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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Dec 12. 2023

우재의 날카로운 질문...그러나

2023.12.12

둥이들은 항상 아빠에게 '재밌는 이야기'를 원한다. 아빠가 알고 있는 역사나 과학 이야기 중에서 재밌는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인데...이제 아빠도 머릿속에 있는 자료가 다 떨어져간다. 출퇴근길에 팟캐스트 듣다가 재밌는 이야기가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잊지 않고 해주고, 책을 읽다 재밌는 대목이 있으면 또 기억해 뒀다가 잊기 전에 해주려고 한다. 

어제는 요즘 재밌게 읽고 있는 천문학책에서 '우주 엘리베이터' 이야기가 나오기에 해줬는데 시큰둥하다. 엘리베이터를 만들기 위해서 케이블이 3만6000킬로미터 필요한데 지구 한바퀴 길이다, 아빠 차보다 빨리 올라가도 5일 걸린다 등등을 해줬는데 잘 와닿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보다가 우주 나이가 138억살이라고 했더니, 우재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아빠, 그 책 언제 나온거야?" "응? 올해 나온 책이지"라고 답하니 우재가 그제야 수긍한 듯이 말한다. "그럼 맞겠네". 우재는 그 책이 작년에 나왔으면 우주나이는 138억1살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138억년이면 책이 언제 나온지 아무 의미가 없어. 100년에 나온 책에도, 100년 후에 나온 책에도 138억년이야"라고 했더니 우재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날카로운 질문을 할 때의 그 총기는 온데간데 없다. 아직 어린이가 맞다. 


연말에는 명동 나들이가 제격이지. 사람도 많고 볼거리도 많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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