음에 든다. 드넓은 평원 한 가운데 작은 아이들 놀이터도 있고 오리가 있는 연못도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꼭 10년을 살았던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이런 풍경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남편과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말처럼 너무나도 즐겁게 공원을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이 곳 외에도 그 주변에만 공원이 4~5개는 되었으니,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 세계의 역사를 바꾼 맨체스터라는 도시에 도착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공원에 도착한 것 같았다. 어쨌든 좋다.
한 번은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서 따스한 오후를 만끽하고 있었는데, 어떤 젊은 영국 여자가 나에게 오더니
"작은 아이가 정말 귀엽군요!"
라며 자꾸 말을 걸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며칠 전에 영국에 막 도착했고 이제 적응을 해야한다는 둥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저는 두 달 뒤, 중국으로 영어를 가르치러 가요. 그래서 동양 아이들을 더욱 유심하게 보게 되는데 동양 아이들은 너무 예쁜것 같아요."
그녀가 말한다.
우리가 볼 때에는 서양 아이들이 인형같이 생겼는데 내가 만나본 서양사람 중 많은 사람들은 반대로 동양 아이들이 너무 예쁘다고 한다.
그녀는 중국에 가서 영어를 가르치는 연습을 하기 위해 중국 가기 전 까지 정기적으로 큰 아이에게 자원봉사처럼 영어를 가르쳐주겠다고 한다. 그 뒤로 그녀가 중국으로 가기 전 까지 몇 번 우리 집을 방문해서 큰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이렇게 가는 곳마다 고마운 분들을 만나게 되다니, 정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민박집 사장님 부부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매우 친절히 잘 해 주셨고, 자동차 구입부터 부동산에서 집 계약하는 것, 장 보는 것 등 모든 것을 직접 데리고 다니시며 친히 알려주셨다. 어린 아들 둘 데리고 낯선 땅에 온 젊은 부부를 보니, 20년 전, 두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처음 영국에 도착했던 시절이 생각이 나신다고 하며.
덕분에 우리는 맨체스터에 도착한지 사흘째 날 자동차를, 나흘째 날 집을 계약하고 꼭 일주일 된 날 우리가 계약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플랫이라고 불리는 저층 아파트였는데, 우리가 한국에서 살던 집보다 공간도 넓고 비교적 새 건물이라 처음 도착한 우리에게는 매우 만족스러운 보금자리였다. 모든 것이 속전속결로 자리를 잡았다.
영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물가가 비쌀 줄만 알았는데, 식료품비는 서울에서 장 볼 때보다도 저렴하게 나오고, 월세 비용도 꽤나 합리적이어서 생각보다 저렴한 물가에 흠칫 놀라기도 했다. 비싸다고 체감했던 것은 주유비 정도였으니. 아마도 런던이 아니라서 알려진만큼 살인적인 물가는 아닌 듯 했다.
그렇게 모두 이사를 끝내고, 지친 몸을 이끌고, 영국에서 새롭게 마련한 우리의 보금자리에서 첫 날을 보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By dreaming m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