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설악산 정상까지 달리기
#seatosummit 설악
케이블카가 아무리 길어봐야 우리의 이야기보다 길 순 없다.
잠깐 정상에 발을 디딘 경험은 잠시의 인증샷으로 끝날 수 있지만,
한 발 한 발 내디뎌 만든 과정은 평생 나눌 이야기가 된다.
PCT 길 위에서 6개월간 걷고 먹고 자던 때가 있다. 4300km의 긴 길이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으면 무조건 만날 수 밖에 없는 하나의 길. 하나의 길이라 해서 모두 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경험은 단 하나도 없다. 같은 시간 같은 구간을 걸어 같은 곳에서 잠을 자고 눈을 떠도 각자가 느끼는 길은 달랐다. 같은 시간 속 모두의 인생이 다르듯.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그곳에선 매년 수 천가지의 이야기가 탄생한다. 매년 PCT 하이커 모임을 할 때면 같은 길 위에서 벌어진 각자의 이야기를 나눈다. 할 말이 얼마나 많은지 밤을 새도 모자라다. 마치 끝없는 군대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랄까?
각자의 설악 이야기를 가지고 모였다. 속초 해변 해발 0m에서 출발해 설악산 대청봉까지 뛰고 걸었다. 자연스레 각자 설악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곧 또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겠지.
해발 0m에서부터 설악산 대청봉에 오른 적이 있어.
그걸 Sea to summit이라고 하는데…
땀에 흠뻑 젖은 채 함께 발 맞춰가며 얻은 이야기. 어쩌면 평생 나누고 또 나누게 될 이야기. 그런 이야기는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도착해 바라본 풍경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한다. 마치 공장에서 똑같은 이야기를 찍어내는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평생 나눌 이야기를 만들길 바란다. 그 이야기 속 자연도 오래도록 그대로 남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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