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10
지난 주말은 한글날까지 포함해 3일 연휴였다. 열감기가 와서 학교까지 쉬어야 했던 우재는 토요일부터 조금씩 컨디션을 회복했다. 그러면 이렇게 좋은 날에 집에 있을 수 없지. 그래서 둥이와 엄빠는 지난 일요일에는 함께 1만보를 걸었고, 한글날에는 무려 2만보를 함께 걸었다.
일요일에는 전철을 타고 인천으로 향했다. 차이나타운에서 짜장면의 원조라는 130년 정통의 중국음식점을 찾아 짜장면과 짬뽕, 탕수육을 먹고, 자유공원에서 맥아더 장군 동상도 보고 왔다. 둥이들이 가장 좋아한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삼국지 벽화였다. 골목에 삼국지 관련 내용을 그림과 함께 70장 정도 그려놨는데 둥이들은 1번부터 70여번까지 몽땅 보면서 아빠에게 질문을 퍼부었다. 덕분에 삼국지를 읽은지 100만년도 더 된, 심지어 완독은 한번도 못한 아빠는 진땀을 빼야했다.
한글날에는 안산 메타세콰이어길을 갈 계획이었는데 둥이들이 눈을 뜨자마자 '월드컵 공원'을 외쳤다. 가서 '아빠 케이블카'도 타고 야구도 해야겠다는 것이다. 아빠 케이블카는 월드컵 공원 중 평화의 공원에 있는 길고긴 오르막길에서 아빠가 킥보드를 정상까지 반복해서, 끌어주는 놀이(아빠는 노동)를 말한다. 아이들은 신나게 타고 내려가고 아빠는 따라가서 또 끌고오고...아빠가 시지프스도 아니고.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공원에 도착하니 이미 주차장이 거의 만차 수준이다. 알고보니 하늘공원에서는 억새가 만발했고, 평화의 공원에서는 결혼식도 진행 중이다. 우서 아빠 케이블카를 신나게 타고, 계획을 바꿔 하늘공원으로 가보기로 했다. 텐트에서 쉬려던 엄마도 동행했다. 가보니 하늘공원에는 억새풀 뿐만 아니라 둥이가 좋아하는 메타세콰이어길도 있었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잔디밭에서 신나는 야구까지. 이렇게 움직이니 하루를 마감할때쯤 아빠의 휴대전화 만보기는 1만7000보를 넘겼다.
둥이들이 또 훌쩍 큰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전에는 어디를 가도 엄빠와 5미터 이상 떨어지면 불안해하기 일쑤였는데 공원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빠 케이블카를 타러 갈 때도, 야구를 하러 갈때도 둥이는 킥보드를 타고 뒤도 안돌아보고 달려갔다.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 이제는 둥이가 불안해하는 게 아니라 먼저 달려가는 둥이를 보는 엄빠가 더 불안해졌다. 물론 자주오는 공원이라 그만큼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둥이들의 한뼘 더 자란 것은 확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