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성과급 공정성 논쟁'"
"MZ세대 인재채용 성공 위한 두 가지 요건, 공정성과 전문적 평가도구"
"MZ세대 "인사평가 납득 못해" ... 공정성 요구 커져 기업마다 홍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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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으로서 MZ세대가 갖고 있는 특징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직장에 연연하지 않는다, 이직을 자주 시도한다, 참고 다니지 않는다, 돈에 목숨걸지 않는다, 워라밸을 크게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 들지 않는다,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MZ세대를 정의하는 주요한 키워드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공정'이다.
MZ세대는 공정성이라는 키워드에 민감하다. 입시에서도, 취업에서도, 직장 생활에서도 공정성은 중요하게 달성되어야 할 가치이며, 만약 자신이 내세운 공정성 기준에 위배되는 일이 발생한다 치면 그냥 참고 있지 않는다. 왜 공정하지 않은지를 지적하고,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솔직히 MZ세대 아니어도, 그 어느 세대이든 공정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경우는 없다. 아니, 세대 문제가 아니라 이건 인간으로서의 본능 문제다. 형제자매와 같이 자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어렸을 때, 형/누나가 더 갖니, 동생한테 더 양보하니 마니,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닌 일인데도 형제자매와 똑같이 나눠가져야 한다고 '당연히' 생각하지 않았나. 만약 내 형제자매가 나보다 더 가진 것 같으면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가끔 분해서 눈물도 난다. 근데 반대로, 내가 형제자매보다 조금 더 가진 것 같다면? 안 그런 척 하고, 은근히 스리슬쩍 그냥 넘어가려 든다.
어른이 되어서도 뭐 다를까. 똑같은 일을 하고도 누구는 조금 주고, 누구는 더 준다 그러면 그 어느 누가 안 화가 나겠는가 말이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내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모나게 군 것도 없는데, 오히려 잘 해줬으면 더 잘해줬는데 유독 '나한테만' 못되게 구는 것 같은 사람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괴롭고 억울한가. 이 '불공정함', '부당함'에 아무렇지 않을 사람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MZ세대의 공정성 관심이 유독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다른 세대가 보기에, 유독 MZ세대가 공정성 문제에 관해 '까탈스러워'보이는 이유는 뭘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공정성'에 얼마나 진심인지 여부가 곧 세대 간 공정성에 관한 인식 차이를 만든다고 본다.
MZ세대는 경쟁에 쩔어 있는 세대다. 입시 경쟁, 취업 경쟁 등 험난한 길을 거쳐 왔고, 그만큼 경쟁에 익숙해져 있다. 아, 물론 이전 세대가 경쟁을 겪지 않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MZ세대에 와서 사회가 보수화되었고 계층 상승이 어려워졌다. 바늘구멍 같은 입시 경쟁, 취업 경쟁을 뚫지 않으면 자신의 가치, 정체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과거 지금보다는 덜 부유했지만 열려 있던 사회 분위기에서는 반드시 '경쟁'이 자신을 증명하는 수단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 세대들은 MZ세대더러 창의력을 발휘하라, 과감히 도전하라,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라, 하지만 솔직히 기회와 가능성 측면에서는 지금보다 예전이 더 나았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경쟁주의적 태도는 자연스럽게 경쟁과 밀접히 관련된 '룰'에 대한 과중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누가 더 받고, 덜 받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든 공정한 경쟁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성의 여러 측면을 면밀하게 살펴야만 한다. MZ세대는 '공정성'에 진심이다. 진심인 만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진심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는 MZ세대가 왜 그토록 공정성에 집착하고, 깐깐하게 구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잠시 심리학 지식을 좀 짚어보자. 심리학자들은 공정성을 크게 네 가지로 분리해서 이해한다.
분배, 절차, 대인, 정보 공정성이라는 네 가지 조건이 모두 만족할 때, 공정성에 민감한 사람들(이를테면 MZ세대)은 그제서야 진정한 공정성이 충족되었다고 생각한다.
분배 공정성: 조직 내 자원이나 보상 등의 분배가 얼마나 동등하게 나눠지는가? 신입이라고 무조건 적게 주는 건 아닌가? 단순히 오래 일했다고 더 받아가는 사람은 없는가?
절차 공정성: 위계 관계든 수평 관계든, 어쨌든 의사결정이 얼마나 투명하게, 합리적인 근거에 따라, 가급적 다수의 의견을 고려하여 만족스러운 수준에서 이뤄지는가?
대인 공정성: 상사, 동료가 나를 얼마나 한 사람의 인격체로서,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는가? 시덥잖은 이유로 나를 차별한다거나 불이익을 주지는 않는가?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이유로 나보다 다른 직원에게 더 특혜를 주고 있는 건 아닌가?
정보 공정성: 회사의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내가 참여할 권한이 있는가? 내게 얼마나 의사결정에 관한 정보들이 오픈되어 있는가?
만약 MZ세대가 공정성 관련하여 불만을 갖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저 네 가지 관점에서 우리 회사의 공정성 수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공정성은 의외로 다면적인 개념이므로, 단순하게 접근한다면 회사가 생각하는 공정성과, 회사 내 직원들이 생각하는 공정성 개념이 서로 어긋날 소지가 다분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심리학자들은 '누가' 공정한 행위를 하는 주체인지 여부도 중요한 변수라고 지적한다. 쉽게 생각해서 내 동료가 공정하게 행동하느냐, 그리고 내 직장생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직속 상사가 공정하게 행동하느냐, 이 두 주체의 공정한 행동이 갖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이를 가리켜 다중초점 공정성 접근multifoci justice approach이라고 하는데, 때로는 얼마나 공정하냐 보다는, (내가 중요하게 보는) '그 사람이' 얼마나 공정하려고 노력하느냐 가, 공정성 인식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상사 공정성supervisory justice는 의외로 부하 직원의 태도 및 행동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상사가 공정하다고 지각하는 직원일수록 더 일도 잘했고, 직무에도 만족했으며, 근태도 좋았다. 이직의도와는 부적 상관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상사 공정성은 부하 직원을 편안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상사와의 관계에서 지각한 공정성이 높은 사람이, 다른 경우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정서적 만족감을 경험하며 더 나아가 조직에 긍정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해 보자. MZ세대는 공정성에 민감하며, 그럴 만한 생애 배경('경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원래 무엇인가에 진심인 사람들이 더 깊고 자세하며 깐깐하게 생각하고 따지는 법이다. 공정성 문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공정성 개념에 여러 차원(분배, 절차, 대인, 정보)가 있음을 이해하고 우리 회사의 공정성 수준을 전반적으로 점검해 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사의 공정함이다. 설사 회사 전반적으로 MZ세대가 보기에 불공정한 관행 같은 것들이 남아있을 지라도, 일단 그들의 직속상사가 공정하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면 MZ세대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 참고한 연구
이수민, 이혜원, 손영우 (2022). 상사 공정성과 조직 지향 행동: 동일시와 상사의 조직 전형성의 조절된 매개모형. 한국심리학회지: 산업 및 조직, 35(2), 247-273.
** 이 글은 원티드 인살롱에도 게재되었습니다.
https://social.wanted.co.kr/community/article/112045