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지난여름
필름카메라로 찍은 필름들을 두세 통 모아두었다가 지난 기억들이 나에게서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설 때쯤 우리 동네 작은 사진관으로 간다.
사장님은 가끔 가는 내게 되묻곤 하신다.
“현상이랑 스캔 값 얼마 받았었죠?”
그 정도로 우리 동네 사진관에는 필름을 맡기러 오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인데 그게 나에겐 나름 의미가 되어서 조금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그곳을 찾게 된다.
필름을 맡기고 일주일 정도 안팎으로 사진관을 찾으면 스캔까지 되어있는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장님 대신 내가 직접 그 사진관의 오래된 데스크톱 앞에 앉아 사진을 네이버클라우드로 옮겨온다.
집에 오는 그 짧은 시간도 사진을 보고 싶은 마음을 따라오지 못해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고 저장하다 보면 집에 오는 시간은 더뎌지지만 발걸음이 행복해진다.
설렌다. 어쩌면 조금 번거로운 일이지만 나에게 그 번거로움이 주는 며칠은 설렘인 거다.
사진을 잘 찍고 못 찍고를 떠나 추억을 짙게 여러 번 덧칠하는 기분이 들어서, 조금 어설프지만 좋아하는 것들을 담고 기다리는 일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