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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민아 Nov 20. 2023

등산은 처음인데요?(2)

등산은 장비빨!! 그리고 남는 건 사진.

모이기로 한 장소에 도착은 했는데...'어라....?'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다들 등산화는 물론이고 등산복, 등산가방인데 나만 무슨 소풍 가는 애처럼 하고 온 것이다. 등산복이 아니라서 살짝 걱정은 했는데 너무 눈에 띄는 나의 차림새.. 누가 봐도 등.산.처.음.갑.니.다 복장이랄까 하핳

창피함과 새로운 사람들 사이에서의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한 사람, 한 사람 불어나더니 어느새 16명의 인원이 모두 모였다.  


운영진이 준비해 준 차량에 기존에 정해둔 4명씩 탑승했다. "출발합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조용한 차 안에서 계속 그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서로를 기웃기웃 거리는 듯한 대화들을 나누다 보니 오늘의 목적지인 합천가야산 주차장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내려서 각자 등산채비를 했다. 등산선배님(?)들은 크록스를 신고 있다가 도착해서 등산화로 갈아 신는 찐 고수의 스멜을, 자기의 몸의 일부가 된 것 같아 보이는 장비들을 하나 둘 꺼내 들곤 정말 산에 갈 준비를 다 마치고 있었다.

'내가 가져온 건 킨더초콜릿이랑 생수 한 병뿐인데..'라는 생각을 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는데, 몇몇 회원님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장갑 안 가져오셨어요? 저 두 개 가져왔는데 이거라도 끼세요!",

"민아 님, 가방 끈 너무 길지 않아요? 끈을 좀 더 짧게 매는 게 편할 거예요~",

"등산화 아니네요, 필요하면 제 아이젠 빌려드릴게요." 등의 봄 햇살보다 따듯한 말들을 건네주었다.

 덕분에 등린이는 등산장비 없이도 산을 탈 마음의 예열 완전 완전 완룟!!

 

그런데 또 하나의 예상치 못한 장애물이 나를 비웃고 있었다.

바로 새초롬하게 쌓인 "눈"이었다. 대구에는 눈이 오는 일이 겨울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문데 하필 이틀 전에 눈이 왔던 것이었다.

등산선배님들은 아이젠에 스패츠까지 챙겨 왔다. 나는 아침에 고르고 고른 뉴발란스가 끝..!

등산을 쉽게 생각하고 왔니? 어디 한 번 열심히 해봐!라는 듯 나에게 절망을 선물하는 눈 쌓인 산.

그래도 열심히 가보자!!라는 다짐을 하고 천천히 사람들의 속도에 맞춰 산을 올랐다.

각자의 속도에 따라 걷기에 순서는 엎치락 뒤치락.자연스레 이 사람, 저 사람과 가벼운 대화를 하며 산행을 한다.

"등산화가 아니네요? 괜찮겠어요?" 나를 지나치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한 말이다.

"아직은 괜찮아요! 조심할게요. 감사합니다."라는 대답을 대여섯 번쯤 한 것 같다.

혹시라도 넘어지면 뒤에 있는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고, 다치는 상황이 된다면 모두의 산행에 차질이 생길 걸 알기에 다리에 힘을 더 뽝!!주고 걸었다. '내일 알이 장난 아니게 베갰군..'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더 조심히, 더 열심히 걸었다. 걷다 보니 헉헉대는 숨은 더 가빠지고 몸은 점점 뜨거워졌다. 겉옷을 하나둘씩 벗기 시작했고 나 또한 두꺼운 패딩을 백팩에 넣고 다시 힘차게 걸었다.


평소에 걷기는 남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등산은 걷기와 레벨이 달랐다. 엉덩이와 허벅지 힘이 엄청나게 필요했다.

언제 도착하냐는 물음에 20분이면 도착한다는 K등산의 대구라를 두세 번쯤 들었을 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오를 땐 몰랐는데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꽤나 높았다. 정상에서 맞는 시원한 초겨울바람은 현생에서 스트레스로 지끈했던 머리를 시원하게 씻어내 주었다.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정상에서의 포토타임. 포토스팟에 서면 dslr카메라와 핸드폰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소리가 무슨 연예인급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의 사진세례에 부끄러움은 나의 몫.

운영진이 챙겨 온 모임명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단체샷을 찍기 위해 옹기종기 모인 다음, 산에 오르신 분들께 사진을 부탁드렸다.

"아유~ 젊다 젊어. 부럽다!!"라는 말과 함께 찰칵. 그날의 가야산과 16명의 추억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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