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주식처럼 하세요, 여러분
저, 브런치스토리에서 10년 버텼습니다.
중간에 부침(?)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10년 간 꾸준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며 작가로서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간 책도 6권이나 썼고(+현재 1권 출간계약 하고 집필 중), 외부 원고 요청도 많이 받았고 강연도 많이 다닐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가를 꿈꿉니다. 브런치스토리가 아니어도 블로그에서든, 인스타에서든 꾸준히 글을 쓰며 뭔가 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 만족이든 출간이든, 마케팅 목적이든 뭐든 말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고 저도 아는 사실이 있습니다. 일단 꾸준히 뭐라도 쓰는 습관이 가장 중요한데, 그게 안된다는 것을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몇 편 쓰고 계정을 방치합니다. 최소 한 달은 꾸준히 써야 뭐라도 될까 말까인데, 거기까지 가는 사람은 정말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혼자 쓰고 혼자 보면 재미없으니깐
전 그 이유를 개인의 나태함, 게으름에서 찾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뭐 엄청난 노력가도, 위인도 아닌데 솔직히 사람들 간의 집중력이나 끈기 같은 건 다 거기서 거기입니다. 누군가보다 약간 더 낫거나 약간 더 모자랄 수는 있어도 딱 거기까지입니다. 그래서 게으름 탓은 별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그보다는 저는 보상reward에 주목합니다. 아무리 고귀하다 해도 인간 또한 한낱 동물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 행복, 우정, 의미, 명예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목표 들이대봐야 글은 써지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당장 내가 글을 써서 뭘 얻을 수 있느냐, 어떤 뿌듯함이 남느냐가 글을 계속 쓸지, 말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인입니다.
조회수, 하트, 댓글
저는 구독자가 만 명이나 됩니다. 예전에 썼던 제 글들이 여기저기 공유되어서 외부 유입도 제법 됩니다. 저는 단언컨대 제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준 계기는 '조회수, 하트, 댓글'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글이 잘 써졌을 때? 글 보고 출간/강연 제안 왔을 때? 원고 기고 요청 왔을 때? 아닙니다. 저는 카카오톡이나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소개되고, 구독자가 늘고, 조회수가 오르고, 댓글이 늘어나고, 하트가 더 눌리는 그 맛 때문에 글을 씁니다. 그거만큼 즉각적이고 확실한 보상도 없거든요.
여러분들은 주식을 하시나요? 저는 안 합니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예측하는 안목도 없고, 가능성에 무리하게 돈을 거는 배짱도 없습니다. 몇 년 전에 코인 열풍 미친 듯이 불어닥칠 때 제 마음도 들썩들썩해서 아내 몰래 백만 원 넣어봤다 우연히 걸려 크게 혼나고 난 뒤에는 다 털고 나서 손도 대지 않고 있습니다.
아, 말을 바꿔야 할 거 같습니다. 저는 주식을 합니다. 하지만 돈을 걸고 하지 않습니다. '글'을 걸고 합니다. 브런치스토리 메뉴 중에 통계를 열어보면 일간 조회수, 주간 조회수, 월간 조회수 등을 열람할 수 있습니다. 제 계정 전체에 대해서도, 혹은 특정 글에 대해서도 조회수 등락 추이를 빠르게 살펴볼 수 있죠. 이 '조회수 차트' 보는 게 마치 주식같이 느껴진다, 이 말입니다.
글을 써서 올리는 일은 곧 '상장'입니다. 0에서 시작한다는 게 기존 주식과 다른 점이겠지만 어쨌든요. 글을 올리고 나면 조회수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합니다. 잘 터진 글은 미친 듯이 오릅니다. 안 터진 글은 더럽게 조회수가 안 올라갑니다. 근데 재미있는 것은, 처음에는 안 터졌다가 나중에 어디 검색 알고리즘에라도 걸렸는지, 뒤늦게 미친 듯이 조회수가 올라가는 글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럴 때는 참 신이 납니다. 손절 치긴 아까워서 그냥 놔두고 있었는데 뒤늦게 주가가 떡상하는 그런 기분입니다.
조회수가 올라갈 때면(주가가 상승할 때면), 글쓰기라는 '주식 활동'이 저는 재미있습니다. 누가 안 시켜도 알아서 글 막 더 쓰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막 제 계정에 찾아오고 구독 누르고 그러니까 신나서 더더더더 막 새로운 글들을 상장시킵니다. 하지만 조회수가 떨어질 때면(주가가 하락할 때면), 솔직히 제 계정 로그인하기도 싫습니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죠.
