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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내고 3쇄까지 간 건 처음이네요

나는 어떻게 작가로서 성장통을 겪었나

솔직히 그간 5권의 책을 냈지만 흥행 성적이 그리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습니다. 책 덕분에 생긴 강연 수입이 많았지 인세 수입 자체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엑스 친 두 권의 책은 절판되었다...



첫 두 권의 책은 왜 많이 안 팔렸을까요? 물론 그때 저는 지금보다 더 훨씬 듣보잡이었습니다. 완전 신출내기 신인 작가가 떡 하니 책을 내자마자 돈방석에 앉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겠죠. 그러나 제 지인들도 이야기하고, 저도 동의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책이 너무 딱딱하고 재미없다.



친구들은 반농반진으로 재 책이 딱딱하고 재미없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논문 보는 줄 알았다, 이게 무슨 연구 보고서도 아니고 뭐 하는 거냐(?), 제발 자극적인 걸로 좀 써봐라, 차라리 니 찌질했던 흑역사들 적어 내는 게 더 잘 팔릴걸 등등... 아무리 친한 친구들이라지만 무차별적으로 팩트리어트 미사일을 갈겨대니 어질어질하더군요.



그만 좀 해...



솔직히 출판사 잘못은 없습니다. 출판사의 사장님, 에디터님은 작가로서의 제 견해를 최대한 존중해 준다고 말씀하셨고 가급적 제 스타일을 살리는 선에서 작업을 도와주셨습니다. 이대로는 너무 딱딱하고 어렵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말랑하게 고치는 작업도 있었고, 중간중간에 최신 사례 같은 것들 집어넣어 보라는 조언도 해주셨거든요. 결과적으로 출판사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딱딱한 책이 되고 말았을 겁니다. 



귀여운 캐릭터를 넣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왜 내가 쓴 글은 딱딱하고 재미없을까? 나름대로 그 원인을 고민하고 답을 찾았습니다. 다름 아닌 '아직 연구자 물이 덜 빠졌다'는 것이었죠. 사실 그랬습니다. 저는 저 두 권의 책이 나오던 당시에 대학원생이었거나, 아직 한창 연구를 하고 있던 도중이었습니다. 맨날 보는 게 논문이고, 쓰는 게 연구 페이퍼이니 그 습관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여담이지만 프리랜서 강사로서 제 첫 강연도 시원하게 망했습니다. 무슨 학회발표하는 거냐며 화내신 분도 계셨었죠.


두 책의 절판을 마주하며 결심했죠. '이젠 쉽게 가자. 재미있는 글을 쓰자. 자극적인 게 필요해. 사람들은 딱딱한 논문 같은 이야기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러나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습관을 내버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세 번째 책인 <자존감 높이려다 행복해지는 법을 잊은 당신에게>는 어떻게든 안 딱딱하게 쓰려고 애를 썼습니다만 남들이 보기에도, 제가 보기에도 아직은 과도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시중에 한없이 가벼운 가십성 책들보다야 백배 낫다고 응원해 주는 분들도 계십니다만, 전 더 이상 책에 진지 한 사발 들이키고 싶지 않아요ㅠㅠ


그런 입장에서 네 번째 책인 <1일 1단어 1분으로 끝내는 심리공부>는 제게 크나큰 도전이었습니다. 이전 책들과 타겟 자체가 달랐거든요. 기존 책들이 성인 타겟이었다면, 이번 책은 청소년 타겟이었죠. 그러니 당연하게도, 딱딱하고 어렵게 쓰면 큰일 나는 거였습니다. 쉽고, 재미있고, 말랑말랑하게, 그래서 청소년 분들이 이 책을 읽고 나서 '아, 나도 심리학 공부해야지', '심리학과 갈 거야' 이런 마음먹으실 수 있도록 써야 했죠(...)





<111 심리공부>는 단언컨대, 제가 그동안 써 온 책들 중에 가장 쉽습니다. 흥미로운 문화, 시사 이슈를 담으려고 자료 조사도 가장 열심히 했던 책이었죠. 그런 노력이 빛을 본 것일까요? 얼마 전 <111 심리공부>를 내주신 글담출판사의 에디터님께서 다음과 같은 연락을 주셨습니다.





저... 솔직히 3쇄까지 가 본 거 처음입니다. ㅠㅠ 3쇄쯤 별거 아닌 작가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제게는 처음 겪어보는 감격스러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시리즈물이라 엮어서 팔리는 건수도 많겠죠. 하지만 그게 어딥니까. '거, 다른 책들 다 좋고요, 뭐시기 심리공부 그건 빼고 주문할게요. 그건 너무 딱딱하다고요' 적어도 이런 소리는 안 들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10년 간, 게으르기도 또 오지게 게을렀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글을 써 왔고 책도 내 왔습니다. 어떤 책은 대만에도 팔렸고 또 다른 책은 3쇄까지 오는 일이 있었네요. 이렇게 조금씩 작가로서 성장해 가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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