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6
아직도 둥이들을 부를 때 무심코 '아가'란 말을 쓴다. '아가 안돼' '아가 다쳐' '아가 어디가' '아가 뭐 찾아'
아내는 밖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남들이 흉본다고 하는데 아가란 호칭이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아가'로 불릴 때는 진작 지났다. 언제 크나 싶었는데 둥이들은 쑥쑥 자란다. 작년 봄이었나, 처음 수영을 배울 때는 아빠가 샤워실에 따라들어가서 씻겨주고 옷도 갈아입혀줘야 했는데 지금은 대기실에서 안녕 하고 잘도 들어간다. 집에서도 마찬가지. 신생아 때부터 씻기는게 큰 일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둘이 화장실에 들어가서 알아서 씻고 나온다. 온수를 펑펑 써가며 한시간동안 놀고 나온다는게 문제지만. 아기 때는 열 나고 아프면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 몰라 엄빠가 전전긍긍했는데, 지금은 둥이들이 체온계를 귀에 꼽고 미열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한다. 얼마전에는 유준이가 체온계를 보고 외쳤다. "엄마, 해열제 준비!!"
물론 여전히 아가 같을 때도 많다. 나들이 다녀와서는 피곤해 눈이 퀭한데도 더 놀겠다고 졸음 참을 때, 신기한 이야기를 들으면 호기심에 눈이 반짝거릴 때, 영화를 보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눈 가리고 도망갈 때 등등.
이제 초딩 2학년. 초딩 고학년이면 온다는 사춘기도 겪어야 하고 질풍노도 시기도 찾아오겠지. 그 때쯤이면 아빠 입에서 '아가'란 말이 떨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