주식 제대로 안 해본 놈이 이런 조언드리긴 뭐 합니다만 여러분, 주식으로 돈을 버는 방법을 알고 계신가요? 전 확실히 압니다. 매스컴에서, 책에서, 주변에서 하도 떠들어서 잘 압니다. 분산투자할 것, 그리고 장투할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압니다.
글쓰기도 주식과 같습니다. 분산투자, 그리고 장투를 하셔야 합니다. 글쓰기에서 분산투자란 게 뭘까요? 간단합니다. 최대한 많은 글을 '상장'시키는 겁니다. 여러분 머릿속에 맴돌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그저 머릿속에 넣어두고만 있으면 안 됩니다. 혹시 어떤 주제의 글이, 어떤 흐름을 만나 터질지 모릅니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내 글이 뜬금없이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걸리고, 다음 포털 메인에 걸리고, 출간 제안을 받게 되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러자면 하나의 글에만 정성을 쏟을 순 없습니다. 그건 비합리적입니다. 누군가 알아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솔직히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뭐라도 걸릴 때까지 꾸준히 글을 쓰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야 합니다.
둘째, 장투를 해야 합니다. 저는 오래도록 브런치스토리를 해 왔다 보니 제가 쓴 글 중에는 10년 전 글, 8년 전 글, 5년 전 글 등 예전 글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옛날 글이라고 해서, 이미 묻힌 글 같다고 해서 그냥 놔두지는 않습니다. 독자 분들은 잘 모르실 수 있지만 저는 틈틈이 제가 예전에 쓴 글들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리고 고치고 보완하는 작업을 합니다.
사실 꼭 여러분이 쓴 최신 글만이 주목을 받으리라는 법이 없습니다. 제게 다양한 제안을 해 오시는 분들을 보면, 제가 아주 오래전에 썼던 어느 글이 무척 인상 깊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찾아올 귀인이, 여러분의 어떤 글을 마음에 들어 할지 모르는 법입니다. 그러니 꾸준히 여러분이 그간 써 왔던 글들을 닦고 조이고 기름 치면서, 길게 봐야 합니다. 주목받지 못했다고 해서 함부로 글을 삭제하거나 묻어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래도록 묵힌 글 중에서는 생각지도 않게 어디 검색 알고리즘에 잘 붙어서, 꾸준히 유입 및 조회수를 벌어오는 경우도 적지 않더라고요. 글을 쓰는 여러분 자신에게는 당장 오늘 쓰는 글이 '최신'이고 '얼굴'이겠지만, 독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장 처음 읽게 된 글이 5년 전의 글일 수도 있고 10년 전의 글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새 글을 생산'하는 데에만 관심을 주지 말고, 그동안 썼던 글도 주기적으로 돌봐줍시다.
조회수, 하트, 댓글이 가장 큰 원동력이라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가, 싶은 허탈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조회수의 등락에 오르내리는 것이 글쓰기 동기라면, 그래서야 소신껏 작가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조회수, 하트, 댓글을 그냥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종류의 보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 알아서 찾아와 읽어주고, 하트 눌러주고, 댓글 써주는 게 더 반갑고 좋기도 합니다. 그게 더 편하기도 하죠. 하지만 여러분이나 저나 뭐, 유명 작가도 아니고 셀럽도 아니잖아요. 그렇다면 더 적극적으로 조회수, 하트, 댓글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엇, 바이럴 마케팅에 돈 쓰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조회수 ooo건 보장!!, 구독자 수 ooo명 늘려드립니다!! 이런 데 혹하지 마시라는 의미입니다. 그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진정한 여러분의 '팬'을 만들어야 내가 쓴 대부분의 글이 꾸준히 탄력을 받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구걸법은 바로, 먼저 베풀기입니다. 여러분의 글에 누군가를 유입시키고 싶다면, 먼저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주세요. 다른 사람들의 글을 정독하고, 정성스럽게 댓글을 달고, 하트를 눌러주세요. 그렇게 다른 작가들과 소통을 만들며, 서로 방문하는 선순환을 만들고, 서로 팬이 되어가며 그렇게 조회수와 하트, 댓글을 늘려가는 겁니다. 너도 좋고 나도 좋고,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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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글쓰기 → 조회수, 하트, 댓글 '구걸' → 글쓰기 → '구걸' → 글쓰기 → 나도 이젠 작가!!
부디 글쓰기라는 '주식'을 성공적으로 관리하셔서 멋진 작가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꾸준히 조회수, 하트, 댓글 구걸하며 동기부여 하며 열심히 작가로서 매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