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1
지난 일요일과 월요일, 쌍둥이들은 학교까지 하루 빼먹고 여행을 떠났다. 할아버지, 할머니에 큰아빠네 네 식구까지 모두 10명이 함께하는 대규모 여행. 장소는 경기도 포천 산정호수.
1박2일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쌍둥이는 아빠 '덕분'에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또 쌓았다.
일요일 오후, 숙소에 짐을 풀고 모든 식구가 산정호수 둘레길 구경에 나섰다. 중간에 할머니와 큰 아빠는 가까운 코스로 빠지고, 나머지 인원들은 계속 전진. 역사 인물 궁예의 흔적을 쫓아 가다보니 산정호수가 나타났고, 선착장도 보였다. 그 곳에는 오리배를 비롯한 각종 선박이 쌍둥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수는 없지. 아빠와 엄마, 큰엄마는 긴회의 끝에 도넛보트라는 동그란 배를 타기로 했다. 작은 모터가 달려있어 조종은 아빠가 맡기로 했다.
구명조끼를 챙겨입고, 아빠가 대표로 조종법을 배운 뒤 출발. 안전을 위해 너~~~~무도 느리게 가도록 만든 배였기에 아주 천천히 호수 중앙으로 나갔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 조종을 맡은 아빠가 아무리 핸들을 돌려도 배는 뱅글뱅글 돌 뿐 전진을 하지 못했다. 바람까지 강하게 부니 배는 점차 돌아가야할 선착장에서 더 멀어졌고, 급기야 넘어가면 안되는 부표까지 넘어가버렸다.
함께 탄 사촌형이 울기 시작했고, 누나는 빨리 선착장에 전화를 하라며 화를 냈다. 그 모습이 웃겨서 할아버지와 큰엄마와 아빠와 엄마는 배꼽을 잡고 웃었는데....사촌형과 누나는 진지했다. 진짜 위급상황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쌍둥이들은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멈춘 경험도 해보았기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왜 형과 누나가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듯 빙그레 웃기만 했다.
결국 큰엄마가 선착장에 전화를 했고,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모터보트가 달려와 견인을 하면서 상황종료. 아빠가 조종하는 배보다 모터보트에 끌려가는 배가 훨씬 더 재밌었고 그제서야 사촌형과 누나는 웃음을 되찾았다. .
할머니와 큰아빠가 둘레길을 가다 이 모습을 보고 사진까지 찍었다. 그래서 남게 된 '견인되는 도넛19호'.
배에서 무사히 내린 쌍둥이들은 계속 아빠를 타박했다. 왜 운전도 못하면서 선착장 아저씨가 "누가 운전할래요" 물을 때 손을 들었냐는 것이다. 아니 바람이 이렇게 많이 불 줄 알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