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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부리 Apr 15. 2024

경마장에 간 쌍둥이

2024.04.15

보통 경마장이라고 부르는 경마공원, 정식명칭은 렛츠런파크를 가려고 한 지는 한참됐다. 동물을 좋아하는 둥이들이 전력을 다해 달리는 말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둥이 태어나기 전에 아내와 둘이 가벼운 베팅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일요일 늦잠도 조금만 자고, 아침에 집근처 새로 생긴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기대했던 것과 달리 이곳에는 '어둠의 기운'이 너무 심했다. 우선 지하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서 내리는 분들의 대다수가 표정이 안좋다. 즐겁게 놀러나온 사람의 얼굴이 아니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분위기는 더하다. 이 좋은 날씨에 어쩜 그리도 표정이 어두운 사람이 많은지...그래서 2040라운지를 따로 만든 것 같다. 이 곳은 40대까지만 입장을 할 수 있어서 아빠도 간신히 들어갈 수 있었다. 다행히 2040라운지는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대다수라 분위기가 훨씬 좋았는데 너무 늦게 들어갔는지 앉을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다시 경마공원 한 구석에 있는 작은 소공원 나무그늘에 돗자리를 깔고서야 약간 쉴 수 있었다. 

경기에 앞서 미리 몸 상태(?)를 보여주는 말들의 행진도 보고, 그 와중에 푸짐하게 똥을 싸는 말도 보고...무엇보다 말들의 경주를 응원하며 볼 수 있는 것은 좋았지만 땡볕에 어둠의 기운이 너무 강해 두 경기만 보고 집으로. 원래 계획은 1000원씩 베팅을 해보려고 했는데 창구쪽 분위기도 별로고, 사인펜도 별도로 사야한다고 해서 우리끼리 누가 1등할지 예상해서 내기를 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응원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말도 가까이서 보고


광합성도 원없이 한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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