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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 10년을 채운 소감

나는 어떻게 브런치스토리에서 구독자 만 명을 모았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단 지도 이제 10년이 되었다. 



그동안 브런치스토리에 칼럼도 꾸준히 연재했고 그 사이 6권의 책을 썼다. 잡지사의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정성껏 작성한 칼럼을 보내드리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그동안 '작가'보다는 '강연자', '1인 사업가', 혹은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신을 포지셔닝해 왔지만 10년 간 단 한 번도 내려놓지 않은 직업은 '작가' 뿐이었다.


작가 > 강연자, 프리랜서, 1인 사업가, 연구원, 심리검사 개발자, HR컨설턴트, 직장인, ....


나는 어떤 작가가 되고 싶었을까? 곰곰이 따져보면 그런 고민을 해본 적은 없었다. 처음부터 '작가가 되어야겠다' 마음먹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심심풀이 겸, 아카이빙 겸, 브런치스토리에 그동안 내가 갈고닦았던 심리학에 관한 이야기들을 남겨둔 것이 시작이었다. 나에게 브런치스토리는 반쯤 일기장 같았다. 나중에 심심하면 봐야지, 나이 들어서 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차곡차곡 글을 저장해 두고 있었다.



브런치스토리 '오픈빨'을 받다.


나의 브런치스토리 계정 구독자는 만 명을 넘는다. 누적 조회수는 대략 이백만 가까이 된다. 어떻게 이런 기적적인 성장이 가능했을까? 내가 잘 써서? 솔직히 아닌 것 같다. 나는 정말 감사하게도 브런치스토리 오픈빨을 잘 받아 인기작가 반열에 오른 케이스라고, 감히 자답해본다.


내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게 약 9~10년 전이다. 그 당시는 브런치스토리가 아니고 그냥 브런치였고,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플랫폼이었다. 브런치 입장에서는 인지도 확보와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소위 '좀 되겠다' 싶은 작가들을 밀어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한창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시점, 내가 브런치스토리에 업로드하는 글 2~3편 중에 하나는 꼬박꼬박 브런치스토리 메인 페이지에 올라갔고, 6~7편 중에 하나는 다음 포털 메인에 올라갔다.


브런치스토리에는 다양한 글이 올라오지만 핵심 정체성은 '에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브런치스토리에 다름 아닌 자신의 이야기life story를 쓴다. 가끔 전문적인 글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근간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에 있다. 그리고 그 '에세이'라는 정체성에 심리학이라는 분야는 꽤나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한때 '힐링' 열풍이 엄청났지 않은가. 서점에 가면 '넌 괜찮아', '잘하고 있어' 유혹하는 힐링 심리학 책들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다. 사람들은 자기 고백적인 에세이를 썼고, 심리학은 그런 에세이에 명분이 되어 주었다. 뭐 복잡하게 썼지만 결론적으로 내가 브런치 초창기에 '심리학'을 다루는 몇 안 되는 작가였기 때문에 날 밀어주신 게 아닐까






등 떠밀리듯, 얼떨결에 작가로 데뷔하게 되니 그 안에 철학이 고일 리가 없었다. 나는 이미 돈 맛을 봐버렸고,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해 주니 단지 거기에만 취해있었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사람들이 내 글을 왜 찾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을 쓰면서도 늘 '최악의 상황'은 마음속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언제든 내 부질없는 글빨에 질린 사람들이 떠나갈 수도 있다는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글을 왜 쓰는가? 

내가 글쟁이로서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가? 

글은 내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런 질문을 하기에는 '작가'로서의 내 정체성이 영 마뜩잖았고 그래서 그동안 '작가'보다는 '강연자', '1인 기업가', '연구원', '컨설턴트' 등 다른 타이틀로 불리길 원했다. 작가이면서도 '작가다움'을 고민하지 않았고, 어쩌면 그래서였을 것이다. 정체성의 부재는 책임감의 부족으로 연결되었고, 나는 그동안 글쓰기 작업을 너무도 쉽게 미뤄왔다. 내일 하지 뭐, 다음 주에 하지 뭐, 언젠가 뭐... 다시 하면 되겠지? 이딴 식의 편한 마인드로 작가다움을 내팽개쳐 왔다.


이유도 참 많았다. 회사 일하느라 바쁘다고, 강연 준비하느라 바쁘다고, 애 보느라 바쁘다고, 친구 봐야 해서, 어디 가야 해서, 오늘은 영 기분이 안 내켜서 등등 별별 이유를 다 대며 나는 글쓰기를 미뤘다. 솔직히 이 자리에서 고백하자면 현재까지 출간된 내 책들 뿐만 아니라, 그간 여러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안을 더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왠지 막막하고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거절을 한 적이 꽤 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어떤가. 구독취소를 안 당한 게 다행일 정도다. 2015년~2018년 한창 브런치스토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는 하루이틀에 하나 꼴로 글을 올렸지만 2019년에 연구원으로 취직하면서 브런치스토리를 아예 놓다시피 했다. 다시 업로드를 시작한 것이 2023년 가을쯤이었으니, 약 4년 가까이 '작가'로서의 책임감을 내다 버리고 딴짓만 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와중에 '작가'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불리길 주저하지 않았으니 이 얼마나 무책임한 행동인가



글쓰기의 부담감? 당연히 있다.


가끔은 완벽주의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미룰 때가 있다. 관심을 끌만한 소재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 데다가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글쓰기를 주저하게 된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내가 작가로서 책임감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글쓰기가 아무리 어려워도, 내가 아무리 글을 못써도, 그래도 꾸준히 작가로서, 글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당분간 퇴고를 좀 줄이려 한다. 재미없는 주제여도 일단 써볼 생각이다. 완벽한 글, 좋은 글 따지다가는 또 글쓰기를 한도 끝도 없이 미루게 생겼다. 내가 아무리 작가로서의 정체성이 빈약하다지만, 그래도 '작가'로 불리길 원한다면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겠다.


초심으로 돌아가서 일단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부터 확실하게 다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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