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만날 즈음 내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됐고 많이 무너지는 시간들이었어.
여전히 난 아프다는 이유로 걸림돌이 많은 사람이 되었고.
만남을 시작하기 전부터 내가 아픈 건 너한테 아무렇지도 않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옆에 있어준다고, 괜찮다고 했어.
우리가 안 지 얼마나 됐다고, 가족도 아닌 네가 왜 내 옆에 있어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하는지 난 의구심부터 들었던 것 같아.
그냥 내 욕심에 내가 아픈지 알지만서도 너를 만나고 싶었어.
그렇게 시작된 우리 만남의 초반부터 나는 위태위태하게 잔병치레를 많이도 했었지.
그러다 내가 너무 아파서 끙끙 앓으며 기절하다시피 했던 날, 옆에서 그런 나를 지켜보는 너가 너무 힘들 것 같아서 집에 가달라고 부탁했어.
근데 집에 가면 더 마음이 쓰일 것 같다고 옆에 있게 해 달라던 너였고, 약을 먹고 그제서야 조금 눈을 붙이고 일어났는데 네가 그 작은 소파에 큰 몸을 구겨 넣고 잠들어 있더라고.
그 모습이 참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나를 훑고 지나가더라.
다시 눈을 조금 붙이고 일어난 내 기척을 들었는지 내가 잠들어있던 방으로 와서는 괜찮냐고 묻더니 자기 방금 엄청 무서운 꿈 꿨다면서 나한테 주절주절 말하는 네가 참 웃겼는데 눈에선 눈물이 왈칵 났어.
이런 사랑은 처음 받아보는 것 같았거든.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 뭔지, 그런 사랑을 받으면 이런 기분이구나를 알게 해 준 네가 고맙고 고마워서 웅크려있던 몸을 더 웅크리며 울어버렸어.
병원에 혼자 가면 무서울까 봐, 내가 나쁜 생각 할까 봐 어떻게든 같이 가주려고 하는 너고 아플 때 더 건강하게 먹어야 한다고 바쁜 시간을 쪼개서 반찬을 해 다 주며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더 좋아해 주는 너고 집에 다 도착했는데 내가 보고 싶어 하면 다시 갈까?라고 망설임 없이 얘기해 주는 너를 만나고 나서는 상대방이 나를 떠날까 봐 두려웠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 그게 제일 두려워서 늘 도망치던 나였는데 말이야.
우리가 만났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고 있고 이제 곧 가을이야.
평생 사계절을 함께 하자.
이제 내가 너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할게. 내 것처럼. 더 건강해져서 널 지킬게.
나한테 와줘서 고마워 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